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돌봄이 건네는 말들 - 방문 진료 의사의 노인, 돌봄, 존엄을 둘러싼 기록
전영웅 지음 / 파지트 / 2026년 5월
평점 :
우리는 누구나 나이를 먹고 언젠가는 노인이 됩니다. 이 당연한 삶의 여정 속에서 '아픈 노후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늘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책은 방문진료 의사인 저자가 만난 수많은 어르신들의 삶과 그 마지막 순간들을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병원이라는 차가운 공간이 아니라, 평생의 때가 묻은 집이라는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초고령사회라는 단어가 단순히 뉴스나 통계 자료 속 숫자로만 머물지 않고, 곧 다가올 나의 현실이자 이웃의 일상입니다. 거동이 불편해 병원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는 방문진료 현장은 치열하면서도 따스함이 가득했어요. 저자는 환자의 질병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과 환경을 함께 살핍니다. 방바닥에 흩어진 약봉지, 낡은 가구, 보호자의 지친 표정까지도 돌봄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 즉 존엄에 대한 깊은 사유가 글귀마다 묻어납니다. 주삿바늘을 주렁주렁 매달고 연명 치료에 의존하는 대신, 익숙한 내 집에서 좋아하는 가족의 손을 잡고 맞이하는 임종이 얼마나 소중한지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어떻게 장식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은 한 인간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책에 등장하는 어르신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모습 속에서 슬픔보다는 잔잔한 감동이 전해졌습니다.
돌봄은 단순히 누군가를 수발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습니다. 아픈 사람과 그 곁을 지키는 사람 사이에 오가는 깊은 유대감이자 대화입니다. 책 제목처럼 돌봄이 건네는 말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었어요.
"오늘도 잘 버텨내셨다"는 의사의 말 한마디, "와주셔서 고맙다"는 환자의 거친 손짓 속에서 진정한 치유가 시작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 마음도 함께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거나 미래의 노후가 막막하게 느껴지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커다란 위안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복잡한 의료 시스템이나 어려운 의학 용어를 몰라도 괜찮습니다. 저자가 건네는 다정한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따뜻한 미래상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세상이 조금 더 다정하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소외와 고통이 아닌, 또 다른 완성의 과정이 되려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방문진료의 활성화나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먼저 변화해야 함을 배웁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입니다. <돌봄이 건네는 말들>은 제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드는 참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한 동안은 가슴속에 온기가 길게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노인 #돌봄 #존엄 #방문진료 #임종 #초고령사회 #돌봄이건네는말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