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Giants 대한민국 강소기업
이장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선 강소기업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강소기업은 단순히 규모에 있어서 대기업에 대비되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부족한 자금과 인력으로 출발했지만 자신만의 차별화 전략을 가지고 국내시장 1위 자리를 차지했거나, 해외시장에 진출하여 세계 5위권 안에 진입함으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다. 이 같은 강소기업은 2000년대 IT산업, 벤처기업 성장과 함께 약 1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은 연구 논문을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책이다. 이로 인해 전문서적이 아님에도 논문 형태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1장에서는 강소기업을 정의내리면서 어떻게 연구했는지를 알려준다. 2장부터는 본론으로 전체적인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3장에서는 구체적인 기업 사례를 통해 어떻게 강소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였는지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강소기업의 앞으로의 전략과 미래에 대한 저자의 주장과 생각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저자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강소기업은 각 기업별로 기술, 비전, 마케팅 세 가지 가운데 한 가지를 중심으로 성장하였다고 한다. 기술 중심으로 성장한 기업은 신기술 개발을 통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술개척자 기업과 전통적인 기술에 있어서 탁월한 기술력을 확보한 장인 기업으로 구분한다. CEO의 비전에 의해 급성장한 건설가 기업과 탁월한 마케팅 기술로 시장을 장악한 마케팅 기업으로 나누었다. 그 다음으로 4가지 유형별 기업의 성장과정과 장단점을 사례연구를 통하여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강소기업의 미래에 대한 기업혁신 방안, 정부 정책 등을 제안하고 있다.

책의 주제와는 관련이 적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은 두 가지였다. (어차피 서평 쓰는 방향은 내 마음이니까!) 하나는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평등 구조이다. 책에서도 중간 중간 언급이 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 강소기업이 나타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대기업의 횡포이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는 단순히 계약 관계를 넘어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주인과 노예 관계에 비슷한 실정이다. 사업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대기업의 권한이 얼마나 막강한 것인지! 지금까지의 한국 경제가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다보니 ‘갑’의 위치의 대기업이 ‘을’의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을 노골적으로 착취하는 구조가 당연히 되었다. 그러다보니 실제적으로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고용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은 큰 이윤을 얻기 어려워 강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중소기업의 노동자들은 그만큼 대우를 받지 못했다. 그나마 오늘날과 같이 강소기업이 등장한 것은 기술변화와 사회변화에 따른 틈새시장이 생겨나 새로운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가 지속된다면 저자가 부러워하는 일본, 독일과 같이 강소기업이 발달한 국가로의 변화는 요원할 것이다.

두 번째 생각은 기업에서의 노동자의 위상이다. 경영 관련 서적은 대부분 기업가나 기업 중심의 관점을 가진다. 물론 이 책의 핵심 내용에서는 벗어난 생각이겠지만 기업과 기업가를 너무 강조하다보면 노동자를 단순히 생산 수단으로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기업의 창업과 성장과정에서 노동자의 역할은 무시되고 단순히 기업가의 역할만 강조된다. 오히려 기업가가 자리를 비울 경우 노동자들의 태만으로 기업이 부실화된다는 내용을 너무 부각시킨다. 정말 그런 것인가? 기업가 한사람만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노동자 없이도 기업이 성장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기업가가 탁월한 능력을 지닌다면, 처음부터 다시 혼자서 사업을 해서 성공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과거에는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부족했다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못하다. 아무리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사회이더라도 노동자를 동반자로 인식하지 않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은 성공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이 진정한 강소기업으로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려 한다면 한국의 기업가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람들이 외국의 다국적기업이 잘되기보다 우리나라 기업이 잘되기를 바라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사람 모두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 공동체의 이익과 발전을 바라기 때문에 국민의 세금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런데 기업 자신들만을 위하고 노동자나 일반 소비자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기업이 잘될 수 있도록 지원할 이유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의 불평등 구조 속에서 꿋꿋이 살아남아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과거 대기업의 잘못된 행동을 본받아 불법, 탈법을 저지르지 말고, 노동자와 소비자와 함께하는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저자가 말한 것과 같이 차별화된 기술, 비전, 마케팅으로 승부하기를 바란다. 또한 보다 고차원적인 기업 혁신을 통하여 미국의 애플보다 더 뛰어난 많은 강소기업이 등장해 우리나라가 일본, 독일과 같이 지속가능한 강소기업이 존재하여 허리가 튼튼한 경제구조를 갖추기를 희망한다.

2010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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