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수실로의 『카오스의 가장자리』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책입니다. ‘카오스’라는 단어 때문에 처음에는 어려운 과학책을 예상했었는데 읽어보니 신경과학과 한 사람의 삶이 자연스럽게 함께 어우러진 이야기였습니다.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과학자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과학적인 개념보다는 한 사람의 인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더 눈길이 갔습니다.저자는 약물 중독에 빠진 부모 아래에서 성장하며 폭력과 방임을 경험했고 부모에게 버림받은 뒤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의 환경만 놓고 보면 이후의 삶을 쉽게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을 접하면서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되고, 그 호기심은 공부로 이어집니다. 이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계산신경과학을 공부하고 연구자의 길을 걸어갑니다.이 과정에서 책이 이야기하는 ‘창발’이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뇌를 구성하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생각과 행동 같은 복잡한 결과를 만들어내듯 인간의 삶 역시 여러 경험과 관계, 선택이 얽히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사건만으로 사람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남았습니다.책을 읽으면서 저 역시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별 의미 없이 지나쳤던 경험이 시간이 흐른 뒤 다른 선택으로 이어진 경우가 있습니다. 우연히 만난 사람이나 잠깐 생긴 관심이 생각보다 오래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그 순간에는 앞으로 어떤 결과가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삶은 참 복잡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카오스의 가장자리』에서 말하는 카오스는 단순한 혼란이 아닙니다.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에서 새로운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자의 삶 역시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관심과 기회를 만나며 변화해왔습니다. 힘든 과거를 단순한 성공담으로 포장하지 않고, 그 경험이 현재의 자신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살펴본다는 점도 좋았습니다.신경과학에 관한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기억과 감정, 판단과 행동이 뇌 속 수많은 요소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뇌가 복잡한 연결로 이루어져 있듯 사람의 삶도 수많은 순간의 연결로 만들어집니다.책을 읽고 보니, 지금의 나를 만든 것도 결국 수많은 작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기억뿐 아니라 후회했던 선택이나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도 현재의 나와 이어져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있을테니까요. 모든 일이 처음부터 정해진 순서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느꼈습니다.『카오스의 가장자리』는 과학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혼란스러운 시기에도 새로운 질서가 생겨날 수 있고, 작은 호기심 하나가 전혀 다른 삶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삶을 결과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그 안에 쌓여온 수많은 경험과 연결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과학과 삶이 만나는 지점에서 여러 생각을 남긴 독서였습니다.#카오스의가장자리[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