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도 쉽게 사과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워서일 수도 있고, 이미 시간이 너무 흘러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일 때도 있을테고요. 반대로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지만 끝내 그 말을 듣지 못해 마음에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대신 사과해드립니다』는 이처럼 우리 삶에서 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사과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소설의 주인공 서호수는 고려인 할머니 쏘냐와 함께 다른 사람의 사과를 대신 전하는 사과 대행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이혼한 아내에게 사과하고 싶은 택시 기사부터 친구를 죽인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된 남자까지 의뢰인들의 사연은 저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오랫동안 전하지 못한 미안함을 뒤늦게라도 전달하고 싶어하기도 하고요. 여러 사연 가운데 살인 사건과 관련된 의뢰는 사과가 가진 무게를 생각하게 합니다. 가해자에게는 사고였을지라도 피해자의 가족에게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사정이 있다고 해서 상대방의 고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과는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내가 남긴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상대방의 아픔을 마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호수 역시 어머니를 잃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현관 앞 계단에 놓인 옥수수를 밟고 넘어져 세상을 떠난 뒤, 옥수수를 놓아둔 사람을 찾으려는 그의 모습에는 풀리지 않은 원망과 상실감이 담겨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사과를 대신 전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사과받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진심 어린 사과에는 몇 가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변명하지 않는 태도, 상대방이 받은 상처를 헤아리는 마음, 그리고 사과한 뒤에도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자세입니다. 미안하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말에 진심을 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으니까요. 또한 사과를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용서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용서는 상처받은 사람이 자신의 시간과 마음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건네는 짧은 사과 한마디가 때로는 오랜 침묵보다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이 작품은 사과하는 사람의 마음뿐 아니라 사과를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까지 돌아보게 합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말에 걸맞은 행동으로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는 일. 그것이 사과가 지녀야 할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신사과해드립니다 #고요한 #자음과모음 #북유럽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