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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커의 시대 - 정보 과잉 시대의 생존법
이상호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4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사회는 정보의 바다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손끝으로 얻을 수 있고, 세상의 모든 소식이 실시간으로 우리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이 편리함 뒤에 숨겨진 함정이 있다. 우리는 정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에 의해 소비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손에 쥐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집어 들 것이다. 밤에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화장실에 갈 때도, 지하철을 탈 때도, 심지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일상일까. 정보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춤과 함께 사색의 숲으로 인도하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이상호님의 <딥시커의 시대>였다.
우리는 지금 '초미세 지루함'의 시대를 살고 있다. 단 몇 초의 여백도 견디지 못하고 즉시 자극을 찾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짧은 순간, 신호등 앞에서의 잠깐, 이런 작은 틈새마저도 스마트폰으로 채우려 한다. 그 결과 우리는 멍하니 있을 수 있는 능력,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존재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디지털 기기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편리함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이 기기들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들이 우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관심사를 파악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우리를 더 깊은 필터 버블 안으로 밀어 넣고 있다. 우리는 점점 더 좁은 세계에 갇혀가고 있으면서도, 마치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착각한다. SNS에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며 타인의 삶에 관심을 쏟는다. 하지만 정작 내 삶은 어떠한가. 남의 일상을 구경하느라 정작 내 일상을 돌보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타인의 성공을 부러워하고, 타인의 행복을 부러워하면서, 정작 나만의 성공과 행복이 무엇인지는 생각해볼 시간조차 갖지 못한다.
시간은 돈보다 귀하다. 어제 세상을 떠난 이들이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이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소중한 시간을 스마트폰 화면 속 무한 스크롤에 바치고 있다. 유튜브의 추천 영상, 인스타그램의 릴스, 틱톡의 짧은 영상들. 이것들이 과연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을까.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패턴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전수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의 전두엽은 자기조절 능력과 직결되어 있다. 이 시기에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아이들은 집중력과 사고력을 제대로 기를 기회를 잃게 된다. 퍼즐처럼 정해진 답만을 찾는 사고가 아니라, 레고처럼 창의적으로 조합하고 구성하는 사고력을 길러야 할 시기에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작정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디지털 기기와 건강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먼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멍 때리는 시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존재하는 시간. 생각이 자유롭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시간. 이런 시간 속에서 진정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가능해진다. 창의성과 통찰력은 바쁜 일상 속에서가 아니라, 고요한 여백 속에서 자라난다. 또한 독서의 힘을 재발견해야 한다. 책은 우리를 깊은 사고의 세계로 안내한다. 소셜미디어의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와 달리, 책은 긴 호흡으로 복잡한 사유를 펼쳐나갈 수 있게 해준다. 한 페이지, 한 줄, 한 단어에 머물며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이런 경험이 쌓일 때 우리는 비로소 피상적 정보 소비에서 벗어나 진정한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고독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현대인들은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잠시라도 혼자 있으면 즉시 스마트폰을 찾는다. 하지만 고독은 우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성장시키는 기회다. 고독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아와 만날 수 있고, 삶의 방향을 돌아볼 수 있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서 자유로워져 온전히 나만의 기준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ICT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침실에는 스마트폰을 가져가지 않기, 식사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멀리 두기, 하루 중 특정 시간대는 완전히 디지털 디톡스 시간으로 정하기 등의 작은 실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불안할 수 있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그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운동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몸을 움직이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에서 멀어지는 시간이다. 더 나아가 운동을 통해 엔도르핀이 분비되면서 자연스러운 기분 전환이 가능해진다. 스마트폰을 통한 인위적인 도파민 자극에 의존하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질문하는 힘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 검색엔진에 의존해 즉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성장이 일어난다.
너무나 많은 정보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정보를 큐레이션하는 안목도 길러야 한다. 모든 정보가 다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내게 정말 중요하고 의미 있는 정보만을 선별해서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양적 소비에서 질적 소비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열 개의 무의미한 정보보다 하나의 깊이 있는 통찰이 더 가치 있다. 실험 정신을 가져야 한다.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평소 보지 않던 분야의 책을 읽어보거나, 새로운 취미를 시작해보거나, 익숙한 루틴을 바꿔보는 것. 이런 작은 실험들이 우리의 관점을 넓히고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얻은 통찰을 나누는 태도가 중요하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정보를 지혜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다. 빠른 것이 아니라 깊은 것, 많은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것을 추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길을 잃지 말고,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야 할 때다. 변화는 거창한 것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늘 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침실 밖에 두고 책 한 권을 펼쳐보는 것.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대신 창밖을 바라보는 것. 이런 작은 실천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정보에 휩쓸려 사는 삶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삶으로의 전환. 그 첫걸음을 내딛는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