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트인 산속을 걸어가는 뒷모습이 담긴 표지에서부터도 마음이 평화로워짐이 느껴지는 듯해요. 작가의 집에서 출간된 박현옥 님의 <오름은 언제나 내 편>은 제주도의 수많은 오름을 직접 오르내리며 마주한 자연의 생명력과 삶의 깊은 사유를 담아낸 책입니다.작가는 수없이 많은 오름을 걸으며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자연의 변화를 정밀하게 포착해 냅니다. 봄이면 억새가 돋아나고 여름에는 푸른 수풀이 우거지는 그 길 위에서, 인간이 마주하는 고독과 기쁨의 감정을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책 속에는 거친 바람을 견뎌내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오름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길을 걷다 마주치는 이름 모를 들꽃과 낮게 날아오르는 새들의 움직임까지 섬세한 필치로 기록되어 있습니다.삶의 매 순간마다 다가오는 수많은 고민과 혼란 속에서 자연이 건네는 위로에 집중합니다. 오름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하게 인간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로 그려져요. 높고 가파른 길을 숨 가쁘게 오르다 가도,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는 드넓은 제주의 풍광은 마음에 쌓인 응어리를 부드럽게 녹여줍니다. 거창한 논리나 거창한 수식어 대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밟히는 흙과 돌의 촉감을 통해 삶의 본질을 돌아보게 만들어요.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늘 빠르게 변하고 경쟁을 요구하지만, 자연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습니다. 제주의 오름 역시 오랜 세월 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지금의 능선을 완성했습니다. 이러한 오름의 형상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깊은 안목과 지혜를 발견하게 됩니다. 굽이진 길을 걷는 행위 자체가 삶의 여정과 닮아 있으며,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다는 순리를 몸소 깨닫게 해 줍니다.계절의 순환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오름의 모습을 보며 마음에 새로운 시야가 열리는 기분이 듭니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견뎌낸 오름이 마침내 봄의 새싹을 틔워내듯, 인간의 고단한 삶 역시 언젠가 따뜻한 봄날을 맞이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해요. 복잡한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고요한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내면의 소란스러움도 차츰 가라앉습니다.책장의 책장을 넘길 때마다 거친 숨을 고르고 나만의 호흡을 찾아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특별한 정답을 내리려 하기보다, 그저 묵묵히 걷는 행위 자체에 깃든 가치를 보여줍니다. 자연이 주는 무한한 수용의 힘을 통해 스스로를 깊이 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오름은언제나내편[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