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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피니언 50 - 케임브리지 동문 3.000명의 선택!
웨인 비서 지음, trans-FAT 옮김 / TENDEDERO(뗀데데로) / 2010년 11월
평점 :
부분보다는 전체의 시각, 개인보다는 공동체의 시각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10년 전만해도 굉장히 낯설고 생소한 단어였지만 이제는 자주 듣는 말이 되었다. 낯선 말이 익숙해했다는 것은 새로운 개념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왔다는 의미이고, 머릿속에 들어온 생각은 실천 통하여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변화는 어느 한 순간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책 50권의 저자들은 현대 사회의 ‘지속불가능한’ 상황을 비판하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노력한 대표적 인물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의 영향력은 크지 않았지만, 오늘날 새로운 사회로의 진전에 관한 논의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중요 인물들이 되었다.
우선 이 책 ‘파워 오피니언 50’의 구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부(13권)에서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새로운 변화와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책이 소개되어 있다. 2부(15권)는 자본주의, 세계화, 경제학의 문제점들과 그 대안을 제안하는 책들이 있고, 3부(12권)에는 자본주의 사회의 중심 세력인 기업의 역할과 미래에 대한 책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4부(9권)는 환경 분야에 있어서 중요한 책이 소개되어 있다. 각각의 책들은 핵심 아이디어, 편저자의 해설, 발췌문, 저자 소개, 저자 인터뷰 내용으로 소개되어 있다. 저자의 사진도 첨부되어 있어 멀리 떨어진 근엄한 인물이 아닌 이웃집 아저씨, 아줌마와 같은 친근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소개되는 책들이 많다보니 그만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혼란을 주는 것 같다. 50권 책의 저자들은 현재의 사회가 지속불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모두 동의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 각각의 저자들이 희망하는 지속가능한 세계는 약간씩 차이가 있고 때로는 상충되기도 한다. 현재의 문제가 많은 자본주의 체제는 폐기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반대로 완벽한 자본주의를 실행해야 지속가능한 사회가 달성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기업에 관한 관점도 다양해서 기업은 이윤 추구라는 속성상 사회에 기여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도 있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경제적 이윤과 장기적으로 합치할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활동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저자도 있다.
이런 견해 차이로 지속가능성을 명확히 정의내리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지속가능성 이해에 있어서 ‘부분이 아닌 전체,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시각’이 필요하다는 점은 확실한 것 같다.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을 개별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자연과 다른 사람을 착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것이다. 이로 인해서 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환경 파괴가 정당화될 수 있고, 사회적 불평등이 용인될 수 있는 것이다. 서구사회의 잘못된 시각은 필연적으로 인류에게 암울한 미래를 가져다 줄 뿐이다. 게다가 앞으로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저자들은 기술적 조건은 역시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하며, 실천과 행동을 통해 사회가 변화될 것이라 믿는다.
‘파워 오피니언 50’은 지속가능성에 관한 책들을 소개한 책이다. 이 때문에 내용이 약간 어려울 수는 있지만 쉽게 서술되어 있어 ‘지속가능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교양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좋은 입문서의 기능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문화 수준이 질적으로도 참 높아졌다고 느꼈다. 책에 소개된 50권 모두는 아니지만 상당수의 책과 저자들의 다른 책들도 번역ㆍ출판되어 있었다. 지속가능성에 관해서 책을 읽고 싶다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것은 단지 지속가능성에 국한된 사항은 아닐 것 같다. 책과 책 읽기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너무 기쁜 일이다.
2010년 11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