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아버지를 기록하거나 딸이 어머니의 삶을 추적하는 글은 그동안 자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딸의 눈으로 바라본 아버지의 서사를 다룬 책은 상대적으로 귀하게 느껴졌어요. 모티브에서 출간된 정아름 작가의 <이제야 비로소 아버지가 이해되기 시작했다>를 집어 든 이유도 바로 그 특별함 때문이었습니다. 딸의 위치에서 나이 들어가는 아버지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한 인간으로서의 아버지를 조금 더 깊게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이 책은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가장이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온 한 남자의 생애를 다룹니다. 자식의 눈에는 그저 묵묵하고 때로는 엄격하게만 보였던 아버지가 사실은 얼마나 많은 감정을 숨기며 살아왔는지를 작가의 담담한 문체로 풀어나갑니다. 청년 시절의 꿈을 접고 가족을 위해 일터로 향해야 했던 순간들, 말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들이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나열되어 있어요.특히 아버지가 세월이 지나 체력이 떨어지고 사회적 역할에서 내려오는 과정이 세밀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젊은 날의 당당함 뒤에 숨겨진 외로움과 불안을 자식의 시선으로 알아채는 순간들이 마음을 건드립니다. 아버지가 무심코 내뱉었던 한마디, 표현에 서툴러서 돌려 말해야 했던 마음들이 사실은 가족을 향한 애정의 다른 형태였음을 깨닫게 만듭니다.한 사람이 가정을 이루고 세월을 견뎌내는 동안 지녀온 고뇌가 책 속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과거에는 미처 몰랐던 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나 청년기의 열정이 기록된 부분에서는 한 집안의 가장이기 이전에 서툴고 불완전한 개인이었음을 새삼 느끼게 돼요.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의 틀을 넘어 한 인간 대 인간으로 아버지를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나 역시 한 사람의 딸로서 이 글을 읽는 내내 나의 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늘 거대하고 흔들리지 않는 산처럼 느껴졌던 아버지가 지나온 시간들이 비로소 실감 나기 시작했거든요. 세월의 흐름 속에 조금씩 작아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그의 언어와 침묵에 담긴 의미를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 있었습니다. 곁에 있을 때는 미처 몰랐던 부모의 세월을 다시금 가만히 곱씹어보게 만드는 기록입니다.#이제야비로소아버지가이해되기시작했다[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