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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불투명해도 괜찮아, 내가 선명하니까
릴리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평점 :
모티브에서 출간된 릴리의 『미래가 불투명해도 괜찮아, 내가 선명하니까』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를 오가며 8년째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이어온 저자의 경험을 담은 여행 에세이입니다. 해외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는 저에게는 여행지의 풍경보다 낯선 환경에서 일을 구하고 생활비를 벌며 하루를 꾸려가는 과정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의 시작은 한국에서의 선택부터 이어집니다. 안정적인 병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해외로 나가는 과정, 가족에게 익숙한 K-장녀의 역할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학연수 대신 영화를 반복해서 보며 영어를 익히고, 계획한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다음 선택지를 찾는 모습도 등장합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호주에서는 렌트비 120만 원을 내며 혼자 사는 공간의 가치를 깨닫고, 농장 일을 하며 비자를 연장합니다. 딸기 픽커로 일하다 슈퍼바이저가 되기도 하고, 150만 원짜리 중고차를 통해 생활 반경을 넓히기도 합니다. 글루텐 프리 잡채를 영어로 판매했던 경험이나 이력서 없이 취업한 과정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도 많습니다. 해외생활이라고 해서 늘 자유롭고 낭만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특히 워홀 생활에서 겪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인종차별적인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을 다잡는 방법, 농장 일의 고된 부분,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참고만 있지 않았던 경험도 나옵니다. 여행과 노동이 함께 있는 생활에서는 즐거움만큼 피로와 불안도 따라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뉴질랜드와 캐나다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숙소비와 취업 문제, 새로운 환경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계속됩니다. 캐나다에서는 이력서를 수십 곳에 넣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시간이 있었고, 결국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찾게 됩니다. 미래를 미리 완성해두기보다 그때그때 필요한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책 전체를 관통합니다.
30대가 되고 나니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어느 정도는 안정되어야 한다는 마음과 아직 다른 삶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함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낯설지만은 않았습니다. 꼭 계획대로 살아야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해요.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자가 선택한 일들은 처음부터 하나의 큰 계획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병원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일, 농장에 간 일, 중고차를 산 일, 직장을 옮긴 일처럼 당시에는 각각의 선택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자신의 삶을 알아가는 과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미래를 먼저 확정하는 것보다 지금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남았습니다.
읽고 나니 ‘무엇이 될 것인가’보다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미래가 아직 흐릿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견딜 수 있는 것과 견디기 어려운 것을 알아가는 시간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저자의 8년간 해외생활은 그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이었습니다.
#미래가불투명해도괜찮아내가선명하니까 #릴리 #모티브 #북유럽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