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타케 신스케와 마타요시 나오키의 『책이었습니다』를 읽었습니다. 제목부터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어떤 이야기일지 쉽게 짐작하기 어려웠어요. 읽고 나니 제목처럼 책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책을 읽는 사람의 기억과 상상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는 27개의 단서와 27권의 책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제목만 남은 책도 있고, 한 문장이나 일부 내용만 기억나는 책도 있습니다. 두 사람은 남아 있는 작은 단서를 바탕으로 그 책이 어떤 이야기였을지 상상합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한 조각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평소 책을 읽고 나면 내용을 최대한 기억해두려고 하는 편입니다. 좋은 문장이 나오면 따로 적어두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 책의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으면 괜히 아쉽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꼭 줄거리 전체를 기억해야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에게도 그런 책이 있습니다. 책 제목이나 작가 이름은 기억나는데 정작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선명하지 않은 책입니다. 대신 책을 읽었던 계절이나 당시의 생활, 어느 문장을 보고 한참 생각했던 기억은 남아 있습니다. 그때는 책의 내용을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제 방식대로 책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속에서 작은 단서 하나가 전혀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상상의 힘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같은 제목을 보고도 사람마다 떠올리는 이야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기억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요. 처음에는 분명했던 장면이 나중에는 다른 모습으로 남기도 합니다. 30대가 되고 나서는 책을 읽는 마음도 예전과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새로운 지식을 얻거나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요즘은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책이었습니다』도 그런 면에서 편안하게 읽었습니다. 모든 내용을 붙잡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문장만 기억에 남아도 되고, 재미있었던 장면 하나만 떠올라도 됩니다. 시간이 지나 내용이 희미해져도 책을 읽던 순간의 감정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책을 덮고 나니 독서가 꼭 정답을 찾는 과정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은 만큼 기억하고, 기억나는 만큼 다시 상상하면 됩니다. 때로는 잊어버린 부분까지도 나만의 방식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요즘 책을 읽으며 느끼는 작은 변화까지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책이었습니다 #김영사 #요시타케신스케 #마타요시나오키 #북유럽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