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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
톰 행크스 지음, 홍지로 옮김 / 리드비 / 2025년 3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에게 위로를 주는 톰행크스의 영화를 정말 좋아했었다. 이번에 톰 행크스가 자신이 일생동안 바쳐온 영화와 영화산업 주변에 있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편 소설을 출간했다는 기쁜 소식이 있었고, 빠르게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톰 행크스의 <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였다.
영화는 마법 같은 순간들을 선사하지만, 그 마법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환상적이지 않다. 오히려, 영화 제작은 고난과 도전, 그리고 무수한 작은 기적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장대한 여정이다. 우리가 스크린에서 만나는 감동과 흥분 뒤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배우 톰 행크스가 자신의 첫 장편 소설 『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그 과정이다. 이 소설은 단순히 할리우드 스타의 성공담이 아니다. 오히려 영화 제작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톰 행크스가 수십 년간 몸담으며 경험한 영화 제작의 진짜 모습을 담고 있다. 영화는 감독과 배우들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빛과 그림자를 조절하는 조명 담당자, 장면의 연결을 매끄럽게 조율하는 편집자, 배우들의 연기를 한 치의 오차 없이 담아내는 촬영 감독, 그리고 무대 뒤에서 보이지 않는 수많은 기술자들과 스태프들. 이들이 없다면 영화는 완성될 수 없다.
이 소설에서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의 삶을 엿보게 된다. 영화 촬영이 얼마나 변수가 많은 작업인지, 얼마나 많은 도전과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는지를 알게 된다. 배우가 즉흥적으로 대사를 바꾸고, 몇 날 며칠 공들여 찍은 장면이 폐기되며, 예산이 부족해지고, 촬영 일정이 차질을 빚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제작진은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톰 행크스는 이를 두고 “영화 제작이란, 자신이 일으킨 문제보다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촬영 현장의 생생한 묘사는 마치 우리가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소음이 가득한 세트장, 감독의 단호한 목소리, 조명 담당자의 신중한 움직임, 배우들의 긴장감 넘치는 눈빛까지. 모든 요소가 영화 한 편을 완성하는 데 필수적인 조각이 된다. 그들의 노력이 조화를 이루는 순간, 비로소 걸작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와 닿았던 것은 톰 행크스가 영화라는 세계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사랑하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는 스타 배우로서만 할리우드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다. 그의 시선은 영화 제작 과정의 화려한 면이 아니라,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다. 조감독, 음향 기술자, 분장사, 스턴트맨, 심지어 촬영장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들까지. 그는 이들을 하나의 ‘이름’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그가 바라보는 영화계의 현실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현대 할리우드는 자본에 의해 움직이고,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들이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듯 제작된다. 그는 이러한 시스템을 비판하면서도, 무작정 혐오하거나 조롱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서도 가치 있는 이야기를 찾고자 한다. 영화가 상업적 상품으로만 아니라, 시대를 담아내고, 사람들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예술이 되기를 바라는 그의 바람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작품 속 캐릭터들에게도 투영된다. 그는 영웅 서사가 아닌,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인물들을 창조해낸다. 실패를 경험하고, 좌절을 극복하며, 때로는 연민을 느끼는 캐릭터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 삶과 맞닿아 있으며, 그래서 더욱 깊은 감동을 준다.
걸작이란 무엇인가? 톰 행크스는 그것은 창작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걸작이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걸작은 우연히 탄생하지 않는다. 그것은 무수한 실패와 시행착오, 그리고 끊임없는 열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예산 부족, 배우들의 돌발 행동, 날씨의 변화, 기술적 문제 등 수많은 장애물이 있어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영화를 완성해내는 이들의 끈기가 걸작을 만든다. 톰 행크스는 이 소설을 통해 바로 그 점을 강조한다. 영화는 완성된 결과물으로 뿐만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 가는 모든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다시 한번 창작의 의미를 곱씹게 되었다. 예술이란 결국,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집념과 헌신에서 비롯된다는 것. 그것이 비록 대중의 눈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그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톰 행크스라는 배우가 왜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지를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그는 훌륭한 연기자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따뜻함과 진정성을 지닌 사람이다. 그의 연기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이유, 어떤 역할이든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았다. 나는 나의 걸작을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영화든, 글이든, 삶이든,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진심일 것이다. 예술은 그 자체로 살아 숨 쉬는 존재다. 우리가 꿈꾸는 순간, 그것은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때, 그것은 비로소 걸작이 된다. 어쩌면 인생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의 하루하루가 쌓여, 결국 하나의 의미 있는 이야기로 남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걸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