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딩 - 깊이 읽기의 기술
퍼트리샤 마이어 스팩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브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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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누는 것은 굉장히 큰 지적 즐거움이다. 나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비교해 볼 수 있고, 책을 이해하는 방법이 다른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깨우칠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책에 대한 이야기를 책들은 형식적인 면에서는 딱딱할 수 있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극장의 액션 영화와 같은 흥미를 주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리리딩 : 깊이 읽기의 기술은 내게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내가 읽었던 책과 저자가 읽었던 책 간의 교집합이 별로 없는 관계로 생각보다 싱거운 책읽기가 되었다. 대부분의 경우 제목조차 생소한 영미 소설이었고, 그나마 알고 있는 책들도 제목과 간략한 내용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을 비교하면서 읽었던 부분은 ‘1950년대의 책에 나온 호밀밭의 파수꾼이 유일하였다. 물론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나니아 연대기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지만, 내가 직접 읽은 책이 아닌 관계로 아는 척하기에는 심적 부담감이 너무 컸다. 결국 이 책에서 내가 얻을 수 있었던 내용은 미국 영문과 교수의 독서 방법에 한정되었고,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은 호밀밭의 파수꾼 부분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한 저자의 평을 들으면서 나도 내가 예전에 읽었던 느낌을 되살려 볼 수 있었다. 내가 호밀밭의 파수꾼은 읽은 지는 10년도 더 되었다. 당시에는 책 내용은 모르고 유명한 고전이니 한 번 읽어보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호밀밭의 파수꾼 내용을 읽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책을 읽는 것은 척 유쾌하지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욕설들을 참고 읽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용 자체로만 보면 이게 무슨 고전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호밀밭의 파수꾼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유는 1950년대 미국의 미국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카시 시대에 대한 분노가 한 학생의 내면적 욕지거리로 표출되고, 그것에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기에 호밀밭의 파수꾼이 고전이 될 수 있었다. 만일 당시의 시대 상황이 자유롭고 개성이 존중되는 사회였다면 호밀밭의 파수꾼은 유명해질 수 없었을 것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에 관해서 내가 했던 생각과 저자의 생각이 어느 정도 일치했다는 점에서 해당 부분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부분들은 책도 저자도 생소한 부분이 많아 별다른 흥미를 못 느낀 것이 사실이다. 제인 오스틴도 읽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영미 소설을 읽고 공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서 제인 오스틴이나 헨리 제임스의 소설을 읽어보겠다는 마음을 가졌다는 점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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