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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우화 -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
버나드 맨더빌 지음, 최윤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1월
평점 :
세상에 이보다 더 노골적으로 욕심을 드러낸 글이 있을까? 사람들은 자신의 욕심이 있어도 겉으로는 그럴듯한 이론으로 추악한 면을 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아무리 300년 전 옛날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욕심이 오히려 더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맨더빌’에게는 그 황당함으로 인해 분개함마저 못 느끼겠다. 오히려 사기와 사치가 좋은 것이라는 말에는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 과연 이런 사람에게 인간의 존엄성이 남아 있기는 한 것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한다고는 해도 최소한의 수치심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투덜대는 벌집 : 또는, 정직해진 악당들(pp.95~121)’은 맨더빌의 사상이 압축되어 있다. 하지만 사상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사회경제적 현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을 보여준다고 말하는 것이 더 옳을 것 같다. 인간을 벌로 비유하는 우화의 형식을 빌리기는 하지만 이러한 비유는 중요한 요소는 아닌 것 같다. 이 글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당시 영국에서는 온갖 사악한 짓들이 벌어지고 있다. 악당들이 착하고 순진한 사람들을 속여 그들의 것을 가로채고 있다. 정직한 사람들은 없고 변호사, 의사, 성직자, 군인, 재판관 등 모두가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 이러한 부정 속에서도 영국은 어떤 사회보다도 잘살고 풍요롭다. 하지만 개개인들이 악행을 멈추고 정직해지고 검소해진다면 이러한 풍요와 부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 말한다. 사기와 사치와 오만이 있어야만 부유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정직과 검소한 생활로는 넉넉하게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정말 일반인의 상식과 도덕의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제목에 쓰인 것처럼 개인의 악덕이 모이고 쌓이면 사회의 이익이 된다는 내용인데 정말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다. 설령 맨더빌의 주장이 옳다고 해도 개인의 악덕에서 나온 사회의 이익은 과연 누구를 위한 이익인가! 소수 특권층에게 집중된 이익이 사회 전체의 이익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게다가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부 부자들의 사치스런 소비 생활에 연명해 근근이 먹을 만큼만 먹고 살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오늘날의 사람 가운데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상식일 것이다.
역자가 말하듯이 당시 사회적 환경 속에서 맨더빌이 의의를 가지는 측면도 있다. 겉으로는 도덕을 외치치만 실제로는 자기 이익만을 바라는 당시 중상주의자들에게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맨더빌의 주장이 옳을 수는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역자가 말하듯이 오늘날에도 이러한 맨더빌의 주장이 ‘신자유주의’로 이름만 바꿔 세상에 돌아다닌다.
신자유주의는 원래 주류 경제학이 아니라 정치인들과 재산가들이 만들어낸 풍조라 할 것인데, ~ 물론 오늘날에는 신자유주의자라도 아무도 맨더빌과 같은 노골적인 표현을 솔직하게 내뱉지 않는다. 매력적인 구호들로 화려하게 구미고 있다. 그러나 그 속셈은 많이 닮아 있지 않은가? 아담 스미스는 “서툰 사람은 맨더빌에게 쉽게 빠져든다”고 경고했다. (역자 해제 p. 81)
일반인들이 맨더빌과 신자유주의자의 주장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 우리들은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고, 옳지 않은 주장들에 반박해야할 것이다. 공정한 사회, 올바른 경제 환경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 교묘한 탈을 쓴 맨더빌과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순간의 방심은 맨더빌과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출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 그렇기에 잘못된 것을 인식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역자의 노력과 식견에 찬사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맨더빌의 사상을 한 마디로 정리해주는 역자 서문의 일부분을 발췌함으로 서평을 마무리 한다.
공정한 사회? 맨더빌은 돈 벌 욕심을 아예 버리라는 낡은 도덕을 비판한 사람이다. 그런 맨더빌을 따라 돈 벌 욕심을 맏아들이되, 나 돈 벌자고 남의 눈에 피눈물 흐르게 하는 짓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스미스의 도덕감정이고 그런 짓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칸트의 도덕원칙이다. 공정한 사회는 그 위에 세워진다. (역자 서문, p.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