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 2』까지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끝마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였습니다. 처음에는 이재이와 윤소인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소설을 읽었는데, 2권으로 넘어오면서부터는 등장인물의 상황을 제 주변 사람들의 모습과 겹쳐 보게 됐습니다. 그래서 1권보다 마음을 조금 더 많이 쓰면서 읽었습니다. 특히 소인의 병을 알게 된 뒤 재이가 그녀의 곁을 지키는 모습이 계속 마음에 남았습니다. 아픈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괜히 평소처럼 행동했던 경험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걱정된다는 말을 계속하면 상대방도 힘들 것 같고,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옆에 있어주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는 걸 저도 경험해 봤습니다. 그래서 재이가 소인과 함께 보내는 평범한 시간들이 오히려 크게 다가왔습니다. 장흥 가지산 보림사와 편백숲 우드랜드가 등장하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소인의 회복을 바라며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나오는데, 저라면 어떤 장소에서 쉬고 싶을까 생각하면서 읽었습니다. 저는 여행을 가면 일정부터 꽉 채우는 편이라 하루에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숙소에 돌아오면 녹초가 될 때가 많습니다. 막상 여행이 끝나고 기억에 남는 것은 유명한 관광지보다 같이 걷고 밥 먹었던 순간인 경우가 많았어요.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는 여행에서도 조금 덜 바쁘게 움직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패한 복수’와 관련된 이야기를 읽을 때는 마음이 꽤 불편했습니다. 저 역시 누군가에게 서운했던 일을 오래 기억하는 편이라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낯설지만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별일 아닌 것처럼 넘겼던 말이 나중에 생각나서 혼자 기분이 상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그 감정을 붙잡고 있으면 결국 가장 힘든 사람은 나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소설 속 갈등을 따라가면서 저 역시 지나간 일을 계속 마음속에서 되풀이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후반부에 파리와 암스테르담으로 이동하는 부분에서는 저도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반 고흐의 흔적을 찾아가는 두 사람을 보면서 언젠가 저도 작품과 관련된 장소를 직접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는 미술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여행을 앞두고 그 지역의 역사나 인물에 대해 찾아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알고 가면 같은 장소를 보더라도 기억에 남는 부분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소인과 재이가 함께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 함께할 수 있을 때 많이 해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약속을 잡으면서도 다음에 보면 되지, 나중에 같이 가면 되지 하고 미룬 일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그 ‘나중’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을 읽고 나서는 가까운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조금 덜 당연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서리꽃 2』는 책을 읽는 동안보다 덮고 난 뒤 제 일상을 더 많이 돌아보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의 병과 갈등, 여행을 제 삶과 비교해 보게 됐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소중한 시간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같이 밥을 먹고,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길을 걷는 평범한 하루가 나중에는 가장 기억에 남을 수도 있으니까요. 요즘은 가까운 사람에게 연락하는 것도, 함께 식사하는 것도 예전보다 조금 더 미루지 않으려고 합니다. 『서리꽃 2』를 읽고 제 일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아주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서리꽃2 #해냄 #조정래 #북유럽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