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도시 - 현대 문명과 세속화에 대한 신학적 전망
하비 콕스 지음,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하비 콕스의 ‘세속도시’는 기독교, 특히 개신교의 입장에서 현대 사회의 도시화를 진단하고 기독교회와 성도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1965년 출간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어찌 보면 새로울 것이 없고, 잘 알려진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정도의 의미에 그칠 수도 있다. 게다가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인들이 많기는 하지만 미국과는 달리 문화적으로 중심적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는 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독교인으로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가치관과 사고관의 측면에서 큰 충격을 받았으며, 왜 ‘세속도시’가 반백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도 계속 읽히는 고전이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 하비 콕스의 역사 인식에 기반을 둔다. 그는 인간의 시대를 부족시대, 마을시대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속도시 시대로 크게 삼등분한다. (정확히 원어로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확인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은 각 시대별로 종교와 사회의 특징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부족시대에 인간은 신화나 주술을 믿었고 샤먼과 같은 마법사에 의해 종교 의례가 주관되었다. 신들은 그리스ㆍ로마의 신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특정 지역이나 민족의 신이며, 인간과 같은 성품을 지닌 특징을 가진다. 농경사회에 기초한 마을시대는 신화나 주술은 경전과 교리로 대체되고, 샤먼의 지위는 사제들로 바뀐다.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던 신들은 보편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인 최고의 신으로 바뀐다.

마을시대는 현재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속도시’의 시대로 이어진다. ‘세속도시’는 익명성과 이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도시화 위에서 나타난다. 원래 세속화라는 의미는 유럽 봉건주의 시절 교회가 관리하던 대학, 병원 등의 기관이 국가의 관리로 전환되는 현상을 의미했지만, 오늘날 세속화라는 의미는 주로 문화적 측면에서 종교의 역할이 축소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정치, 교육, 문화 등에서 교회의 역할, 특히 미국에서는 개신교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배제되는 현상을 전통적인 기독교회는 세속화라고 비판을 한다. 세속화 자체가 악이고 나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세상에 물들지 말고, 전통적인 교회의 가치에 충실하기 위해 속된 세상과 거리를 두거나 단절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하비 콕스는 전통적 교회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도시화와 세속화가 악하고 나쁜 것이 아니라 성서의 견해에 일치하는 발전 단계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교회는 과거로 회귀하려는 노력을 하지 말고, 대신 새로운 사회에 맞는 교회와 성도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교회의 직업관, 성, 대학에 대한 견해와 역할과는 전형 상반되는 주장을 한다. 칼뱅의 소명의식에 따른 직업관을 부정하며, 성적 순결을 강조하는 교회의 문제점, 대학을 교회 안에 지속적으로 묶어 놓으려는 시도의 부질없음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세속도시’의 이 같은 주장을 하면서, 전통적 교회의 역할에서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교회의 역할에 충실히 할 것을 이야기한다. 또한 이 같은 변화가 매우 위험할 수 있음도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동시에 보다 인간에게 책임감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하비 콕스의 이야기는 전통적인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매우 놀라운 이야기이다.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문화적 윤리적 문제에 대해 전통적 교회와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인 상당수는 ‘하비 콕스가 기독교인일까?’ 라는 의구심을 표할 정도로 과감한 내용들이다. 어쩌면 당연한 주장일 수 있는 내용이 나 같은 한국의 기독교인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교회가 전통적인 가르침에만 집중하여 성장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많은 전통적 가치관을 고수하는 교회의 목사와 성도들은 이 책의 많은 내용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날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과거에 비추어 악하고 속되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 거룩하게 살아야 한다고만 생각하다가 세속화가 오히려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것으로 교회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접하면 가치관에 충돌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에게는 마치 혁명과 선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하비 콕스의 주장이 100% 옳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날의 하비 콕스 자신이 저자 서문에서 밝히듯 자기 스스로 많은 부족함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로운 것들이 악하고 더러우니 거룩한 교회 안에 몸을 숨기지 말고, 변화에 적응하여 보다 성숙한 교회와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라는 저자의 말은 모든 시대에 적용될 진리일 것이다. 어차피 과거 초대 교회 성도들의 관점에서 현재의 교회의 모습은 도저히 수용 불가능한 교리와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지만, 이는 시간의 흐름 가운데서 보다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이라는 것을 모든 기독교인들은 알고 있다. 이처럼 미래의 교회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과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에 대처하여 변화하는 것이 보다 성숙한 교회와 성도가 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2010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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