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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법치, 그 길을 묻다
김기섭 지음 / 시간여행 / 2010년 11월
평점 :
평생을 한 분야에 종사한 사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전문가가 될 것이다. 자기 분야의 문제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살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며, 전체적인 상황도 살필 수 있는 통찰력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의 글은 해당 분야를 쉽게 조망할 수 있게 해주면서 사건 하나하나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식견을 준다. ‘법’이라는 분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한 평생 법조계에 몸담고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법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으며, 멀게만 느껴지던 법이 우리 일상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은 법조계에서 일평생을 지낸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판사 시절의 어려움과 갈등 그리고 자부심, 변호사를 하면서 겪었던 문제들을 주제별로 엮어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견해를 명확히 밝혀 한국 사회가 법치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어쩌면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일 수도 있는 경력과 일부의 비난을 살 수도 있는 글을 과감하게 썼다는 점에서 저자의 용기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점들로 인해서 이 책을 읽으면 한국 사회와 법조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으며, 바람직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길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멀게만 느껴지는 법, 권위적으로만 느껴지는 법이 조금 더 가깝게 해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저자가 밝히듯이 회고록 형식으로 쓰인 책이다 보니 상세한 논증이나 논술 과정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전체적인 맥락이나 과거 사건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글을 읽다보니 몇몇 부분은 이해하기가 힘든 곳도 있었다. 특히 조세 부문에 관한 이야기는 세심하게 설명을 더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무래도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복잡한 세금 내역을 이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세금 한 번 내는데 왜 이리 복잡한지! 경험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그리고 중간 중간 맥락에서는 벗어나는 내용들이 있어 글을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 같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의미 있고 중요한 사안일 수 있지만 출판된 글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되풀이되는 공치사에 민망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1974년에 축의금 410만원 받았다는 이야기는 왜 쓰는지!)
아무튼 전체적으로는 ‘법’이라는 분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글 속에는 법이라는 분야에 한 평생 종사한 ‘장인’의 숨결이 느껴진다. 책에 쓰인 내용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분들도 있다 보니 어떤 사람은 저자의 의견에 찬성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반대하기도 할 것이다. 나 역시도 어떤 부분에는 찬성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반대한다. 하지만 이 책은 사회 발전이나 사회 변화라는 측면에서 읽기보다는 한 평생 자신이 종사한 분야를 사랑하고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심정으로 읽어야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과 같이 자신의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