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필사책 - 흔들리는 삶의 지침이 되어 줄 다산의 문장들
정약용 지음, 박석무 편역 / 유노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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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수많은 글 가운데 마음에 새겨둘 만한 74개의 문장을 골라 담은 책이라 한 번에 많은 내용을 읽기보다 한 문장을 오래 바라보게 됩니다. 특히 마음, 태도, 관계, 배움, 책임, 삶으로 나누어진 구성이 좋았습니다. 지금 내가 어떤 부분에서 흔들리고 있는지에 따라 손이 가는 장도 달라졌어요.

가장 먼저 마음에 관한 문장들을 읽으면서 평소 내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다산은 분노를 드러내기는 쉬워도 다스리기는 어려운 감정으로 바라봅니다. 후회와 부끄러움 역시 피해야 할 감정으로만 여기지 않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마음을 가꾸는 과정으로 받아들입니다. 살다 보면 이미 지나간 일을 계속 생각하며 스스로를 힘들게 할 때가 있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하게 했습니다.

태도에 관한 내용에서는 습관과 성실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다산의 생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운명보다 반복되는 습관이 사람의 삶을 만든다는 내용도 기억에 남습니다. 거창한 결심보다 매일 어떤 행동을 되풀이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저 역시 계획을 세울 때는 큰 목표부터 생각하는 편인데, 실제 생활에서는 작은 습관 하나가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배움에 관한 부분은 이 책의 필사라는 형식과도 잘 어울립니다. 다산은 책을 많이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필요한 부분을 가려 뽑아 기록하는 초서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읽고 지나가는 공부가 아니라 직접 적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공부였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이 책도 문장을 읽은 뒤 직접 써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손으로 문장을 옮기다 보면 눈으로 읽을 때와는 조금 다르게 문장이 다가와요.

관계에 관한 글에서는 가족과 벗, 이웃에게 자신의 몫을 다하는 태도가 자주 등장합니다. 거짓말이 믿음을 무너뜨리고, 형제를 또 하나의 자신처럼 여기며, 부모를 기다리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익숙함 때문에 소홀해지기 쉬운 제 모습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책의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삶의 괴로움과 즐거움, 재물과 나눔에 관한 문장이 이어집니다. 재물이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생각과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삶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의 생활을 바라보는 제 생각에도 작은 변화를 줬습니다. 결국 다산이 말하는 삶은 거창한 성공보다 자신을 다스리고, 맡은 일을 제대로 하고, 배운 것을 삶에서 실천하는 데 가까워 보입니다.

필사는 글씨를 예쁘게 쓰는 일이 아니라 마음에 남길 문장을 고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다가 마음에 걸리는 문장을 직접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평소 무심하게 지나쳤던 생각을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 요즘처럼 해야 할 일이 많고 생각이 복잡할 때는 새로운 지식을 더하는 것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제대로 실천하는 일이 더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다산의 필사책》은 그런 제 생활을 조용히 돌아보게 한 책이었습니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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