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들의 삶을 따라가며 읽다보니 어느새 밤을 새고 이른 아침 새들의 소리가 들려오던 기억이 떠오릅니다.이 소설은 밤새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새벽녘에 잠깐 깨어 다시 드는 잠을 뜻하는 제목 '그루잠'처럼, 저마다의 결핍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품 속 중심인물들은 각자 마주한 가혹한 현실 앞에서 방황하며, 스스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위태로운 걸음을 옮깁니다. 소설은 이들의 엇갈리는 선택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감정의 결을 아주 촘촘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주인공은 오랜 시간 자신을 짓눌러온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도망치듯 하루하루를 버텨냅니다. 일상의 궤도를 이탈해 버린 인물들이 우연한 계기로 서로의 삶에 개입하게 되는 과정이 담겼는데 책속의 주인공들은 대단한 구원을 바라지도 않으며 그저 묵묵히 서로의 곁을 지킬 뿐입니다.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고요한 새벽녘의 공기와 인물들이 나누는 덤덤한 대화들은 먹먹한 감정을 자아내기도 합니다.작가는 인물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을 억지로 포장하지 않습니다. 흔들리는 청춘들이 마주하는 차가운 현실을 그대로 투영하면서도, 그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온기를 놓치지 않고 사실적으로 포착해냈어요. 인물들이 겪는 사건들은 극적이기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픔과 닮아 있어서 더 깊이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어두운 터널을 지나듯 막막한 순간에도 인물들은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아주 조금씩 변화의 시작점을 찾아 나갑니다.소설의 중반을 지나가며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인물들이 감추고 싶었던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심리적 긴장감이 상당해요. 상처를 대면하는 방식은 인물마다 다르지만, 결국 자신을 묶고 있던 사슬을 풀어내는 것은 본인의 의지라는 점을 스토리를 통해 은연중에 보여줍니다. 삶의 척박한 땅 위에서 어떻게든 뿌리를 내리려는 그들의 모습이 거울처럼 다가오기도 해요.작가님을 통해 표현된 책 속의 문장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감정을 과장하여 서술하지 않아서 오히려 인물들이 느끼는 고독과 쓸쓸함이 배가되어 전달되어서 스토리에 더 깊이 빠져들어 읽었던 것 같은데요. 저자는 이야기를 통해 삶의 중심을 잃어버렸을 때, 우리가 붙잡아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인물들의 행보를 통해 넌지시 전달해주었어요.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저마다의 '그루잠'을 청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긴 꿈을 꾸고 깨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마침내 맞이하게 되는 아침 햇살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습니다. 그들이 내딛는 서툴고 느린 발걸음 속에서, 어둠이 걷힌 뒤에 찾아올 새로운 시작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극적 반전은 없지만, 인물들의 연대와 성장을 담은 서사 자체가 주는 묵직한 울림이 마음에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는 작품이었습니다.#그루잠 #오픈도어북스 #박보미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