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주 작가의 『기억의 맛』을 읽으면서 음식에 얽힌 기억이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어떤 음식은 맛보다 그때 함께 있었던 사람이나 장소가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오랜만에 먹은 음식 하나 때문에 어린 시절의 장면이 갑자기 생각날 때도 있고요.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에게도 그런 음식들이 하나둘 떠올랐습니다. 책은 부산에서 자란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할머니의 부엌에서 먹었던 음식, 밥을 차려주던 모습, 집 안에 퍼지던 음식 냄새가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저도 어릴 때 가족이 해주던 음식들을 생각해보니 맛 자체보다 그 음식을 누가 만들어줬는지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먹는 음식도 그때의 식탁과 함께 생각하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와요. 작가는 이후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경기도에서 교사로 생활하며 두 딸을 키우게 됩니다. 카레, 육개장, 아이스크림, 주먹밥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들이 작가의 삶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카레 이야기를 읽으면서 혼자 생활할 때 한 번 만들어 여러 끼를 해결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요리하기 귀찮은 날이면 같은 음식을 며칠씩 먹기도 했는데, 지나고 보면 그런 소소한 생활도 한 시절의 모습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음식의 유래와 역사도 함께 살펴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수제비 이야기를 통해 한국전쟁 이후 밀가루 원조와 혼분식 장려 정책을 알게 되고, 육개장이 장례식장에서 자주 먹는 음식이 된 배경도 따라갑니다. 믹스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마시던 커피에도 우리 사회의 시간이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햄버거의 유래를 따라가며 몽골 기마민족의 이야기까지 이어지는 부분도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라 흥미로웠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음식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할머니가 손주에게 만들어주던 음식은 그 시절의 사랑으로 남고, 부모가 자녀를 위해 준비한 주먹밥은 바쁜 하루 속에서도 아이를 챙기고 싶은 마음으로 남습니다. 작가가 부모가 된 뒤 자신이 어린 시절 받았던 음식과 돌봄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과정도 마음에 남았어요. 저 역시 가족과 함께 먹었던 음식들을 떠올려보게 됐습니다. 특별한 날 먹었던 음식보다 오히려 평범한 날 자주 먹었던 음식이 더 선명하게 생각났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된장찌개 한 그릇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특정한 계절이나 가족의 모습이 함께 떠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어요. 『기억의 맛』을 읽고 나니 앞으로 음식을 먹을 때 맛만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 먹은 음식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의 기억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평범한 식탁에도 그날의 생활과 사람, 감정이 차곡차곡 담긴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 책이었습니다. 책을 덮은 뒤에는 자연스럽게 ‘내 기억 속 음식은 무엇일까?’를 떠올려보게 됐어요. 생각해보니 꽤 많은 음식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음식들마다 함께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기억의맛 #작가의집 #손미주 #북유럽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