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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Giants 대한민국 강소기업
이장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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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선 강소기업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강소기업은 단순히 규모에 있어서 대기업에 대비되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부족한 자금과 인력으로 출발했지만 자신만의 차별화 전략을 가지고 국내시장 1위 자리를 차지했거나, 해외시장에 진출하여 세계 5위권 안에 진입함으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다. 이 같은 강소기업은 2000년대 IT산업, 벤처기업 성장과 함께 약 1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은 연구 논문을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책이다. 이로 인해 전문서적이 아님에도 논문 형태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1장에서는 강소기업을 정의내리면서 어떻게 연구했는지를 알려준다. 2장부터는 본론으로 전체적인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3장에서는 구체적인 기업 사례를 통해 어떻게 강소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였는지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강소기업의 앞으로의 전략과 미래에 대한 저자의 주장과 생각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저자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강소기업은 각 기업별로 기술, 비전, 마케팅 세 가지 가운데 한 가지를 중심으로 성장하였다고 한다. 기술 중심으로 성장한 기업은 신기술 개발을 통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술개척자 기업과 전통적인 기술에 있어서 탁월한 기술력을 확보한 장인 기업으로 구분한다. CEO의 비전에 의해 급성장한 건설가 기업과 탁월한 마케팅 기술로 시장을 장악한 마케팅 기업으로 나누었다. 그 다음으로 4가지 유형별 기업의 성장과정과 장단점을 사례연구를 통하여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강소기업의 미래에 대한 기업혁신 방안, 정부 정책 등을 제안하고 있다.

책의 주제와는 관련이 적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은 두 가지였다. (어차피 서평 쓰는 방향은 내 마음이니까!) 하나는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평등 구조이다. 책에서도 중간 중간 언급이 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 강소기업이 나타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대기업의 횡포이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는 단순히 계약 관계를 넘어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주인과 노예 관계에 비슷한 실정이다. 사업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대기업의 권한이 얼마나 막강한 것인지! 지금까지의 한국 경제가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다보니 ‘갑’의 위치의 대기업이 ‘을’의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을 노골적으로 착취하는 구조가 당연히 되었다. 그러다보니 실제적으로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고용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은 큰 이윤을 얻기 어려워 강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중소기업의 노동자들은 그만큼 대우를 받지 못했다. 그나마 오늘날과 같이 강소기업이 등장한 것은 기술변화와 사회변화에 따른 틈새시장이 생겨나 새로운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가 지속된다면 저자가 부러워하는 일본, 독일과 같이 강소기업이 발달한 국가로의 변화는 요원할 것이다.

두 번째 생각은 기업에서의 노동자의 위상이다. 경영 관련 서적은 대부분 기업가나 기업 중심의 관점을 가진다. 물론 이 책의 핵심 내용에서는 벗어난 생각이겠지만 기업과 기업가를 너무 강조하다보면 노동자를 단순히 생산 수단으로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기업의 창업과 성장과정에서 노동자의 역할은 무시되고 단순히 기업가의 역할만 강조된다. 오히려 기업가가 자리를 비울 경우 노동자들의 태만으로 기업이 부실화된다는 내용을 너무 부각시킨다. 정말 그런 것인가? 기업가 한사람만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노동자 없이도 기업이 성장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기업가가 탁월한 능력을 지닌다면, 처음부터 다시 혼자서 사업을 해서 성공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과거에는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부족했다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못하다. 아무리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사회이더라도 노동자를 동반자로 인식하지 않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은 성공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이 진정한 강소기업으로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려 한다면 한국의 기업가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람들이 외국의 다국적기업이 잘되기보다 우리나라 기업이 잘되기를 바라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사람 모두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 공동체의 이익과 발전을 바라기 때문에 국민의 세금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런데 기업 자신들만을 위하고 노동자나 일반 소비자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기업이 잘될 수 있도록 지원할 이유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의 불평등 구조 속에서 꿋꿋이 살아남아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과거 대기업의 잘못된 행동을 본받아 불법, 탈법을 저지르지 말고, 노동자와 소비자와 함께하는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저자가 말한 것과 같이 차별화된 기술, 비전, 마케팅으로 승부하기를 바란다. 또한 보다 고차원적인 기업 혁신을 통하여 미국의 애플보다 더 뛰어난 많은 강소기업이 등장해 우리나라가 일본, 독일과 같이 지속가능한 강소기업이 존재하여 허리가 튼튼한 경제구조를 갖추기를 희망한다.

2010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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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 근본주의 대장간 문고 3
배덕만 지음 / 대장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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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 어린 시절 교회의 추억은 너무나 좋았다. 친절한 사람들과 교회의 온화한 분위기는 초등학교부터 치열한 경쟁에 휘둘리는 한국 사회에서는 도저히 맛보기 어려운 편안함을 주었다. 게다가 교회만큼 사회적 약자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는 곳도 보지 못했다. 학교나 사회에서는 장애인이나 빈곤층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을 주라고는 하지만 한 인격체로서 존중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주어야 하는 떨거지 정도로 생각한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아무리 약한 존재라도 구원을 받아야할 대상으로 존중받고 환영받는다는 사실에 나는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교회 외부에서 교회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교회에서 간간히 터져 나오는 각종 스캔들과 정치적ㆍ사회적 문제에 있어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들은 나의 가치관을 혼란하게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나 자신과 교회를 옹호하고 변명하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 됐다. 그러나 용납하기 어려운 일부 교회나 목회자의 행태 그리고 외국에서의 3년간 생활은 한국교회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한국 개신교 교회의 문제가 단순히 한 개인 또는 한 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구조적인 문제 속에 빠져 있음을 차츰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들은 교회의 밝은 측면보다는 어두운 측면을 들추어내는 과정이기에 한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깊숙이 생각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행히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많은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많이 있다는 점에 위안을 얻는다.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는 한국 교회의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많은 연구 결과 중의 하나이다. 저자는 한국 교회의 보수성을 미국 개신교 근본주의에서 찾는다. 미국 농촌사회를 기반으로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반작용으로 출현한 미국 근본주의 교회의 선교사들의 영향을 받은 한국 교회는 필연적으로 보수적인 관점을 가지고 출발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여기에 공산주의로부터 입은 박해로 반공주의가 덧붙여져 한국적 개신교 근본주의가 출현하게 된다.

한국 근본주의 교회는 신학적으로는 성서무오류설과 묵시적 종말론을 믿으며, 종교간의 대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다. 윤리적으로는 한국 사회의 혼란기에 윤리적 기준을 세우는 긍정적 역할을 하였으나, 언행의 불일치로 교회가 각종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또한 사회적 소수의 문제인 ‘여성’, ‘동성애’, ‘낙태’ 등의 문제에서도 맹목적적 반대로 합리적인 결론 도출을 방해한다는 문제도 앉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보수적 집권세력에는 친정부적, 진보적 집권세력에는 반정부적 태도를 보이며 경제적으로는 친자본주의, 성장주의, 기복주의의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저자는 한국 개신교 교회가 신학적ㆍ윤리적 차원에서는 개방적이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연구하고 대화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남의 눈에 있는 티끌’을 보기 전에 ‘자기 눈에 있는 들보’를 꺼내는 도덕적 반성과 결단을 촉구한다. 정치적으로는 맹목적 반공주의에서 벗어나 성경적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봄으로 교회가 ‘분열’의 중심이 아닌 ‘통합과 상생’의 기능을 통해 그리스도ㆍ십자가ㆍ복음의 자리로 돌아갈 것을 요청한다. 마지막으로 친자본주의적으로 성장과 기복에 초점을 맞춘 천민자본주의에 기생하지 말고, 교회를 하나님의 집으로 만들 것을 당부한다.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 이 책은 한국 개신교회가 왜 보수적인가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에게는 교회의 보수성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문제로 다가온다. 실천의 문제가 뒤따르게 된다. 당장 다음 일요일 교회에서 교역자의 설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각종 정치적ㆍ사회적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보수적 교회에서 자란 수많은 성도들에게 이같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감을 요하는 문제가 된다. 하지만 더욱더 많은 성도들이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세상과 절연된 채 교회 내에서만 안주하며 세상을 속되다고 욕만 하지 말고, 진정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참된 가치를 깨달아 사회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한국 사회의 발전에 기여해 나가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 추신 -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느낌은 아마도 세 분류로 나타날 것 같다. 우선 교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거부하고 저자를 욕하는 사람이 첫 번째일 것이다. 이런 느낌을 받은 사람은 근본주의 개신교회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기독교인일 것이다. 두 번째는 기독교의 잘못을 더욱 비판하고 욕하면서 통쾌함을 느끼는 사람일 것이다. 두 번째 부류의 사람은 분명 비기독교인일 것이다. 세 번째는 한국교회의 문제점에 가슴 아파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진리를 깨달았기에 결코 교회를 떠날 수 없지만 한국의 보수적 교회의 모습에 슬퍼하고 교회가 발전적으로 변화되기를 원하는 사람일 것이다. 나는 세 번째 부류의 성도들이 더욱 늘어나 한국 개신교회가 현재의 문제를 직시하고 새롭게 거듭남으로 그리스도 복음이 널리 퍼지고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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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경영 콘서트 - 대한민국 CEO를 위한 클래식 아트경영
서희태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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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나 경영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돈이 중요한 사회이니 돈을 벌거나 관리하는 기술이 최고의 능력으로 대우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분야에서도 경제나 경영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것 같다. 이 책은 기업 경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음악, 특히 클래식을 경영과 연결시키는 재미있는 내용을 다룬다. 
 

제목을 봐서는 클래식에 경영 방법을 도입하기 위한 책인지 경영에 클래식 방법을 도입하겠다는 것인지 구분이 잘 안되는데, 부제목이 ‘대한민국 CEO를 위한 클래식 아트경영’인 것을 봐서는 경영에 클래식을 접목시키는 책으로 이해될 것 같다. 복합명사의 경우 앞 단어보다는 뒷 단어가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낯선 단어를 정확하게 사용한 것 같다. 이 책의 핵심은 기업 운영에 있어서 클래식의 특징인 창조성, 감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업 경영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며 CEO는 지휘자처럼 기업 조직원들의 조화, 화합, 소통 등을 이끌어야 창조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을 통해 성공한 기업가나 기업 메세나 활동(문화, 예술 후원을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인과 기업을 소개한다. 
 

저자가 오케스트라 지휘자, 음악감독 등을 역임하면서 몸으로 체득한 클래식의 중요성을 경영과 연결시키는 내용이 새롭고 흥미롭다. 일반인들이 상세히 알기 어려운 오케스트라나 음악가들에 관한 내용이 경영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창조적’이어서 재미있다.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CEO들에게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 같다. 새로운 내용을 재미있고 쉽게 설명하기 때문에 책을 읽기도 부담되지 않았고, 가까이하기에는 조금은 부담되는 클래식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도 주는 좋은 책이다.
 

하지만 생각 자체는 기발하지만 책의 구성들이 서로 긴밀히 짜여있지 못하고 단순히 음악과 경영 관련 자료집을 모아 놓은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책의 핵심적인 내용인 1장, 2장, 3장은 클래식을 통해 경영을 혁신시킬 수 있는 내용이 많아 도움이 될 것 같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이 부분의 내용이 보다 자세히 기술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4장부터는 왠지 사족(蛇足) 같다는 느낌이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음악가, 기업가, 기업 활동들이 조화되지 못하고 따로 놀고 있는 느낌이 든다. 
 

표지 마지막에 ‘감성 경영이 곧 창조 경영이다’라는 글이 이 책을 한마디로 정리해주는 것 같다. 기업이 권위주의적 태도보다는 오케스트라와 같이 서로 조화롭게 소통할 것이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은 한국의 많은 기업가들이 명심해야할 내용일 것이다. 저자가 책의 내용을 보완하여 경영에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상세하게 제시한다면 클래식 경영이 경영의 한 방식으로 확실히 자리 잡을 날이 곧 다가 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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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도시 - 현대 문명과 세속화에 대한 신학적 전망
하비 콕스 지음,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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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콕스의 ‘세속도시’는 기독교, 특히 개신교의 입장에서 현대 사회의 도시화를 진단하고 기독교회와 성도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1965년 출간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어찌 보면 새로울 것이 없고, 잘 알려진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정도의 의미에 그칠 수도 있다. 게다가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인들이 많기는 하지만 미국과는 달리 문화적으로 중심적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는 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독교인으로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가치관과 사고관의 측면에서 큰 충격을 받았으며, 왜 ‘세속도시’가 반백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도 계속 읽히는 고전이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 하비 콕스의 역사 인식에 기반을 둔다. 그는 인간의 시대를 부족시대, 마을시대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속도시 시대로 크게 삼등분한다. (정확히 원어로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확인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은 각 시대별로 종교와 사회의 특징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부족시대에 인간은 신화나 주술을 믿었고 샤먼과 같은 마법사에 의해 종교 의례가 주관되었다. 신들은 그리스ㆍ로마의 신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특정 지역이나 민족의 신이며, 인간과 같은 성품을 지닌 특징을 가진다. 농경사회에 기초한 마을시대는 신화나 주술은 경전과 교리로 대체되고, 샤먼의 지위는 사제들로 바뀐다.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던 신들은 보편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인 최고의 신으로 바뀐다.

마을시대는 현재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속도시’의 시대로 이어진다. ‘세속도시’는 익명성과 이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도시화 위에서 나타난다. 원래 세속화라는 의미는 유럽 봉건주의 시절 교회가 관리하던 대학, 병원 등의 기관이 국가의 관리로 전환되는 현상을 의미했지만, 오늘날 세속화라는 의미는 주로 문화적 측면에서 종교의 역할이 축소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정치, 교육, 문화 등에서 교회의 역할, 특히 미국에서는 개신교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배제되는 현상을 전통적인 기독교회는 세속화라고 비판을 한다. 세속화 자체가 악이고 나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세상에 물들지 말고, 전통적인 교회의 가치에 충실하기 위해 속된 세상과 거리를 두거나 단절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하비 콕스는 전통적 교회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도시화와 세속화가 악하고 나쁜 것이 아니라 성서의 견해에 일치하는 발전 단계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교회는 과거로 회귀하려는 노력을 하지 말고, 대신 새로운 사회에 맞는 교회와 성도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교회의 직업관, 성, 대학에 대한 견해와 역할과는 전형 상반되는 주장을 한다. 칼뱅의 소명의식에 따른 직업관을 부정하며, 성적 순결을 강조하는 교회의 문제점, 대학을 교회 안에 지속적으로 묶어 놓으려는 시도의 부질없음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세속도시’의 이 같은 주장을 하면서, 전통적 교회의 역할에서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교회의 역할에 충실히 할 것을 이야기한다. 또한 이 같은 변화가 매우 위험할 수 있음도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동시에 보다 인간에게 책임감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하비 콕스의 이야기는 전통적인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매우 놀라운 이야기이다.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문화적 윤리적 문제에 대해 전통적 교회와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인 상당수는 ‘하비 콕스가 기독교인일까?’ 라는 의구심을 표할 정도로 과감한 내용들이다. 어쩌면 당연한 주장일 수 있는 내용이 나 같은 한국의 기독교인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교회가 전통적인 가르침에만 집중하여 성장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많은 전통적 가치관을 고수하는 교회의 목사와 성도들은 이 책의 많은 내용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날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과거에 비추어 악하고 속되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 거룩하게 살아야 한다고만 생각하다가 세속화가 오히려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것으로 교회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접하면 가치관에 충돌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에게는 마치 혁명과 선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하비 콕스의 주장이 100% 옳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날의 하비 콕스 자신이 저자 서문에서 밝히듯 자기 스스로 많은 부족함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로운 것들이 악하고 더러우니 거룩한 교회 안에 몸을 숨기지 말고, 변화에 적응하여 보다 성숙한 교회와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라는 저자의 말은 모든 시대에 적용될 진리일 것이다. 어차피 과거 초대 교회 성도들의 관점에서 현재의 교회의 모습은 도저히 수용 불가능한 교리와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지만, 이는 시간의 흐름 가운데서 보다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이라는 것을 모든 기독교인들은 알고 있다. 이처럼 미래의 교회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과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에 대처하여 변화하는 것이 보다 성숙한 교회와 성도가 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2010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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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부의 전쟁 in Asia
최윤식.배동철 지음 / 지식노마드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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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2020 부의 전쟁 in Asia’, 이 책은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10년’을 겪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현재 한국 사회의 주요 문제로 넛크래커, 저출산ㆍ고령화, 부동산 버블 붕괴를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절망적으로 보이는 이러한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격한 문체로 독자들에게 호소를 하고 있다. 성장이 한계에 도달한 하드웨어 산업에 집착하지 말고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방향 전환하여 사람을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며, 부동산 버블 붕괴를 두려워하지 말고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헤쳐 나가지 못한다면 한국은 일본의 전철을 밟아 앞으로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할 것이라 예측한다.
 

저자는 앞으로 세계의 정치경제 상황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는 미국과 점점 성장 발전하고 있는 중국 간의 갈등으로 인해 아시아를 무대로 한 비즈니스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 보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비즈니스 전쟁을 피할 수 없으며, 여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지속가능한 미래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한국 사회는 불확실성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고, 정부나 기업들은 SMART한 인재를 키울 것을 이야기한다. 또한 언제 닥칠지 모르는 통일에 대비할 것을 말한다. 
 

어찌 보면 저자의 이러한 주장들은 평상시 우리들이 자주 듣는 내용이다. “산업 경쟁력 약화로 고용 상태가 악화되고 있어.”, “저출산ㆍ고령화가 심각하네!”, “부동산 문제가 빨리 해결돼야 할 텐데!” 등 일상생활에서 일반인들도 많이 하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이 때문에 다소 상투적일 수 있는 이 책의 가치는 평가 절하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가 어떻게 진행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에 근거하여 미래를 준비하라는 강력한 호소에 이 책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또한 뜬 구름 잡는 내용이 될 수도 있는 이러한 내용을 저자는 객관적 자료에 근거해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현실감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최신 자료와 다양한 사례를 인용하면서 어려운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2010년 10월 출간된 이 책에 7~8월의 자료가 담겨있다는 것은 저자의 노력한 흔적을 보여준다.) 이러한 자료들은 한국 경제의 상황과 세계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대한 분석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최근의 시사상식을 넓혀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개인은 물론 기업이나 정부도 지금 당장의 문제로 인해 한순간 한순간에만 집착하다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막상 문제가 눈앞에 일어난 후에 준비하지 못한 것에 후회를 한다. 한국 사회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를 외면한다. 당장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내해야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직시하면서 개인, 사회, 정부의 아픈 곳을 지적하면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이 책에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 넛크래커 : 우리나라 산업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는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밀리고, 중국, 동남아 등 후발 개도국에는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현상. 원래 호두를 양쪽으로 눌러 까는 도구를 말한다. 마치 호두를 까는 도구에 빗대어 양쪽에 짓눌리는 상황을 의미한다.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hyungjun2030/110095609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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