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끝내는 오디세이아
박용남 편역 / 리미트리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디세이아』는 제목과 몇몇 장면은 익숙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트로이아 전쟁, 키클롭스, 세이렌, 페넬로페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책으로 읽으니 각각의 사건이 오디세우스의 긴 귀환 과정 안에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신화라고 생각해서 조금 어렵거나 멀게 느껴질까 걱정했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사람 사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데 무려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입니다. 전쟁 때문에 집을 떠났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바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바다에서 수많은 일을 겪고 신들의 분노를 사기도 합니다. 키클롭스의 동굴에 갇히고, 세이렌의 노래를 듣게 되고, 키르케와 칼립소를 만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제 생활을 자연스럽게 떠올렸습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지만 실제로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계속 생깁니다. 취업이나 인간관계처럼 제가 노력한다고 바로 결과가 나오는 일이 아닌 경우에는 더 그렇습니다. 빨리 원하는 곳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일이 조금만 늦어져도 조급해졌습니다. 오디세우스에게 20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겠지만 그에게는 그 시간 역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완벽한 인물로 그려지지 않는 점도 좋았습니다. 그는 영리하고 용감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다가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기도 합니다. 키클롭스에게서 빠져나온 뒤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행동은 결국 또 다른 고난으로 이어집니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만 참았으면 됐을 텐데’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습니다. 저 역시 이미 지나간 일을 떠올리며 ‘그때 왜 그렇게 말했을까’ 하고 후회할 때가 있어서인지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페넬로페의 기다림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오디세우스가 없는 동안 수많은 구혼자를 상대하면서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습니다. 아들 텔레마코스 역시 아버지가 없는 집에서 성장합니다. 오디세우스의 모험만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집에 남아 있던 사람들에게도 20년이라는 시간이 똑같이 흘렀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로 돌아온 뒤에도 바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거지로 변장한 채 주변을 살피고 아들 텔레마코스와 재회합니다. 페넬로페 역시 남편이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무조건 믿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을 떨어져 있었으니 서로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페넬로페가 침대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오디세우스를 확인하는 장면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살아온 시간이 얼마나 특별했는지도 느껴졌습니다.

읽는 동안 계속 ‘나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길어지면 저는 결과를 빨리 확인하고 싶어 하는 편입니다. 다른 사람의 소식이 늦어도 괜히 여러 생각을 하게 되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괜히 제 선택까지 의심하기도 하고요. 그런 저에게 오디세우스의 긴 귀환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늦어진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오디세이아』를 다 읽고 나니, 처음에 알고 있던 유명한 장면보다 오히려 오디세우스가 수없이 흔들리면서도 결국 이타카를 잊지 않았다는 점이 오래 남았습니다. 저 역시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을 만나게 될 텐데 그때마다 빨리 끝내려고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가는 길이 길어질 수도 있고 잠시 멈추게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놓치지 않는 가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이야기인데도 읽는 동안 제 일상을 자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신화 속 영웅의 모험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까지 겪은 긴 시간에 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익숙했던 이름과 장면들을 제대로 따라가 본 것만으로도 이번 독서는 꽤 특별했습니다.




#오디세이아 #박용남 #리미트리스 #북유럽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