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 - 유전과 환경, 그리고 경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케빈 J. 미첼 지음, 이현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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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1세기 들어 유전학 연구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는 인간 게놈의 전체 서열을 해독하고, 유전자가 뇌 발달과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과 함께 유전학적 지식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2018년 교육 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배아 선별에 다유전자 위험 점수를 사용하자는 제안이나, CRISPR 기술을 이용한 첫 번째 유전자 변형 아기 시도에 대한 광범위한 비난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케빈 J. 미첼(Kevin J. Mitchell)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나온 중요한 작품이다. 신경발달에 대한 유전적 영향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에서, 미첼은 복잡한 과학적 개념들을 명확하고 정확하게 설명하면서도 과장이나 희망적 사고에 빠지지 않은 균형 잡힌 관점을 제시한다. 이 책은 유전학과 신경발달 연구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읽을거리가 될 만한 것 같다.

미첼이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지적 중 하나는 우리가 초등 유전학 교육에서 멘델 유전학에만 집중해왔다는 것이다. 멘델과 그의 완두콩 실험은 유전의 단위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고, 여러 세대에 걸쳐 부모의 후손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결과의 확률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해주었다. DNA의 발견은 지금까지 추상적이었던 유전자에 물리적 실체를 부여했으며, 유전 메커니즘에 대한 통찰을 제공했다. 20세기 전반기에는 혈액형, 헌팅턴병, 낭포성 섬유증 등 멘델 법칙을 완벽하게 따르는 인간의 특성과 질병들이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문제는 많은 지적인 일반인들이 이것이 유전학 전반의 작동 방식이라고 가정한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조건이 유전된다면, 그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추적하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40년 전에는 많은 연구자들이 이러한 관점을 취하며 자폐증, 청력 상실, 난독증 등의 유전자를 추적하려고 했다. 하지만 벤 골드에이커(Ben Goldacre)의 말처럼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이 2019년 현재 유전학이 처한 상황을 잘 표현한다.

미첼이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유전자는 설계도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동일한 DNA가 동일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근친교배된 동물 연구, 일란성 쌍둥이 연구, 심지어 한 개인의 신체 좌우 발달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다. DNA는 화학적으로 비활성인 물질로, 염기 서열로 단백질로부터 몸을 구성하는 방법에 대한 지시사항을 담고 있다. 하지만 동일한 DNA를 가진 두 유기체가 같은 결과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DNA가 실질적으로 켜지고 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첼의 표현을 빌리면, "DNA는 그냥 거기 있을 뿐이지만, 단백질은 진정으로 인상적이다. 단백질은 세포 내에서 온갖 일을 하며, 작은 분자 기계나 로봇처럼 작동하여 수만 가지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DNA는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지만, 단백질이 생산되는 세포로 정보를 전달하는 전령 RNA는 그렇지 않다. 개별 세포들은 전령 RNA를 폭발적으로 전사하며, 이 과정에서 가변성이 있어 발달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RNA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고려는 중요한 결론으로 이어진다. 신경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유전적 영향 대 환경적 영향으로만 나눌 수 없다는 것이다. 전사 과정에서의 무작위적 변동은 우연이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일란성 쌍둥이가 다르게 성장할 때, 이는 종종 '비공유 환경'의 효과로 귀속되며, 이는 출생 전후의 경험에서 체계적인 차이가 있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들이 일란성 쌍둥이가 다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는 신경발달의 매우 초기 단계에서 작동하는 무작위적 효과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우연이 간과되는 한 요인이라면, 발달이 다른 요인이다. 단백질들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있어서, 유전자 A로부터의 전령 RNA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유전자 B와 C의 발현이 증가한다. 그 유전자들은 차례로 연속적인 연쇄 과정에서 다른 유전자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작은 초기 차이를 증폭시켜 훨씬 더 큰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미첼이 강조하는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유전적인 것과 유전 가능한 것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신경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는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전달되는 DNA를 통해 전달되어 유전 가능한 장애와 특성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전적 기반을 가진 많은 신경발달 장애들은 이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새로운(de novo)' 돌연변이, 즉 배아 발생 초기에 발생하는 DNA 변화로 인해 야기되며, 따라서 부모 중 어느 쪽과도 공유되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 모두는 많은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은 순수한 게놈을 가지고 있고 '장애가 있는 사람'은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는 명확한 구분이 있다는 개념은 허구다. 우리 모두는 수많은 복사수 변이(CNV), 즉 삭제되거나 중복된 DNA 덩어리들과 점 돌연변이, 즉 DNA의 단일 염기쌍 변화를 가지고 있다.

케빈 미첼는 현대 유전학의 복잡성을 정확하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이야기 한다. 우리는 책을 통해 유전학적 지식이 가져오는 윤리적 딜레마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미첼은 유전자가 설계도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DNA는 단순히 정보를 담고 있는 화학적으로 비활성인 물질이며, 실제 발달 과정에서는 우연, 환경, 그리고 복잡한 분자적 상호작용들이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관점은 유전적 결정론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도, 유전적 요인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극단적 환경주의에도 반대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첼이 성별 차이에 대한 균형잡힌 접근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적 올바름이나 이데올로기적 편향에 휘둘리지 않고, 과학적 증거에 기반하여 성별이 신경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차가 성별 차이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에서 제기되는 윤리적 질문들은 쉬운 답이 없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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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의 시대 - 치열하게 살았는데 왜 이토록 허무한가
조남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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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목표나 더 완벽한 계획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을 더 깊이 있게, 더 온전히 경험하려는 태도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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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도 불변의 법칙
이상준.지훈.이윤구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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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집을 산다는 일은 삶의 큰 결단이다. 그러나 집을 파는 순간은 그보다 더 깊은 책임과 전략을 요구한다. 사는 과정이 ‘희망’의 선택이라면, 파는 과정은 ‘결산’의 선택이다. 잘못된 매도는 수년간의 노고를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고, 현명한 매도는 다음 인생의 발판을 마련해 준다. 부동산의 매도의 원칙은 무엇일까? 이번에 <부동산 매도 불변의 법칙>을 읽었다.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부동산은 어떻게 사느냐보다, 어떻게 파느냐가 진짜 중요하다.” 많은 이들이 매도를 ‘집을 내놓고 사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로 여긴다. 하지만 실제 과정은 훨씬 복잡하다. 세금, 법률, 중개업소와의 관계, 매수자와의 협상, 잔금 처리, 사후 관리까지, 매도의 여정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종합적 의사결정이다. 저자는 이 복잡한 여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제시한다.

집을 팔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첫 번째 관문은 시장 조사와 시점 선정이다. 사람들은 흔히 “집값이 올랐으니 지금 팔아야겠다”는 단순한 기준으로 접근한다. 그러나 시장의 흐름은 계절과 정책, 금리와 공급량 등 수많은 요인에 의해 움직인다. 정책 변화 한 번으로 수천만 원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저자는 강조한다. 최소한 석 달 전부터 시장 상황을 체크하고, 세제 변화와 공급 계획, 금리 추이 등을 주시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높은 값에 팔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자산을 지키는 방패막이다. 실제로 많은 매도자들이 흐름을 읽지 못해 불리한 시점에 매물을 내놓고, 헐값에 팔아야 했던 사례가 반복된다. 또한 세무적 준비도 필수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장기보유특별공제, 부부 공동명의 전략 등을 사전에 확인하지 않으면, 막대한 세금으로 고생할 수 있다. 매도는 곧 세금과 직결된 사건이기에, 전문가와의 상담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을 팔 때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중개업소다. 그러나 무작정 가까운 곳에 맡기고 기다리는 것은 위험하다. 전속계약과 일반계약의 차이, 홍보 방식의 다양성, 중개사의 역량은 매도의 성패를 좌우한다. 저자는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조언한다. 전속계약은 집중된 관리와 책임감을 유도할 수 있지만, 중개사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일반계약은 노출 기회가 많아지지만, 매물 관리가 산만해질 수 있다. 따라서 매도의 목적과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또한 매물을 홍보할 때는 사진 한 장, 설명 한 줄이 매수자의 마음을 흔든다. ‘동·층·향’, ‘리모델링 여부’, ‘주변 인프라’ 같은 요소를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설득의 핵심이다. 급매라면 이유를 명확히 드러내되, 매물 자체의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균형 잡힌 표현이 필요하다.

매도 과정의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협상이다. 가격을 두고 매수자와 줄다리기를 할 때, 감정에 휘둘리면 손해를 보기 쉽다. 저자는 협상을 단순한 가격 흥정이 아니라 심리의 기술로 바라본다. 매수자의 질문에 즉흥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미리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하자의 범위를 어떻게 설명할지, 매도인의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계약서 조항을 어떻게 조율할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또한 임차인이 있는 경우, 권리 관계를 명확히 설명하고 법적 리스크를 차단해야 한다. 저자가 소개한 판례들, 예컨대 ‘현 상태 매매’ 특약에도 불구하고 하자담보책임을 인정한 사례는 매도인이 법적 언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이 가장 위험하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잔금을 받았다고 해서 매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세금 신고와 사후 관리라는 또 다른 장이 기다린다. 양도소득세 신고, 등기 이전, 잔금 처리 방식까지 매끄럽게 이어져야 진정한 매도가 완성된다. 잔금 처리만 해도 섬세한 주의가 필요하다. 계좌이체라면 즉시 입금을 확인해야 하고, 수표라면 반드시 은행에서 진위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 작은 부주의가 수천만 원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기존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재개발·재건축 상황에서의 취득일 판단, 보증 문제 등은 매도 이후에도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 저자는 이를 대비하기 위해 계약 단계에서부터 증거를 남기고, 사정 변경 시 객관적 자료를 확보해 두라고 조언한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부동산 매도 불변의 법칙’은 단순한 실무 지침이 아니다. 그것은 자산 관리의 태도이자 철학이다. 먼저 시장의 흐름을 읽는 눈을 갖추어야 한다. 법과 세금의 언어를 두려워하지 말고 공부해야 한다. 중개업소와 매수자, 협상의 순간마다 냉철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매도는 계약 이후에도 이어지는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원칙들은 모든 매도자가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할 나침반이다. 저자는 말한다. “매도를 잘하는 자가 진짜 고수다.” 위험을 줄이고 삶의 다음 발걸음을 단단히 다지는 지혜다.

책을 읽으며 나 또한 과거의 경험이 떠올랐다. 시장을 읽지 못해 적기에 팔지 못했던 후회, 중개업소에 소극적으로 맡겼다가 기회를 놓쳤던 기억, 세금을 대충 계산했다가 불필요한 지출을 했던 아픔. 그 모든 순간이 저자의 조언과 겹쳐졌다. 만약 앞으로 다시 매도를 하게 된다면, 나는 최소한 세 달 전부터 시장과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고, 전문가와 함께 세금 구조를 설계할 것이다. 중개업소를 선택할 때도 단순한 친분이 아니라 실적과 신뢰를 기준으로 따질 것이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감정 대신 원칙을 앞세우고, 계약 이후에도 모든 기록을 남겨 분쟁의 씨앗을 차단할 것이다. 부동산 매도는 삶의 자산을 정리하고,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그래서 매도는 늘 무겁고 어렵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한 불변의 법칙을 따른다면, 우리는 그 무게를 현명하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사는 법보다 파는 법이 더 어렵다. 그러나 파는 법을 제대로 배운다면, ‘집주인’을 넘어 진정한 자산 관리자, 나아가 삶의 전략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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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르게 팝니다 - 고객을 사로잡은 트레이더 조의 리테일 심리학
정김경숙(로이스 김)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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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마케팅은 더 많은 선택지, 더 화려한 광고, 더 적극적인 판촉활동이 성공의 열쇠라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미국의 한 슈퍼마켓 체인이 이 모든 통념을 뒤엎으며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트레이더 조(Trader Joe's)는 광고를 하지 않고, 할인도 하지 않으며, 심지어 온라인 스토어조차 운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미국 슈퍼마켓 업계에서 단위면적당 매출 1위와 고객만족도 1위를 동시에 달성하며, 마케팅과 심리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어떻게 성공을 한 것일까? 정김경숙님의 <우리는 다르게 팝니다>를 통해 알아본다. 트레이더 조의 성공은 운이나 시장 환경의 덕분이 아니다. 그들의 전략은 깊이 있는 소비자 심리학적 이해와 정교한 마케팅 이론의 실무적 적용에 기반한다.

트레이더 조의 가장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의도적으로 제한된 상품 구성이다. 일반적인 대형마트가 4만~5만 개의 상품을 진열하는 것과 달리, 트레이더 조는 약 4천 개의 상품만을 판매한다. 이는 심리학의 희소성 원칙(Scarcity Principle)을 정확히 활용한 전략이다.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의 설득의 심리학에서 제시된 희소성 원칙에 따르면, 사람들은 제한적이고 희귀한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트레이더 조는 이 원칙을 제품 라인업뿐만 아니라 개별 상품의 생명주기에도 적용한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고객들은 "언제 단종될지 모르니 지금 사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 실제로 할라피뇨 라임에이드와 같은 특정 제품들이 출시 후 빠르게 품절되고 재입고 일정이 불분명해지면서, 고객들 사이에서는 "트레이더 조 러시(Trader Joe's Rush)" 현상이 나타난다.

손실 회피(Loss Aversion)는 트레이더 조 전략의 중요한 축이다. 사람들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트레이더 조의 고객들이 품절된 제품을 위해 몇 주고 기다리거나, 다른 매장에서 유사한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기다리는 이유는 바로 이 심리적 메커니즘 때문이다. 고객들은 트레이더 조의 특정 제품을 놓치는 것을 단순한 구매 실패가 아니라 '특별한 경험의 상실'로 인식한다.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의 개념을 감정적 차원으로 확장한 것으로, 합리적 선택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소비자 행동을 만들어낸다.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은 현대 소비사회의 중요한 딜레마를 지적한다. 너무 많은 선택지는 오히려 소비자의 만족도를 낮추고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시나 아이엔가(Sheena Iyengar)의 유명한 잼 실험에서도 24종류의 잼을 진열한 매대보다 6종류만 진열한 매대에서 실제 구매율이 10배 높게 나타났다. 트레이더 조는 이 심리학적 통찰을 리테일 전략의 핵심으로 삼았다. 제한된 상품 구성은 고객의 선택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각 카테고리에서 '최선의 선택'을 제공한다는 신뢰감을 구축한다. 고객들은 복잡한 비교쇼핑 과정 없이도 트레이더 조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라면 품질이 보장된다고 믿게 된다.

큐레이션(Curation)은 원래 박물관이나 갤러리에서 사용되던 개념으로, 전문적 안목으로 가치 있는 것들을 선별하고 배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트레이더 조는 이 개념을 리테일에 도입하여, 자신들을 단순한 판매업체가 아닌 '음식 큐레이터'로 포지셔닝했다. 이러한 큐레이션 전략은 인지적 편의성(Cognitive Ease)을 제공한다. 다니엘 카네만의 표현을 빌리면, 사람들은 '빠른 사고(System 1)'를 선호하며 복잡한 분석적 사고를 요구하는 상황을 피하려 한다. 트레이더 조의 제한된 선택지는 고객들이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 없이도 만족스러운 구매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브랜드 의인화(Brand Anthropomorphization)는 무생물인 브랜드에 인간적 특성을 부여하여 소비자와의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트레이더 조는 이를 매우 정교하게 실행하고 있다. 하와이풍의 편안한 매장 분위기, 손글씨로 작성된 POP, 유머러스한 상품명과 설명문 등은 모두 브랜드를 '친근하고 재미있는 친구'로 인식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사람들은 자신과 유사하거나 호감을 느끼는 대상에게 더 높은 신뢰를 보인다. 이를 유사성-호감 효과(Similarity-Liking Effect)라고 한다. 트레이더 조의 '지적이고 호기심 많은' 브랜드 퍼스낼리티는 타겟 고객층의 자아 이미지와 일치하도록 설계되었다.

현대 소비자들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으며, 기업의 마케팅 메시지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 진정성(Authenticity)은 브랜드 신뢰도 구축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트레이더 조는 창립 초기부터 일관된 철학과 가치를 유지하며 진정성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고객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상품의 결함을 찾아 교체해주는 행위는 단순한 고객 서비스를 넘어 브랜드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위이다. 이는 고객에게 '트레이더 조는 진짜로 우리를 생각한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일관성의 원칙(Consistency Principle)에 따르면, 사람들은 일관된 행동을 보이는 대상을 더 신뢰한다. 트레이더 조는 수십 년간 동일한 브랜드 철학, 매장 운영 방식, 고객 서비스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높은 브랜드 예측가능성을 제공한다. 고객들은 트레이더 조에 가면 항상 친절한 직원을 만날 수 있고, 독특한 제품을 발견할 수 있으며,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러한 예측가능성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과 맞아떨어져 강력한 고객 충성도를 만들어낸다.


트레이더 조의 전략은 표면적으로는 전통적인 마케팅 원칙들과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깊이 있는 심리학적 이해와 정교한 마케팅 이론의 적용에 기반하고 있다. 더 적은 것의 힘(선택의 역설을 이해하고 큐레이션을 통해 고객의 결정 피로를 줄인다), 진정성의 가치(일관된 브랜드 철학과 진실한 고객 서비스를 통해 깊은 신뢰를 구축한다.), 관계의 중요성(거래적 관계를 넘어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여 지속가능한 충성도를 만든다),경험의 설계(상품 판매를 넘어 기억에 남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 고객의 자아와 연결(브랜드를 고객의 정체성 표현 수단으로 활용하게 한다)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트레이더 조의 사례는 현대 기업들이 직면한 과잉 마케팅의 시대에서 '덜어내기'의 철학이 오히려 더 강력한 차별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기술적 혁신과 디지털 마케팅이 주목받는 시대에도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와 감정에 기반한 마케팅의 본질적 가치가 여전히 적용가능함을 이해할 수 있다. 트레이더 조의 성공은 '고객을 이해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준다. 고객의 명시적 니즈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고객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심층적 욕구와 심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브랜드 경험으로 구현해내는 것이야말로 21세기 마케팅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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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의 시대 - 치열하게 살았는데 왜 이토록 허무한가
조남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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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오늘도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렇게 허전할까? 분명 할 일은 다 했고,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데, 마음 한구석에는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감정이 나만의 것일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조차 "뭔가 부족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살게 되었을까? 조남호님의 <공허의 시대>를 읽으며 그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하나의 공식을 주입받으며 자랐다. 꿈을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 성공이야말로 의미 있는 삶의 증거라는 생각. 이것이 바로 현대 사회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목적주의'의 정체다. 목적주의는 겉으로는 매우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인다. 목표가 있어야 방향을 잃지 않고, 계획이 있어야 효율적으로 살 수 있으며, 성취가 있어야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공식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숨어있다. 첫째, 목적은 끊임없이 변한다. 어제의 꿈이 오늘은 시시해 보이고, 오늘의 목표가 내일은 달라진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은 생각보다 불안정하다. 둘째, 계획은 현실 앞에서 무력하다. 아무리 치밀하게 세운 계획도 예상치 못한 변수들 앞에서는 종이조각이 된다. 팬데믹이 온 세상의 계획을 한순간에 바꿔놓은 것처럼. 셋째, 의지만으로는 지속할 수 없다. 처음에는 불타오르던 열정도 시간이 지나면 식어간다. 외적 동기로 시작한 일들은 결국 의무와 부담으로 변한다. 넷째, 성취의 순간은 생각보다 짧다. 그토록 원하던 것을 얻는 순간의 기쁨은 금세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목표를 찾아 헤매게 된다.

우리 사회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들의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동시에, 은밀한 압박감도 함께 전달한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왜 나는 안 될까'라는 자책감이 공존한다. 하지만 이런 성공 스토리들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다. 성공에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수많은 우연과 운,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성공한 사람들조차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우리는 이를 간과하고 오직 노력과 의지의 결과로만 바라본다. 더 큰 문제는 성공의 기준 자체가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서만 성공을 정의하는 순간, 우리는 끝없는 경쟁의 굴레에 갇히게 된다. 누군가보다 더 많이 가져야 하고, 더 높이 올라가야 하고, 더 빨리 달성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뇌과학자들이 밝혀낸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우리가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이다. 문제는 이 도파민의 분비가 매우 일시적이라는 점이다. 마치 마약과 같아서, 순간적인 쾌감을 주지만 곧바로 더 큰 허무함으로 떨어뜨린다. 그래서 성공을 경험한 사람들이 "성공해봤자 별거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일까? 그들이 허영을 떠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성취의 순간이 생각보다 공허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취 후에 찾아오는 '이게 전부야?'라는 감정이 더 강렬할 수 있다. 이런 메커니즘을 모른 채 우리는 계속해서 다음 목표, 더 큰 성취를 향해 달려간다. 마치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처럼, 열심히 뛰지만 실제로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목적도 계획도 성취도 의미가 없다면, 우리는 그저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야 하는 것일까? 여기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바로 '충만주의'라는 사고방식이다. 충만주의는 미래의 목적이 아니라 현재의 경험에 집중한다.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라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를 중요하게 여긴다. 결과보다는 과정, 성취보다는 경험, 목표보다는 현재의 충실함을 추구한다. 이것이 단순한 현재 중심주의나 쾌락주의와 다른 점은, 현재를 더 깊이 있게, 더 온전히 경험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100% 살아내려는 적극적인 태도다.

충만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우리가 사소하다고 여겼던 일상의 순간들이 새롭게 보인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 동료와 나누는 대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풍경들. 이 모든 것들이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목적주의에 갇혀 있을 때는 이런 순간들을 그냥 지나쳤다. '이런 걸로 뭐가 달라지겠어?'라고 생각하며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들만 찾았다. 하지만 충만주의는 바로 이런 순간들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운동을 예로 들어보자. 목적주의적 운동은 살을 빼거나 근육을 키우거나 건강을 위한 수단이다.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목표에 도달하면 동기가 떨어진다. 반면 충만주의적 운동은 몸을 움직이는 그 자체의 즐거움, 근육이 반응하는 느낌, 땀이 나는 감각을 중요하게 여긴다. 결과와 상관없이 운동하는 그 시간 자체가 충만하다.

공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목표나 더 완벽한 계획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을 더 깊이 있게, 더 온전히 경험하려는 태도의 전환이다. 오늘 밤, 다시 천장을 바라보며 공허함을 느낄 때, 이렇게 질문해보자. "나는 오늘을 얼마나 충만하게 살았는가?" 거창한 성취나 완벽한 하루가 아니더라도, 작은 순간들 속에서 발견한 의미와 경험들을 떠올려보고자 한다. 공허의 시대에서 충만의 시대로 넘어가는 것은 외부 세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같은 현실이라도 다른 렌즈로 보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우리가 찾아 헤매던 의미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있었다. 단지 우리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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