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나도 모르게 품었던 부정적인 감정들의 실체를 마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와 태도 속에 숨겨진 배타성을 꼼꼼하게 들여다봅니다. 겉으로는 전혀 해를 끼치지 않을 것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어떻게 특정 집단을 배척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설명해 줍니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배척하는 감정이 거대하고 폭력적인 형태로만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편견을 깨뜨리며 아주 사소하고 도덕적인 얼굴을 한 적대감에 주목합니다. 스스로를 올바르고 무해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과 다른 타인을 더 쉽게 정죄할 수 있다는 점을 짚어내었어요. 스스로의 깨끗함에 가리워진 내면의 공격성을 확인하는 과정은 꽤 얼얼한 경험이었습니다. 책 속에서는 역사적 사례와 사회학적 현상들이 다채롭게 등장합니다. 과거 인류가 생존을 위해 집단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과정에서 외부인을 경계했던 심리적 기저부터 설명이 시작됩니다. 현대 사회에서 이 심리가 어떻게 기형적으로 변형되어 특정 계층이나 소수자를 향한 거부감으로 발현되는지 논리적으로 추적해 나갑니다. 복잡한 이론적 배경을 직접적으로 나열하기보다 일상적인 비유와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활용하여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덕분에 사회학이나 심리학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흐름을 따라가는 데 전혀 무리가 없어요. 문장들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몰입감도 높았습니다. 특히 현대인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과 의견이 같은 사람들끼리만 뭉치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어떻게 쉽게 '악'으로 규정하는지 분석한 대목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불편함을 단순한 취향의 차이가 아닌 도덕적 결함으로 치부해 버리는 현상은 지금 우리가 매일 목격하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이 사회의 건강한 토론을 가로막고 구성원 간의 파편화를 심화시킨다고 말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의 저의 언어 습관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비판할 때 내가 사용했던 잣대들이 정말 공정했는지, 혹시 나의 안락함을 지키기 위해 타인에게 엄격한 기준을 들이댔던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되더라고요. 나의 무해함을 증명하기 위해 타인을 유해한 존재로 만들었던 순간들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어떤 거창한 해결책이나 행동 지침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둡니다. 혐오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글의 분위기가 지나치게 어둡거나 딱딱하지 않아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요. 자극적인 단어 대신 정제되고 차분한 어조로 가득 차 있어서 밤 시간에 조용히 읽기에도 참 좋습니다. 내 안의 숨은 감정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결코 유쾌한 경험만은 아닐 것입니다. 타인을 향한 거부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고 나니 마음의 시야가 한결 넓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타인을 향한 시선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금 골몰하게 만드는 밀도 높은 글이었습니다. #무해한혐오주의자 #온더페이지 #함규진 #북유럽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