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다르크의 삶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린 나이에 전쟁의 한가운데로 들어갔다는 사실입니다. 『운명은 의심을 멈추는 순간 시작된다』를 읽으면서는 그보다 그녀가 무엇을 믿었고, 수많은 의심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선택을 이어갔는지가 더 오래 생각났습니다.
잔다르크는 백년전쟁이 이어지던 시기 프랑스의 농민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특별한 교육을 받거나 높은 지위를 가진 인물도 아니었습니다. 글을 읽고 쓰는 능력조차 없었던 시골 소녀였지만 1429년 오를레앙 포위전에서 프랑스군의 반격을 이끌었고, 같은 해 샤를 7세의 랭스 대관식까지 이루어냈습니다. 이후 붙잡혀 열아홉 살의 나이에 화형을 당했고, 훗날 재심을 통해 당시의 판결이 무효가 되었습니다. 1920년에는 가톨릭교회의 성인으로 시성됩니다.
이런 삶을 읽다 보니 오히려 아주 평범한 제 고민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결정할 때 결과부터 생각하는 편입니다.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지, 실패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지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처음 품었던 생각 자체가 흐려질 때가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게 됩니다.
잔다르크의 상황은 제가 겪는 고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습니다.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선택해야 했고,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두려움의 크기보다 결정을 앞두고 계속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묘한 공통점을 느꼈습니다.
저 역시 선택 앞에서 고민이 많습니다. 꼭 거창한 결정이 아니어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조금 더 준비한 다음에 해볼까'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시간이 지나면 준비가 더 잘될 것 같지만 막상 기다리고 나면 또 다른 이유가 생깁니다. 그렇게 미루는 동안 선택지는 그대로인데 마음만 지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잔다르크는 모든 것을 알고 움직인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믿음에 따라 행동했고, 그 행동이 다음 선택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제가 기다리고 있던 것도 어쩌면 확신이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신이 생겨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움직인 뒤에야 알게 되는 것들도 있으니까요.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는 제 모습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됐습니다. 잘하고 있는지 확인받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의 선택과 비교하면서 제 결정을 다시 의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보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더 크게 생각하게 됩니다. 잔다르크 역시 주변의 의심과 반대에서 자유롭지 않았지만 자신이 해야 한다고 믿은 일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물론 지금의 삶에서 전쟁터로 나서는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게 필요한 용기는 조금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작은 선택이라도 직접 해보는 것, 다른 사람의 기준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한 번 더 살펴보는 것에 가깝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운명이라는 말도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이미 정해진 미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망설임 속에서도 내가 내린 선택이 이후의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여전히 고민은 많고 쉽게 확신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모든 의심이 사라진 뒤에 움직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은 남았습니다. 요즘 제가 고민하고 있는 일도 결국 생각만 반복하기보다 작은 행동 하나로 시작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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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