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과 4분의 3의 슬픔
폴커 주어만 지음, 김시형 옮김 / 삐삐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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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작가 폴커 주어만의 책『13과 4분의 3의 슬픔』은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던 도서예요. 숫자로 정교하게 나누어진 슬픔이라니, 과연 슬픔이라는 정서를 정량화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 책은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소멸, 이별, 그리고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책 본문 속에서 저자는 문학과 예술,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의 삶의 궤적을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잃어버린 장소에 대한 상실감이나 지나간 시간에 대한 미련은 개인의 사소한 경험에 그치지 않아요. 저자는 거장들의 작품 속에 숨겨진 상실의 흔적들을 밝혀냅니다. 특정 장소가 사라졌을 때 인간이 느끼는 장소에 대한 장소적 애착과 상실감, 그리고 그것이 예술적 창작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밀도 있게 담아내고 있어요.

슬픔이라는 감정은 보통 우리가 피하고 싶은 부정적인 요소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 책은 슬픔을 단순히 마음에 머무는 우울함으로 보지 않습니다. 슬픔은 무언가를 깊이 사랑했기 때문에 생겨나는 부산물이자,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소중한 동력이 되어줍니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슬픔이 가진 이러한 다채로운 얼굴을 잘 보여줍니다.

작가는 13이라는 완성되지 않은 숫자,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진 4분의 3이라는 유기적인 분수를 통해 인간이 느끼는 결핍의 속성을 말합니다. 아무리 채우려 해도 완벽히 14라는 정수에 도달하지 못하는 그 작은 간극이야말로, 우리가 평생 품고 살아가는 그리움의 진짜 크기일지도 모르겠어요. 슬픔을 완전한 끝으로 바라보는 대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시선이 새롭게 다가왔어요.

우리가 흔히 겪는 일상적인 이별이나 익숙했던 공간의 변화가 어떻게 개인의 내면에 깊은 흉터를 남기는지, 책 속의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슬픔이라는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기에는 쉽지 않았지만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구체적인 인물의 역사와 예술적 비유를 활용하고 있어 감정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상실을 겪은 사람들은 자주 자신의 위치를 잃어버리곤 합니다. 저자는 그러한 사람들에게 그동안 흘려보낸 시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해요. 우리가 지나온 삶의 길목마다 떨궈두었던 감정의 조각들을 하나씩 올려 닦아주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슬픔이라는 감정을 외면하거나 억지로 털어내려 애쓰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관조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이번 도서는 슬픔을 다루는 책이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마냥 침체되고 우울하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타인의 슬픔과 상실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과정 속에서 묘한 위안을 얻기도 했어요. 내 안에 존재하는 결핍과 불완전함을 마주할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삶의 비어 있는 공간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어요. 이번 책 덕분에 감정의 유연성을 되찾고 내면을 조금 더 다채롭게 채워보고 싶어졌습니다.



#13과4분의3의슬픔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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