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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인문학 - 넓게 읽고 깊이 생각하기
장석주 지음 / 민음사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서평집이다. 서평집을 읽고 서평을 써야하는 어려움에 또 처했다. 수많은 서평 단문들 속에서 저자의 의도와 생각을 찾아내야 하는 작업을 해야만 한다. 게다가 프로 서평가의 글을 아마추어가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이마저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책읽기를 업으로 삼는 저자의 폭넓고도 깊은 독서 목록을 보니 읽기도 전에 책에 질린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책을 읽고 저자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제목 ‘일상의 인문학’처럼 소재들이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것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들을 나도 한 번씩은 생각해 봤던 것들이라 내 생각과 책의 내용을 비교할 수 있었다. 이런 연유로 저자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시선들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일단 소재들은 정말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것들이다. 일요일, 노동, 흡연, 음식, 축구, 결혼, 사랑, 불륜, 죽음, 돈 등등이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누구나 생각하는 것이고, 나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정리를 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요일, 일주일에 한 번 정말 편히 쉴 수 있는 시간.
노동, 힘들지만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인생의 가치.
흡연, 정말 싫다. 특히 아침 출근 시간 내 앞에 걸어가는 사람이 담배를 피면.
음식, 먹는 즐거움, 이것 없이 살 수 있을까?
축구, 유럽 사람들 축구에 미친 사람들.
결혼, 사랑, 불륜, 알 수 없는 남녀의 관계.
죽음, 모든 사람은 죽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살지.
돈, 없어도 걱정 있어도 걱정, 돈의 노예로 살고 있는 사람들.
이런 일상적인 소재들과 관련된 책들을 ‘넓게 읽고 깊이 생각하여’ 맛깔스러운 글 씨로 표현한 이 책을 내 생각들과 연결하면서 읽는 것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도저히 알 수 없었거나 손이 갈 수 없었을 책들을 소개받고 읽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 이 책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낯 뜨겁기는 하지만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구절을 읽고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는 사람을 없을 것 같아 책의 한 부분을 옮겨보면, ‘제 몸속으로 파고든 당신의 손가락, 제 입술에 닿은 당신의 혀. 당신은 제 몸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와요. 당신은 제 엉덩이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저를 들어 올려요. 그리고… (알렉산드로 바리코, 비단)’. 인용한 글은 228페이지에서 229페이지에 담긴 글의 내용 중 한 부분을 옮겨 놓은 것이다. 뒷부분은 더 자극적인 내용이라 ‘차마’ 더 쓰기도 민망해 그만 두었다. 하지만 ‘비단’이라는 책을 읽고 싶어지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여기에 소개된 여러 책들을 읽고 싶어지니, 이 책 정말로 좋은 서평집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