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 어린 시절 교회의 추억은 너무나 좋았다. 친절한 사람들과 교회의 온화한 분위기는 초등학교부터 치열한 경쟁에 휘둘리는 한국 사회에서는 도저히 맛보기 어려운 편안함을 주었다. 게다가 교회만큼 사회적 약자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는 곳도 보지 못했다. 학교나 사회에서는 장애인이나 빈곤층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을 주라고는 하지만 한 인격체로서 존중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주어야 하는 떨거지 정도로 생각한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아무리 약한 존재라도 구원을 받아야할 대상으로 존중받고 환영받는다는 사실에 나는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교회 외부에서 교회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교회에서 간간히 터져 나오는 각종 스캔들과 정치적ㆍ사회적 문제에 있어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들은 나의 가치관을 혼란하게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나 자신과 교회를 옹호하고 변명하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 됐다. 그러나 용납하기 어려운 일부 교회나 목회자의 행태 그리고 외국에서의 3년간 생활은 한국교회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한국 개신교 교회의 문제가 단순히 한 개인 또는 한 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구조적인 문제 속에 빠져 있음을 차츰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들은 교회의 밝은 측면보다는 어두운 측면을 들추어내는 과정이기에 한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깊숙이 생각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행히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많은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많이 있다는 점에 위안을 얻는다.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는 한국 교회의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많은 연구 결과 중의 하나이다. 저자는 한국 교회의 보수성을 미국 개신교 근본주의에서 찾는다. 미국 농촌사회를 기반으로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반작용으로 출현한 미국 근본주의 교회의 선교사들의 영향을 받은 한국 교회는 필연적으로 보수적인 관점을 가지고 출발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여기에 공산주의로부터 입은 박해로 반공주의가 덧붙여져 한국적 개신교 근본주의가 출현하게 된다. 한국 근본주의 교회는 신학적으로는 성서무오류설과 묵시적 종말론을 믿으며, 종교간의 대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다. 윤리적으로는 한국 사회의 혼란기에 윤리적 기준을 세우는 긍정적 역할을 하였으나, 언행의 불일치로 교회가 각종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또한 사회적 소수의 문제인 ‘여성’, ‘동성애’, ‘낙태’ 등의 문제에서도 맹목적적 반대로 합리적인 결론 도출을 방해한다는 문제도 앉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보수적 집권세력에는 친정부적, 진보적 집권세력에는 반정부적 태도를 보이며 경제적으로는 친자본주의, 성장주의, 기복주의의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저자는 한국 개신교 교회가 신학적ㆍ윤리적 차원에서는 개방적이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연구하고 대화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남의 눈에 있는 티끌’을 보기 전에 ‘자기 눈에 있는 들보’를 꺼내는 도덕적 반성과 결단을 촉구한다. 정치적으로는 맹목적 반공주의에서 벗어나 성경적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봄으로 교회가 ‘분열’의 중심이 아닌 ‘통합과 상생’의 기능을 통해 그리스도ㆍ십자가ㆍ복음의 자리로 돌아갈 것을 요청한다. 마지막으로 친자본주의적으로 성장과 기복에 초점을 맞춘 천민자본주의에 기생하지 말고, 교회를 하나님의 집으로 만들 것을 당부한다.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 이 책은 한국 개신교회가 왜 보수적인가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에게는 교회의 보수성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문제로 다가온다. 실천의 문제가 뒤따르게 된다. 당장 다음 일요일 교회에서 교역자의 설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각종 정치적ㆍ사회적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보수적 교회에서 자란 수많은 성도들에게 이같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감을 요하는 문제가 된다. 하지만 더욱더 많은 성도들이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세상과 절연된 채 교회 내에서만 안주하며 세상을 속되다고 욕만 하지 말고, 진정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참된 가치를 깨달아 사회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한국 사회의 발전에 기여해 나가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 추신 -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느낌은 아마도 세 분류로 나타날 것 같다. 우선 교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거부하고 저자를 욕하는 사람이 첫 번째일 것이다. 이런 느낌을 받은 사람은 근본주의 개신교회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기독교인일 것이다. 두 번째는 기독교의 잘못을 더욱 비판하고 욕하면서 통쾌함을 느끼는 사람일 것이다. 두 번째 부류의 사람은 분명 비기독교인일 것이다. 세 번째는 한국교회의 문제점에 가슴 아파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진리를 깨달았기에 결코 교회를 떠날 수 없지만 한국의 보수적 교회의 모습에 슬퍼하고 교회가 발전적으로 변화되기를 원하는 사람일 것이다. 나는 세 번째 부류의 성도들이 더욱 늘어나 한국 개신교회가 현재의 문제를 직시하고 새롭게 거듭남으로 그리스도 복음이 널리 퍼지고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