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맞는 말
김나영 지음 / 별빛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언어와 언어 사이, 문화와 문화 사이에서 피어나는 미묘한 감정과 관계의 결을 담아낸 에세이예요. 한국어와 영어를 넘나들며 살아온 저자의 시선은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 담긴 마음의 무게를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언어는 마음을 전달하는 도구이지만, 때로는 완벽하게 번역되지 않는 여백을 남기곤 합니다. 저자는 교포로서 겪었던 언어적 간극과 그 속에서 느꼈던 낯섦, 사랑을 고백할 때 쓰이는 언어의 결을 풀어냅니다.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아서 생기는 어긋남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마음이 글 전반에 깊게 깔려 있습니다. '거의 맞는 말'이라는 제목처럼 완전히 딱 떨어지지 않는 언어 표현이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더 진하게 드러내기도 합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언어가 가진 고유한 온도와 맥락에 대한 글들이 유독 마음에 남았습니다. 같은 감정을 표현하더라도 어떤 언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울림이 달라지곤 하지요. 저자는 자신이 거쳐 온 삶의 궤적 안에서 사랑의 언어가 어떻게 변주되는지 솔직 담백한 문장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모국어가 주는 편안함과 이방인의 언어가 주는 거리감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태어난 글들은 우리가 맺고 있는 수많은 관계의 문을 조용히 두드립니다.

교포어로 표현되는 미숙하면서도 순수한 감정들의 기록은 남다른 깊이를 보여줍니다. 서툰 표현 뒤에 숨겨진 진심을 읽어내는 저자의 따뜻한 안목이 글 곳곳에서 묻어나요. 언어의 장벽은 때로 타인에게 다가가는 길을 막아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서툼마저도 진심에 이르는 또 하나의 다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에요. 우리가 매일 주고받는 말들이 과연 서로에게 얼마나 온전하게 다가가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글의 흐름은 자극적이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담담하면서도 진솔한 어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어요. 단어 하나를 고를 때도 고민을 거쳤음이 느껴지는 정갈한 문장들로 가득해서 책을 읽는 입장에서도 더욱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타인과의 거리를 조정하고 마주 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이해의 교차점들을 세심하게 살피는 저자의 태도가 울림을 줍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말 속에서 진짜 마음을 발굴해내는 일의 소중함을 상기하게 되었어요.

언어적 차이를 설명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를 담아내는 사람의 온기와 관계의 본질을 파고드는 시선이 깊숙이 다가옵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만나 소통하려 애쓰는 모습은 언어라는 틀을 넘어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연결감을 이야기해요. 완전한 이해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거의 맞는' 수준에라도 도달하고자 다가가는 행위 자체가 사랑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네요.

두껍지 않은 도서였지만, 저자가 남겨둔 언어의 잔상이 오래도록 마음에 감돌았습니다. 익숙했던 말들이 새롭게 다가오고, 내가 타인에게 전했던 언어들의 온도를 가만히 가늠해 보게 됩니다. 언어의 한계 속에서도 마음을 전하려 애쓰는 모든 순간들이 참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에세이 #사랑의언어 #교포어 #관계의문 #거의맞는말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