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쿠라 가스미의 장편소설 <읽고 읽고 말하다>를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책과 사람 사이를 흐르는 조용한 온기였습니다. 이 작품은 텍스트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물들의 내면이 어떻게 서로 맞닿고 변해가는지를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한 권의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연결되는 과정을 담았어요. 각기 다른 삶의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같은 글귀를 접하고, 저마다의 시선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하나의 문장이 어떤 이에게는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또 다른 이에게는 지친 일상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는 순간들이 있는 것처럼요. 저도 이전에 독서모임에 참여할 때 유사한 경험이 있었던 터라 더욱더 공감도 되었고요. 소설 속 인물들은 대단히 특별하거나 거창한 삶을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웃들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그들이 책을 읽으며 던지는 질문과 혼잣말 하나하나가 한층 더 가깝게 와닿습니다. 타인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고민이 책 속 문장을 만나 조금씩 밖으로 끄집어내어지고, 그것을 누군가와 나누며 소통해 나가는 과정이 마음을 천천히 흔들어 놓습니다. 저자는 '읽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말하는 행위'까지 이어지는 소통의 순환에 주목합니다. 글을 읽는 동안 마음속에서 싹튼 생각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세상 밖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은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고, 자신이 읽은 내용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행위 자체가 서로의 틈을 메워주는 따뜻한 계기가 됩니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도,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 가져온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 깊게 남습니다. 서로 다른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이들이 오직 '읽기'라는 공통점 하나로 모여 마음을 여는 모습은 묘한 안도감을 줍니다.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글을 매개로 참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일상적이고 친근한 문장으로 이야기가 풀어져 있어 편안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문장 사이사이에 배치된 인물들의 소박한 감정과 생각들은 독자 스스로의 읽기 경험도 돌아보게 만듭니다. 내 삶에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책과 문장들이 떠오르기도 해요. 텍스트를 읽고 나누는 일은 결국 타인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닮아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읽고 읽고 말하다>는 글자에 담긴 온기가 어떻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채워가는지를 가만히 느끼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묵묵히 글을 읽고 마음을 나누는 순간들의 귀함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현암사 #읽고읽고말하다 #아사쿠라가스미 #북유럽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