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워진 세계
아사쿠라 히로카게 지음, 이구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사쿠라 히로카게의 『우리가 주워진 세계』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이었습니다. 평소에도 물건을 쉽게 버리는 편은 아니어서 서랍을 열어보면 오래전에 사용했던 물건들이 하나씩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르지’라는 생각 때문에 그대로 두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 속 인물들이 물건을 대하는 모습이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소설의 중심에는 청소회사 직원 아사히와 옆집에 사는 도모에가 있습니다. 아사히는 강한 결벽증 때문에 주변을 깨끗하게 유지하려 하고, 청소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버린 물건을 치웁니다. 도모에는 반대로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이 버린 물건까지 가져오면서 집 안에 물건이 계속 쌓여갑니다.

처음에는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달라서 재미있었습니다. 한쪽은 버리는 사람이고 다른 한쪽은 모으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읽을수록 어느 한쪽을 쉽게 이상하다고 말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저 역시 집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물건 하나를 발견하면 그 물건을 처음 갖게 되었던 순간을 떠올리곤 합니다. 물건 하나에 기억이 붙어 있으면 필요와 필요하지 않음만으로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도모에가 물건을 쉽게 놓지 못하는 모습에서는 저도 비슷한 마음을 느낀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이나 편지처럼 실제 생활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물건도 막상 버리려고 하면 손이 멈춥니다. 그 물건 자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때의 나와 기억을 함께 버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사히를 보면서는 사람을 대하는 제 태도도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의 행동이 내 기준과 다르면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판단할 때가 있습니다. 결벽증이나 물건을 모으는 행동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도 그 사람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소설 속 두 사람을 따라가면서 사람의 행동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쉽게 이루어지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특히 아사히와 도모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두 사람이 만나면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처럼 변해가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를 바라보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기준을 조금씩 돌아보게 됩니다. 저 역시 가까운 사람과 생각이 다를 때 상대를 설득하려고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조금만 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이번 책을 읽고 나서는 방 안을 한 번 둘러봤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물건들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래된 물건 하나에도 그때의 생활과 사람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붙잡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놓을지는 결국 각자의 몫이니까요.

『우리가 주워진 세계』는 물건을 버리고 간직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결국 사람을 바라보는 제 태도까지 돌아보게 만든 소설이었습니다. 누군가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 그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게 됐어요. 책을 읽는 동안 아사히와 도모에를 바라보던 제 시선이 조금씩 달라졌던 것처럼, 현실에서도 사람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남았습니다.




#우리가주워진세계 #해피북스투유 #아사쿠라히로카게 #북유럽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