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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학자의 행복한 고생학 - 긴 호흡으로 인생을 바라보라. 그때 고생은 의미가 된다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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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평생 살면서 고생을 한다. 먹을 것 부족해 어려움을 겪은 나이 드신 분들은 젊은 세대들을 향해 ‘고생도 모르며 산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어디 고생 없는 인생이 있을까! 방법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사람은 인생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다. 단 차이가 있다면 고생을 통해 자신이 인격을 성장시키는 사람과 다시는 고생을 경험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오히려 인격적으로 부족함이 더 해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인생에서 겪는 고생을 통찰력 있게 살피고 고생을 통해 성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한 철학자의 글이 있다.
지난 100년 한국 사람들은 정말로 큰 고생을 하며 살았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사회적 격변기에 절대적 빈곤이 겹쳐진 시대를 살았다. 삶에서 물러설 곳이란 어는 곳도 없는 시대, 생존하기 위해 생존할 수밖에 없던 시대였다. 힘들다고 중간에 포기할 수도 없는 것이 인생이다. 게임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하라고 하니까 할 수밖에 없고, 악쓰면 살 수밖에 없는 세대였다.
그리고 우리들 아버지, 어머니들은 절대적 빈곤에서는 벗어낫다지만 산업화, 도시화를 겪은 변화의 시대를 살았다. 끔직한 독재의 경험을 당연하다 믿고 살다가 어느 순간 민주화를 겪은 세대로 공적 영역에서는 자유를 맛보고 있지만 사적 영역에서는 여전히 권위와 명령에 복종해 시대를 살았다. ‘열심히’ 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살면서, 회사를 내 집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해야 하니까 한다는 의무감에 살았으며, 조금 더 여유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애쓰면 살 던 세대였다.
마지막으로 자식 세대, 이들처럼 고생을 모르고 산 시절이 있었을까 생각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고생이 이들을 기다라고 있다. 이들이 이제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어느 한 분야만 잘하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 모든 것을 잘 해야 된다. 이른바 스펙 쌓기. 대학 졸업만으로는 부족하다. 영어는 기본, 취업을 위한 각종 경험과 경력들 그러고도 이들은 이태백이 아닌가! 그러고도 세상은 ‘고생도 모르고 산 것들’ 이라고 외면한다. 배고픈 적 없다고 무시당하는 세상, 이게 더 서럽다.
고생! 피하려 하면 할수록 삶의 한복판에서 정면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인생의 동반자. 이 친구를 만나면 사람은 어떻게 될까? 어떤 사람은 고생을 만나 독선, 과시, 불신, 포기라는 미운 자식들을 낳아 그 속에 둘러싸여 산다. 고집불통이다. 요즘의 화두인 소통이란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더 고약한 고생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겸손, 여유, 나눔, 공존이라는 고생의 어여쁜 자식을 낳은 사람들은 사막에서 꽃을 피우고, 인생에서 희망을 피우는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난다. 고생(苦生)을 고생(枯生)으로 이끌지 고생(高生)으로 이끌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한다(p.145).
후기 : 우연치 않게 좋은 글을 읽었다. 뜻하지 않게 곳에서 횡재를 한 느낌이다. 오랜만에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깊이 있는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