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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속으로 걷다
브라이언 토머스 스윔 외 지음, 조상호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 ‘우주 속으로 걷다’는 우주관과 세계관 그리고 인생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엄밀하게 분류한다면 빅뱅에서 시작하는 과학책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과학책의 형식보다는 이야기책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내용 자체는 쉽지 않지만 옛날이야기를 듣듯 책을 읽어 나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읽는 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책의 큰 줄기를 이해하고 읽는다면 책 읽기에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첫 장부터 내용이 쉽지는 않다. 빅뱅으로 우주가 시작되었다는 내용은 알겠지만 그 원리를 심도 있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또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고, 우주가 확장되고 있다는데, 그럼 우주밖에는 무엇이 있는지와 같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여전히 많다. 이런 문제들을 그냥 넘어가면서 우주의 시작은 빅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과학이라는 생각도 든다. 결국 과학이라는 것은 자연 현상의 과정과 결과는 찾을 수 있어도 그 궁극적인 시작이나 원리는 찾아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빅뱅이 우주의 시작이라는 지금까지의 과학적 발견을 신뢰하고 이야기를 듣는다면, 이 책은 과학이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지식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인생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다. 결국 세상은 개별적인 것들이 아닌 그 근원과 출발이 하나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으며, 우리 인간이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얼마나 작고 미미한 존재인지도 알려주고 있다. 이를 통해서 우주적 관점에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방향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인간을 너무 왜소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느낌이 든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우주적 차원에서 보면 인간이 너무나 미미한 존재라는 것은 옳은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란 거야’라는 생각을 만들게 한다. 어차피 우리의 삶은 우주 속에 제한되어 있고, 우주 속에서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데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과 같이 우주에서 벗어나라는 투의 훈계는 여쭙지 않은 철학이나 종교적 색채를 풍긴다. 그리고 아직 우주에 관해 밝혀진 것이 정말 적은데, 그것에 근거해 인간을 미미한 존재로 만드는 느낌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새로운 시도는 좋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는 그 만큼의 문제를 많이 가진다. 과학과 철학을 하나로 연결하려는 시도는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런 시도를 할 만큼 인류의 과학적 지식이 충분해 보이지는 않는다. 우주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알아야 할 것이 아직까지는 훨씬 많은 것 같다. 우주과 지구와 인간에 대한 인류의 지식이 보다 더 쌓이고, 그 지식을 적용할 수 있을 수준이 되어야지 과학이 철학이나 종교의 영역과 연결되어 인류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과학과 철학을 또는 종교를 연결하고자하는 이런 시도는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그 때문에 이 책이 과학적 서술이 아닌 이야기로 서술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