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츠바키 연애편지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생성형 인공지능 AI의 시대이다. 이제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편지는 이제 좀처러 보기 힘들다. 편지, 그 한 장의 종이에 담긴 감정의 풍경이라 할 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과거의 유물이 되고 있다. 편지. 그 단어만으로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손끝으로 전하는 한 줄 한 줄의 글자 속에 녹아 있는 감정은, 디지털 세상이 전혀 담지 못하는 특별한 온기와 깊이를 지닌다. 우리는 종종 현대의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잃어버린 ‘아날로그적인 정서’를 찾고 싶어 한다. 그 정서는 바로 ‘편지’에서 찾을 수 있다. 편지는 그것을 주고받은 사람들의 인생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감동적인 매개체였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읽은 『츠바키 연애편지』에서 그려지는 편지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아날로그적인 정서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 책에서 주인공 포포는 대필가로 살아가며,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을 받아 편지로 대신 써준다. 그녀가 다루는 편지들은 그저 형식적인 문서가 아니다. 그것들은 사람들의 깊은 감정과 연결되어 있고, 때로는 고백이 되며, 때로는 이별을 담기도 한다. 편지를 통해 사람들의 소중한 기억과 생각을 이어주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정서가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이 이야기를 통해 나는 편지가 가진 특별한 힘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종종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로 소통하지만, 그 무엇도 편지가 주는 감동을 대체할 수는 없다. 편지를 쓸 때의 그 느리지만 깊은 과정, 그리고 받았을 때의 설렘은 디지털 시대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감정이다. 종이와 펜을 들고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면서 느끼는 감정의 무게는 그 어떤 기계적인 방법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편지를 쓴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시간을 온전히 들여, 나만의 언어로 마음을 담아내는 일이다. 그리고 편지를 받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손으로 쓴 편지를 받을 때의 그 기분은 디지털 메시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하다. 그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진심을 느낄 수 있는 ‘실체’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편지를 통해 우리는 서로를 더 가까이에서 느끼고, 그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포포가 대필한 편지들처럼, 그 한 장의 종이가 사람들 간의 갈등을 풀어주고, 이별을 구하고, 사랑을 고백하는 장으로 변한다. 이는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담길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준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는 속도감 있는 정보 전달이 중요시되지만, 그 속도와 대조적으로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우리의 삶에 오히려 더 깊은 위로를 준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빠르게 소비하고, 그만큼 느리게, 깊게 생각할 시간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가끔은 느리게, 천천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편지는 그런 시간을 허락해주는 존재다.
포포가 할머니의 비밀스러운 연애편지를 추적하며, 또 다른 감정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은 아날로그 감성이 주는 위로를 잘 보여준다. 그 편지들은 그 속에 담긴 사랑, 갈등, 후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그리고 포포는 그 과정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이처럼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단순히 기록을 넘어, 시간이 지나면서도 계속해서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힘을 가진다. 편지의 ‘시간성’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편지에는 시간성이 있다. 편지는 한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특정한 시간에 담아내는 방법이다. 그러나 그 시간이 지나면 그 편지 속의 감정은 그 자체로 시간이 묻어난다. 받는 사람은 그 감정을 시간 속에서 다시 꺼내어 읽고, 그 당시의 마음을 되새기게 된다. 이러한 시간적 특성은 디지털 메시지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점이다. 디지털 메시지는 즉각적이고 실시간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그것은 본래의 시간적 가치가 퇴색된 채 소비된다. 하지만 편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자체로도 감동을 준다. 예를 들어, 오래된 사랑의 편지를 다시 읽었을 때, 그 시절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말이다.
포포가 할머니의 연애편지를 찾고 그것을 공양하는 과정에서, 시간 속에 묻혀 있던 감정이 다시 드러난다. 그 편지들은 단순히 과거의 사랑 이야기만을 담고 있지 않다. 그것들은 시간이 흐르고, 그 당시의 사람들과의 관계가 변하면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감정을 전달한다. 이처럼 편지는 시간이 지나면서도 그 의미를 더 깊이 있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편지의 또 다른 큰 힘은 관계 회복에 있다. 사람들 간의 갈등을 풀고, 사랑을 다시 찾고, 잃어버린 감정을 되찾는 데 있어 편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포가 대필을 하며 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그들의 감정을 대신 전달하는 과정은 사실 그 자체로 사람들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여러 편지들은 각기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담고 있으며, 그들이 겪고 있는 갈등을 풀어주거나, 중요한 말을 대신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포포가 할머니의 연애편지를 추적하며 할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은 편지의 치유적인 힘을 잘 보여준다. 과거의 상처를 덮고, 갈등을 풀어내며, 사람들은 편지를 통해 서로를 다시 이해하게 된다. 편지는 그저 말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편지, 그것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깊은 감정의 매개체이다. 저자는 그 편지가 가진 감성적이고, 시간적인 깊이를 잘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다시 한 번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편지처럼 천천히, 진심을 담아 서로에게 감정을 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하며, 그 속에서 진정한 위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