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 - 한국경제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한 안내서
김승식 지음 / 끌리는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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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경제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한 안내서라는 다소 거창한 부제목을 가진 책이다. 표지 하단의 살아 있는 한국경제의 숨겨진 진실!’이라는 문구는 더 거창하다. 그러나 책 내용을 보면 그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한국경제의 문제점과 해결책에 관한 내용들이 나온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이야기한 다른 책이나 교과서 내용들과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 예전 책들과 차이가 있다면 자료들이 최신 것으로 업데이트되었다는 정도로 느껴진다.

 

 

 

목차만 보면 견적이 딱 나오는 책이지만, 책을 읽을수록 왜 한숨만 나오는지 모르겠다. 한국경제에 대해 이같이 진단을 내린 책이 한두 권 있는 것도 아니고, 해결책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런 부류의 책을 읽으면 한 숨이 멈추질 않는다. 빈부격차, 부동산, 비정규직, 재벌, 국가 재정 등 원인과 대책이 뻔히 눈에 보이는 것들이고, 수년전 또는 수십 년 전부터 이야기되어 왔던 것들이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경제는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똑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책임에도 새롭게라는 수식어가 아직도 붙어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되돌아보면 민주화 과정 속에서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었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보다 경제적 안정성에서는 좋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물론 많은 것들이 변했다. 교역규모는 1조 달러를 넘어섰고, 외환위기 이전에는 보급되지 않았던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등으로 질적으로 우리의 삶은 많이 변화되었다. 하지만 경제적 문제로 인한 우리들 마음속에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한편에서는 엄청난 경제적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빈곤층도 점점 많아져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정부가 이런 양극화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점점 옅어져 가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승승장구하면 국제 사회에서 성공한 국가 대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1인당 GDP3만 달러, 4만 달러로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주인이라는 국민 중 대다수는 살아가면서 조금의 여유도 누리지 못한 채 쫓기며 살아갈 것 갔다. 10대는 진학, 20대는 취업, 30대는 결혼과 출산, 40대 양육과 교육, 50대는 노후 준비를 놓고 한평생 쉬지 못하고 살아가야만 할 것 갔다. 그리고 일부는 낙오되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현재의 상황이 개선되지 못할 수도 있다.(자살은 우리나라에서 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사망원인이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국민들의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거나, 적어도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정부가 문제 해결 대신 국민들에게 짐 하나를 더 얹을 때가 많으니 갑갑할 때가 많다. 그리고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놓쳤다고 생각하니 더 갑갑해진다.

 

 

 

그러나 가장 절망적 순간에도 희망이 있다는 사실에 꿈과 기대를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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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발견에서 유전자변형까지 미래과학 로드맵 2
존 판던 지음, 김해영 엮고 옮김 / 다섯수레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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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쉽게 설명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개념, DNA와 유전자변형

 

 

제목 자체가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DNA와 유전자변형이라는 말 자체가 사람을 압도해버리는 전문 용어라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읽다보니 아주 어려운 책은 아니다.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으로 그림, 사진 등이 많이 들어가 있으면, 서술 방식도 아주 어렵지는 않다. 어떤 부분에서는 설명 방식이 굉장히 효과적인 곳도 있어서, 유전학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들도 지금까지 어려워했던 내용을 쉽게 이해시켜 주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66페이지의 육종과 유전자변형의 차이를 설명한 그림은 굉장히 잘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책의 기본이 되는 내용에 전문 용어들이 많이 들어간 탓에 책의 전반부는 읽기가 쉽지만은 않다. 학창 시절 과학 시간에 배운 내용을 떠올리면 세포, , 염색체, DNA 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RNA가 등장하는 순간부터는 잘 이해가 안 되는 면이 있다. 피상적인 의미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솔직히 이해가 어려운 측면이 많다. 다행히 책의 초점은 DNA 구조가 아니라 유전자변형 식물과 유전자변형 동물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DNA 구조가 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더라도 책을 읽는 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 유전자변형 기술의 문제점

 

 

이 책은 전반적으로 유전자변형에 대해 우호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물론 유전자변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반영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유전자변형 작물이 인류의 생존에 큰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견해에 더 큰 지지를 표하는 것 같다. 유전자변형에 대해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내 입장에서는 다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내가 GM 작물에 대해 전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수많은 기술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유전자변형 기술도 인류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GM 작물이 인류에게 언젠가는 큰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지금 현재는 생각하지 못하고 파악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부작용들은 충분히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을 때에 GM 작물을 보급하고 확산시켜도 늦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토록 원자력 발전이 안전하다는 사람들의 주장은 기억해 보자.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쓰나미로 인한 일본의 원전 사고를 생각해 본다면, 인간이 모든 기술을 제어하고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GM 작물도 현재는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떤 문제가 터져 나올지 모른다. 그리고 환경 문제로 외국의 농산물 검역을 까다롭게 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GM 작물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 같기도 하다.

 

 

 

- 유전자변형 작물을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의 행태

 

 

그리고 또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유전자변형 작물 개발에 선두에 서 있는 기업의 행태이다. 이 책에도 나왔듯이 농민들에게 종자를 지속적으로 팔기 위해 종자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작물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행태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선진국 농부들이야 그렇더라도 개도국 농민들이 비싼 종자를 구입한 후 농사를 망치면, 다음해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유전자변형 작물 생산 기업의 행태를 볼 때면 분노가 솟구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기술은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 파급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인류 사회의 사회경제적 상황 때문에 일어난다고 본다. 새로운 기술을 자연환경과 사회환경 속에 잘 접목시키는 데에는 항상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인류의 생존 문제가 중요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유전자변형 작물이 없어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럿 있을 것이다. 조금 천천히 생각하면서 유전자변형 작물이 안전하다는 확신과 증거가 나온 이후에 인류의 생존을 위해 GM 작물을 보급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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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의 물리학 - 일상이 즐거워지는 물리 이야기
이기진 지음 / 이케이북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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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도 나와 있듯이 이 책은 채널예스에 연재한 칼럼을 엮은 것이다. 책을 읽은 후 호기심에 칼럼도 한 번 살펴봤는데, 내용이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구성과 분량은 차이가 있지만 내용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는 책을 다시 보니 칼럼보다 상당히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럼은 일반인들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과학 이야기로 느껴지지만, 책은 일반인보다는 중학생 수준에 어울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일한 내용인데 인터넷으로 볼 때와 책으로 볼 때의 느낌이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아무래도 모니터 앞에 앉아 있으면 빨리빨리 정보를 접하고 넘어가게 된다. 반면, 책상에 앉아 책을 읽으면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정보를 접하게 된다. 이런 차이가 정보의 이해와 습득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인터넷 칼럼에 비해 책 내용이 쉬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본론으로 돌아와 책을 보면 이 책은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은 물리학이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물리학보다는 폭 넓은 범위의 과학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야기들은 모두 어렵지 않게 구성되어 있다. 복잡한 공식과 숫자 대신에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책 읽는 재미를 한층 높여 준다. 2단원의 블랙홀과 암흑물질에 관한 이야기는 내용 자체가 워낙 어렵거나 생소하기 때문에 약간 부담되는 면들이 있지만, 다른 내용들은 대부분 우리가 일상에서 한번쯤 호기심을 가져봤을 내용들이다.

 

그리고 단원의 말미마다 나온 그림들은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한 번 쯤 생각해볼 필요성도 있는 내용이다. 예를 들면, “박사님, 어떤 특허가 좋은 특허인가요?”라는 질문에, “소송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 특허라는 대답은 정말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인 것 같다. 요즘 텔레비전 광고에도 많이 나오듯이 예전에는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아이들이 더 많아졌다. 이 책 저자가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아버지는 과학자, 딸은 2NE1의 멤버니 딱 그 사례에 해당한다.

 

왜 그럴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내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본다면, 당시에 과학은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었던 것 같다. 과학이라는 마법 상자 안에 무엇인가 신기한 것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요즘에 언론에서 비치는 과학은 꿈과 마법이라기보다는 특허나 산업 수단을 통한 돈벌이와 경쟁 수단의 하나로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돌가수는 휘황찬란한 조명과 의상 속에서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보여 주는 것 같다. 혹시 너무 돈벌이 수단으로 과학을 강조하다보니 과학 속에서 꿈과 호기심이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닐까? 아쉬움이 든다.

 

아무튼 어린 학생들에게 과학을 통해 꿈과 호기심을 심어 줄 수 있는 글이 인터넷과 책을 통해서 더 많이 나와 과학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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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잔과 토마토 두 개 - 오광진 우화소설
오광진 지음 / 문이당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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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작가의 소설을 읽기는 오랜만인 것 같다. 먼저 소설을 잘 안 읽은 탓이 클 것이다. 그리고 작품성이 검증된 작가와 소설만 읽은 탓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2013년 초반에 낯선 작가의 소설을 접하는 좋은 기회가 가졌다.

 

우화소설이라는 부제목 때문에 이솝우화와 같은 단편집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단편집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개별 단락을 하나의 단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개별적인 단편들을 연결하고 마무리해주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어 하나의 장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인 내용은 가브리엘이라는 꼬마 천사와 주인공의 동화같은 여행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여행들은 마치 크리스마스 캐럴의 과거, 현재, 미래의 여행처럼 시간과 장소를 넘나들고 있다. 물론 우화소설이다보니 말을 할 수 없는 소나무, 모래바람 등의 사물들이 주인공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소설은 전반적으로 어른인 주인공과 꼬마천사 가브리엘 간의 대화로 진행된다.

 

소설은 입사 시험에 떨어지고 집에 돌아온 주인공 앞에 꼬마천사 가브리엘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꼬마천사 가브리엘은 주인공을 이곳저곳으로 데리고 다닌다. 그러는 과정에서 재물, 명예, 권력 등의 덧없음과 물, 음식, 인간관계 등의 중요함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주인공은 깊은 깨달음 속에 위로와 기쁨을 얻게 되고 소설은 끝이 난다.

 

많은 소설이 그러듯이 소설의 이야기는 작가의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이 책도 그와 같다. 추천의 글에 나오듯이 산골에서 농사짓는 저자가 자연을 통해서 얻은 영감이 글 속에 많이 반영되어 있다. 또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꼬마천사 가브리엘을 통하여 많이 보여주고 있다. 자연과 아이들의 과점에서 우리 어른들은 정말로 이상하고 쓸모없는 것에 집착하고 있고, 정말 우리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에는 소홀히 하고 있음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소설 속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따뜻함과 편안함을 준다. 그리고 꼬마천사 가브리엘을 통하여 어린이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한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돈과 명예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물과 음식이 훨씬 중요하다는 평범하지만 결코 변할 수 없는 진리를 다시금 느낄 수 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고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소설 속에서 햄버거를 맛있는 음식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몇 차례 등장한다. 건강에도 별로 좋지 않고 지구 환경에 좋지 않은 햄버거는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전체적인 소설 내용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자연을 생각하고 지구를 생각한다면 목차 속지를 쓸데없이 너무 많이 집어넣어 책을 두껍게 만든 편집 방향도 소설 내용과는 약간은 어긋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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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았습니다 - 김근태 이야기 역사인물도서관 1
최용탁 지음, 박건웅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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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위인 전집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위인전을 통해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와 그 사람의 업적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역사 상 중요했던 인물들의 삶에 대해 계속 읽다보니 세계사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까지 위인전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런데 중학교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위인전의 문제점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당신은 위인전을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위인전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에 당시에는 선생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이런 저런 책들을 읽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위인전이 바람직하지 않은 책이라는 중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다른 것은 제쳐두고 형식만 놓고 보자면, 대부분의 위인전은 너무 천편일률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위인은 태어날 때부터 보통 사람들과 뭔가 다르고, 성장 과정에서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탁월한 점이 크게 부각이 된다. 태어날 때 별똥별이 떨어졌다는 둥, 몸에 북두칠성 형태로 점이 있다는 둥, 위대한 인물이 죽었을 시점에 태어났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리고 운명에 이끌려 누구도 넘보기 힘든 커다란 업적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엑스트라로 평가 절하된다.

 

과연 그럴까? 사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위인전은 어떤 한 사람을 미화하기 위해 창작되고 꾸며지고 과장된다. 솔직히 말해 태어날 때부터 위인으로 태어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이 쌓여가면서 그리고 시대적 상황 속에서 위대한 인물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혼자만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여서 큰 일이 이루어질 텐데, 위인전은 마치 한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완전히 변화된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 책의 김근태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김근태는 어떤 인물인가! 민주주의를 위해 한 평생 노력해온 사람이다. 하지만 김근태가 태어날 때부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홀로 커다란 짐을 지고 태어난 사람은 아니다.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를 바라보고 선배들과 동료들과의 사회화 과정 속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행동가로 나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 변절한 많은 사람들과 달리 엄청난 고문 속에서도 꿋꿋이 민주화를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간 사람이다. 사실 김근태는 우리나라의 암울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평평한 샐러리맨이나 교수 또는 회사 임원이나 판검사를 했을 인물로 보이지만, 대한민국의 시대적 상황이 그를 민주화의 상징적 인물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김근태를 운명적으로 민주화를 위해 큰 짐을 지고 태어난 사람처럼 묘사하고 있다. 개인적 느낌일지 모르지만 민주화의 상징 김근태를 범인들은 범접할 수 없는 위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학창 시절 전교 1등을 해서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에 진학한 것이 무슨 영웅적 행동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정말 마음에 안 든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을 모아 만들어진 대한민국의 민주화가 특정 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것 같은 뉘앙스를 주니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위인전 형식으로 단기간에 글을 쓰다 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김근태를 위대한 위인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으로 묘사했다면, 위대한 인물만이 민주화를 이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민주화를 위해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부 열심히 해라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학생들에게 김근태처럼 위대한 인물이 되려면 너도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 가야한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잔인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서울대에 진학하지 못하는 나머지 수십만 명은 무엇이 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디에서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민주주의와 밝은 미래를 꾸준히 걸어가는 한다고 글을 쓰는 것이 오히려 김근태의 삶과 그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와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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