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속에서 쉽게 스쳐 지나가거나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여러 노동과 삶의 형태를 찬찬히 돌아보게 해 준 책이에요. 제목부터 마음을 가만히 두드리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도서거든요.우리는 흔히 직업이나 역할을 어떤 단어로 딱 잘라 표현하곤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기존의 틀이나 이름으로 다 담아낼 수 없는 일들이 정말 많아요. 이 책은 제도나 관습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돌봄, 가사, 혹은 공식적인 직업으로 분류되지 않던 수많은 활동을 다양한 각도에서 다루었어요.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어째서 특정 형태의 노동만 높은 가치로 평가받고, 삶을 지탱하는 데 꼭 필요한 다른 일들은 당연시되거나 소외되어 왔는지를 담아두었어요.저자는 여성의 돌봄 노동과 비공식 노동 영역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절하되어 왔는지를 세심하게 표현합니다. 단순히 감성적인 호소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연구 자료와 구체적인 사회적 통계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누군가의 희생이나 무급 봉사로 치부되었던 일들이 사실은 사회 전체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축이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습니다.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우리 주변의 수많은 수고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가사 작업부터 병원이나 시설, 혹은 가정 방문을 통해 이루어지는 돌봄의 현장까지, 이름 붙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치가 낮게 매겨졌던 현실을 마주했고요.글쓴이의 시선은 매우 따뜻하면서도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사회학적 개념을 장황하게 늘어놓기보다는, 누구나 일상에서 한 번쯤 경험했거나 고민해 보았을법한 예시를 들어 풀어내고 있어요. 덕분에 사회나 노동 문제에 대해 깊은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더라도 상황의 엄중함과 의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왔던 평온한 일상의 뒤편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애써줌이 존재했습니다. 사회가 지정한 명칭이나 가격표만으로는 한 사람의 노고와 가치를 전부 담아낼 수 없다는 점을 깊이 체감하기도 했어요. 타인의 삶을 보살피고 유지하는 일에 더 정당한 대가와 존중이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남습니다.<이 일에는 이름이 없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조적인 허점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어 줍니다. 개개인이 마주하는 삶의 자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타인의 노고를 바라봐야 하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숨은 일의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저자의 담담하면서도 힘 있는 문장들이 마음속에 오래도록 잔상을 남깁니다.#이일에는이름이없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