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대논쟁
한국사회과학협의회.중앙SUNDAY 공동기획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거창한 제목의 책이다. 책 표지 앞뒷면의 문구도 대단하다. ‘한국의 대표 석학 51, 미래를 진단한다’, ‘2013년 체제의 나침반을 제시한다’, ‘한국 최초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융합그리고 저자 51명의 사진이 앞표지를 장식한다. 일반적인 도서 표지 디자인과는 사뭇 다르다. 책 표지라기보다는 잡지 표지가 더 어울린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우려 속에 책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

 

저자들은 확실히 내로라하는 학자들이다. 나도 여기저기서 한두 번씩 들어본 이름들이 많다. 내용들도 하나하나가 그냥 나온 말은 아니다. 많은 연구와 생각들 속에서 나온 글이다. 한국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제 전반의 문제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원론적인 수준에서 대안이 제시되기도 하고, 다소 세부적인 측면에서 해결 방안이 제시되기도 한다. 많은 저자들이 글을 썼지만 페이지 분량의 한계 때문인지 전체적으로는 유사한 방향으로 글이 전개되었다. 물론 서로 상반된 입장의 견해로 제목처럼 저자 간 논쟁이 크게 일어날 수도 있을 부분도 있기는 하다.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융합을 추구한다는 취지답게 글을 읽는 것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의 깊이가 있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책의 장점보다는 책의 단점이 더 크게 보인다. 우선 저자 한 명 한 명이 짧은 지면 안에 서론, 본론, 결론을 담은 글을 쓰다 보니, 앞에 나온 글이 뒤에서도 다시 나오는 경우가 계속되었다. 한 주제에 관해 네 명의 저자가 글을 썼는데, 네 명의 저자가 모두 서론 부분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하니 책 읽기가 정말 지루했다. 예를 들어 고용 구조에 관한 글을 쓴 네 명의 저자 모두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고용 구조가 변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논지로 서론을 전개하고 있다. 글을 쓴 저자들이야 도입부에 필수적으로 써야할 필수적인 내용이지만, 동일한 내용을 네 번씩이나 읽어야 하는 독자로서는 여간 지루할 수 없었다. 게다가 저자들이 원론 수준에서 글을 마치다보니 대논쟁이라는 취지와는 무색하게 문제 인식과 해결 방안도 별반 차이가 없으니, 똑같은 글을 네 번씩 읽게 만드는 지루함을 주고 있다. 제목은 말의 총탄인 오고가는 전장인데, 실상은 찻잔이 오고가는 찻집 분위기이다.

 

훌륭한 저자와 좋은 글이지만, 여러 명의 저자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쓸 때 나오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아쉬운 책이라는 느낌이다. 차라리 신문의 사설이나 논평에서 따로따로 읽었다면 더 좋았을 글들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에 딱 맞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새로운 시도는 항상 시행착오를 겪는 법. 딱딱한 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글로는 합격이지만 편집 문제와 지면의 제한이라는 한계로 책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아쉬운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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