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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생, 엄마에게 - 1973년생 딸이, 1933년생 엄마를 회고하다
주영인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9월
평점 :
《1933년생, 엄마에게》를 읽으면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한 사람의 어머니를 ‘엄마’라는 이름으로만 바라보던 딸이 시간이 흐른 뒤 한 여성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이었습니다. 1933년에 태어나 글을 배우지 못했고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지나온 엄마의 삶에는 지금의 제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시간이 많았습니다.
시장과 장터에 나가던 이야기, 엄마의 월급, 한복을 입던 모습, 돈을 아끼며 살림을 꾸려가던 모습이 이어집니다. 엄마의 첫 휴대폰 이야기나 전원일기와 배우에 관한 기억처럼 소소한 장면도 나옵니다. 그런 이야기를 읽다 보니 한 사람의 인생은 특별한 사건보다 매일 반복했던 생활 속에 더 많이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딸의 입장에서 엄마를 바라보는 마음이 여러 곳에서 느껴졌습니다. 살아 있을 때는 너무 익숙해서 묻지 못했던 것들, 곁에 있을 때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행동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엄마도 한때는 젊었고 자신의 가족과 형제자매, 좋아하는 것과 걱정을 가진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빨랫비누 향’, ‘열무김치 담그는 날’ 같은 장면에서는 거창한 표현보다 생활의 냄새와 손길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딸을 여의고 요양원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엄마의 모습에 이르러서는 앞에서 읽었던 일상의 기억들이 한꺼번에 겹쳐 보였습니다.
저 역시 엄마를 생각하면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했던 하루가 먼저 떠오릅니다. 늘 곁에 있을 것 같아서 고맙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미루게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엄마를 딸의 입장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온 여성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그래서 책을 덮은 뒤에는 엄마에게 평소보다 조금 더 다정하게 말을 걸고 싶어졌습니다.
#1933년생엄마에게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