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필리아 - 우리 유전자에는 생명 사랑의 본능이 새겨져 있다 자연과 인간 15
에드워드 윌슨 지음, 안소연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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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Consilience)’으로 유명한 저자 에드워드 윌슨의 책이다. 윌슨의 책은 처음 읽지만 그 명성만은 익히 들었다. ‘통섭’을 읽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건이 되지 못해 분량도 적고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바이오필리아(Biophilia)’를 먼저 읽게 되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난감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책의 내용이 나에게는 낯선 생물학을 중심으로 서술되지만 분명 전문 서적이 아닌 교양서적으로 일반 대중들이 어렵지 않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군데군데 새로운 지식을 주면서 흥미로운 부분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책의 주제도 ‘생명 사랑’이라는 명확한 주제로 귀결되기 때문에 목적 없이 중구난방으로 쓰인 책도 아니다. 그런데 총 9개의 장들이 너무나 독립적이어서 책을 읽는 과정에서 각 장의 내용과 책의 주제가 일관성을 가지고 연결이 되지 않았다.

 

남아메리카 수리남의 열대림 탐사를 시작으로 출발한 내용이 개미, 진화론, 인간 기원, 생명 윤리 등으로 가지치기하듯 뻗어 나가며 다양한 주제들이 등장한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시간이나 장소 또는 하나의 실마리에서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이 책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병렬적으로 나열된 후 마지막에 갑자기 내용이 ‘생명을 사랑하고, 자연을 보호해야한다’라는 결론으로 책이 마무리된다. 책의 구성이 너무나 생소해,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머릿속으로 예상하는 방식과는 책의 구성이 너무 판이해 읽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다.

 

서두의 추천사에 이 책은 ‘윌슨의 가장 개인적인 책’이라는 내용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은 논리적 구성으로 학문적 결과물이 아니다. 이 책은 저자 ‘윌슨’이 생명에 대해 느끼고 생각한 내용들을 모아 내놓은 것이다. 느낌과 생각이란 것은 정해진 결론을 향해 일관성을 가지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생각을 하다가도 갑자기 전혀 관계없는 생각이 툭 튀어나오기도 한다. 심각한 진지해야할 상황에서도 갑자기 눈물 흘리며 마음 아파할 때도 있다. 어느 방향으로 갈 수 없는 것이 느낌과 머릿속 생각의 특징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들과 느낌이 모일 때, 인간은 통찰력과 예지력을 가질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논리적 단계를 거치는 것들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직관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분명 논리적 구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러나 인류의 문명이 최상의 단계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현재의 인류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려주며, 생명을 사랑한다는 것과 자연을 보호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만류의 영장이라는 오만한 생각에서 깨어나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윌슨의 위대한 호소에 깊은 공감이 간다. 그렇기에 앞으로 읽으려하는 윌슨의 대표 저서 ‘통섭’이 더욱 기대된다.

 

2010년 1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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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주머니에 현금이 마르지 않는 비밀
김광주 지음 / 가디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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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후 경기가 나빠지면서 한 꺼풀 꺾이기 전까지 한국 사회의 화두는 단연 ‘재테크’였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버블 세븐 지역의 아파트는 몇 억이 뛰고, 주식이나 펀드는 수십, 수백 퍼센트의 수익률이 나왔다. 반면에 열심히 벌어 차곡차곡 쌓아 놓은 돈의 값어치는 알게 모르게 쪼그라들어 서울에서 집 한 채 장만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러니 사람들은 본업보다는 재테크로 돈 불리기 위한 방법에만 열중하였고 이런 시류에 편승해 책 한번 팔아보거나 금융회사 ‘찌라시’로 이런저런 재테크를 소개하는 책들이 한바탕 몰려왔다 몰려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재테크를 한다고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은 당연지사. 그리고 아무리 어수룩한 사람들이라도 한 번 속지 두 번은 속지 않는 법. 점차 사람들은 크게 돈 벌게 해준다는 엉터리 사기성 재테크 책보다는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재산을 운영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평생 주머니에 현금이 마르지 않는 비밀’은 과거 재무 설계라는 명목으로 장기간의 투자를 요구하는 재테크 방식이 우리 상황에 적당하지 않으니, ‘캐시플로디자인(cash flow design)’이란 자산 관리 방식을 추천한다. 다른 책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내용은 ‘2장 더 늦기 전에 캐시플로디자인에 눈을 떠라’이다. 기존의 재무 설계는 은퇴까지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한 사람들에게 적합한 방법이다. 주로 장기 보험을 중심으로 생애재무계획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은퇴 전까지 안정적으로 소득을 확보한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오늘날처럼 비정규직이 만연하고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 장기 보험은 오히려 독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개인연금 10년 유지율은 20%에 불과하다는 자료를 소개한다. 심지어 5%도 안 되는 보험회사도 있다고 말한다. 터무니없이 큰 금액의 보험을 가입했다고 해약을 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소득이 불안정할 수 있다는 전재 하에서 잉여현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을 강조한다. 장기 보험은 끝까지 완납할 수 있도록 금액으로 가입하여 중도 해지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하고, 기간별 현금흐름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단기 상품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금융회사의 달콤한 유혹에 속아 넘어가지 말고, 책임감 있게 자신의 자산을 관리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현금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과도한 금액의 장기 보험 가입이나 무모한 투자를 경계한다. 차곡차곡 모아 놓은 돈을 노리는 금융회사를 조심하고, 금융거래에 있어서 단순한 신뢰보다는 철저한 규칙을 따져야 한다고 말한다.

돈은 우리 생활에서 떼래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돈처럼 사람을 울고 웃기는 것도 없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이나 주식이다 하며 한국 사회에 휘몰아쳤던 재테크 열풍을 이제는 정확히 파악해야할 시점이 왔다. 모든 사람이 재테크를 하면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함에도 ‘나만은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심감에 사람들이 우르르 휩쓸려 다녔다. 이제는 냉정을 찾고 현실을 직시할 때다. 한 눈 팔면 코 베어가는 세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터무니없는 과욕을 버리고 자신의 자산을 잘 지켜 일부 세력들에게 휘둘려 손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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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학자의 행복한 고생학 - 긴 호흡으로 인생을 바라보라. 그때 고생은 의미가 된다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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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평생 살면서 고생을 한다. 먹을 것 부족해 어려움을 겪은 나이 드신 분들은 젊은 세대들을 향해 ‘고생도 모르며 산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어디 고생 없는 인생이 있을까! 방법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사람은 인생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다. 단 차이가 있다면 고생을 통해 자신이 인격을 성장시키는 사람과 다시는 고생을 경험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오히려 인격적으로 부족함이 더 해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인생에서 겪는 고생을 통찰력 있게 살피고 고생을 통해 성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한 철학자의 글이 있다.

지난 100년 한국 사람들은 정말로 큰 고생을 하며 살았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사회적 격변기에 절대적 빈곤이 겹쳐진 시대를 살았다. 삶에서 물러설 곳이란 어는 곳도 없는 시대, 생존하기 위해 생존할 수밖에 없던 시대였다. 힘들다고 중간에 포기할 수도 없는 것이 인생이다. 게임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하라고 하니까 할 수밖에 없고, 악쓰면 살 수밖에 없는 세대였다.

그리고 우리들 아버지, 어머니들은 절대적 빈곤에서는 벗어낫다지만 산업화, 도시화를 겪은 변화의 시대를 살았다. 끔직한 독재의 경험을 당연하다 믿고 살다가 어느 순간 민주화를 겪은 세대로 공적 영역에서는 자유를 맛보고 있지만 사적 영역에서는 여전히 권위와 명령에 복종해 시대를 살았다. ‘열심히’ 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살면서, 회사를 내 집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해야 하니까 한다는 의무감에 살았으며, 조금 더 여유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애쓰면 살 던 세대였다.

마지막으로 자식 세대, 이들처럼 고생을 모르고 산 시절이 있었을까 생각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고생이 이들을 기다라고 있다. 이들이 이제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어느 한 분야만 잘하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 모든 것을 잘 해야 된다. 이른바 스펙 쌓기. 대학 졸업만으로는 부족하다. 영어는 기본, 취업을 위한 각종 경험과 경력들 그러고도 이들은 이태백이 아닌가! 그러고도 세상은 ‘고생도 모르고 산 것들’ 이라고 외면한다. 배고픈 적 없다고 무시당하는 세상, 이게 더 서럽다.

고생! 피하려 하면 할수록 삶의 한복판에서 정면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인생의 동반자. 이 친구를 만나면 사람은 어떻게 될까? 어떤 사람은 고생을 만나 독선, 과시, 불신, 포기라는 미운 자식들을 낳아 그 속에 둘러싸여 산다. 고집불통이다. 요즘의 화두인 소통이란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더 고약한 고생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겸손, 여유, 나눔, 공존이라는 고생의 어여쁜 자식을 낳은 사람들은 사막에서 꽃을 피우고, 인생에서 희망을 피우는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난다. 고생(苦生)을 고생(枯生)으로 이끌지 고생(高生)으로 이끌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한다(p.145).

후기 : 우연치 않게 좋은 글을 읽었다. 뜻하지 않게 곳에서 횡재를 한 느낌이다. 오랜만에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깊이 있는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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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우화 -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
버나드 맨더빌 지음, 최윤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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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보다 더 노골적으로 욕심을 드러낸 글이 있을까? 사람들은 자신의 욕심이 있어도 겉으로는 그럴듯한 이론으로 추악한 면을 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아무리 300년 전 옛날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욕심이 오히려 더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맨더빌’에게는 그 황당함으로 인해 분개함마저 못 느끼겠다. 오히려 사기와 사치가 좋은 것이라는 말에는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 과연 이런 사람에게 인간의 존엄성이 남아 있기는 한 것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한다고는 해도 최소한의 수치심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투덜대는 벌집 : 또는, 정직해진 악당들(pp.95~121)’은 맨더빌의 사상이 압축되어 있다. 하지만 사상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사회경제적 현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을 보여준다고 말하는 것이 더 옳을 것 같다. 인간을 벌로 비유하는 우화의 형식을 빌리기는 하지만 이러한 비유는 중요한 요소는 아닌 것 같다. 이 글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당시 영국에서는 온갖 사악한 짓들이 벌어지고 있다. 악당들이 착하고 순진한 사람들을 속여 그들의 것을 가로채고 있다. 정직한 사람들은 없고 변호사, 의사, 성직자, 군인, 재판관 등 모두가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 이러한 부정 속에서도 영국은 어떤 사회보다도 잘살고 풍요롭다. 하지만 개개인들이 악행을 멈추고 정직해지고 검소해진다면 이러한 풍요와 부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 말한다. 사기와 사치와 오만이 있어야만 부유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정직과 검소한 생활로는 넉넉하게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정말 일반인의 상식과 도덕의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제목에 쓰인 것처럼 개인의 악덕이 모이고 쌓이면 사회의 이익이 된다는 내용인데 정말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다. 설령 맨더빌의 주장이 옳다고 해도 개인의 악덕에서 나온 사회의 이익은 과연 누구를 위한 이익인가! 소수 특권층에게 집중된 이익이 사회 전체의 이익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게다가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부 부자들의 사치스런 소비 생활에 연명해 근근이 먹을 만큼만 먹고 살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오늘날의 사람 가운데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상식일 것이다.

 

역자가 말하듯이 당시 사회적 환경 속에서 맨더빌이 의의를 가지는 측면도 있다. 겉으로는 도덕을 외치치만 실제로는 자기 이익만을 바라는 당시 중상주의자들에게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맨더빌의 주장이 옳을 수는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역자가 말하듯이 오늘날에도 이러한 맨더빌의 주장이 ‘신자유주의’로 이름만 바꿔 세상에 돌아다닌다.

 

신자유주의는 원래 주류 경제학이 아니라 정치인들과 재산가들이 만들어낸 풍조라 할 것인데, ~ 물론 오늘날에는 신자유주의자라도 아무도 맨더빌과 같은 노골적인 표현을 솔직하게 내뱉지 않는다. 매력적인 구호들로 화려하게 구미고 있다. 그러나 그 속셈은 많이 닮아 있지 않은가? 아담 스미스는 “서툰 사람은 맨더빌에게 쉽게 빠져든다”고 경고했다. (역자 해제 p. 81)

 

일반인들이 맨더빌과 신자유주의자의 주장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 우리들은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고, 옳지 않은 주장들에 반박해야할 것이다. 공정한 사회, 올바른 경제 환경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 교묘한 탈을 쓴 맨더빌과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순간의 방심은 맨더빌과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출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 그렇기에 잘못된 것을 인식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역자의 노력과 식견에 찬사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맨더빌의 사상을 한 마디로 정리해주는 역자 서문의 일부분을 발췌함으로 서평을 마무리 한다.

 

공정한 사회? 맨더빌은 돈 벌 욕심을 아예 버리라는 낡은 도덕을 비판한 사람이다. 그런 맨더빌을 따라 돈 벌 욕심을 맏아들이되, 나 돈 벌자고 남의 눈에 피눈물 흐르게 하는 짓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스미스의 도덕감정이고 그런 짓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칸트의 도덕원칙이다. 공정한 사회는 그 위에 세워진다. (역자 서문,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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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법치, 그 길을 묻다
김기섭 지음 / 시간여행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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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한 분야에 종사한 사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전문가가 될 것이다. 자기 분야의 문제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살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며, 전체적인 상황도 살필 수 있는 통찰력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의 글은 해당 분야를 쉽게 조망할 수 있게 해주면서 사건 하나하나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식견을 준다. ‘법’이라는 분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한 평생 법조계에 몸담고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법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으며, 멀게만 느껴지던 법이 우리 일상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은 법조계에서 일평생을 지낸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판사 시절의 어려움과 갈등 그리고 자부심, 변호사를 하면서 겪었던 문제들을 주제별로 엮어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견해를 명확히 밝혀 한국 사회가 법치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어쩌면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일 수도 있는 경력과 일부의 비난을 살 수도 있는 글을 과감하게 썼다는 점에서 저자의 용기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점들로 인해서 이 책을 읽으면 한국 사회와 법조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으며, 바람직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길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멀게만 느껴지는 법, 권위적으로만 느껴지는 법이 조금 더 가깝게 해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저자가 밝히듯이 회고록 형식으로 쓰인 책이다 보니 상세한 논증이나 논술 과정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전체적인 맥락이나 과거 사건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글을 읽다보니 몇몇 부분은 이해하기가 힘든 곳도 있었다. 특히 조세 부문에 관한 이야기는 세심하게 설명을 더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무래도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복잡한 세금 내역을 이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세금 한 번 내는데 왜 이리 복잡한지! 경험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그리고 중간 중간 맥락에서는 벗어나는 내용들이 있어 글을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 같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의미 있고 중요한 사안일 수 있지만 출판된 글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되풀이되는 공치사에 민망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1974년에 축의금 410만원 받았다는 이야기는 왜 쓰는지!)

 

아무튼 전체적으로는 ‘법’이라는 분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글 속에는 법이라는 분야에 한 평생 종사한 ‘장인’의 숨결이 느껴진다. 책에 쓰인 내용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분들도 있다 보니 어떤 사람은 저자의 의견에 찬성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반대하기도 할 것이다. 나 역시도 어떤 부분에는 찬성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반대한다. 하지만 이 책은 사회 발전이나 사회 변화라는 측면에서 읽기보다는 한 평생 자신이 종사한 분야를 사랑하고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심정으로 읽어야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과 같이 자신의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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