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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 도시로 숨 쉬던 모던걸이 '스위트 홈'으로 돌아가기까지
김명임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평점 :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났었던 신여성 운동과 그들의 활동 그리고 그 이후에 대한 연구를 종합한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김명임외 4인 공저인 <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였다. 우리나라 신여성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본다. ^.^
이 책은 신여성이 어떻게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공적 영역으로 침투해 갔는지를 다양한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신여성들은 근대 조선 사회에서 단순히 문화적으로 눈에 띄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의 첨병으로 나서며, 자신들만의 문화를 창조하고 즐기기 시작했다. 이는 그들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문화의 주체로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했던 의지를 나타낸다. 하지만 신여성의 존재는 단순히 긍정적인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들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전히 억압받는 존재였다. 잡지 《신여성》은 신여성의 삶을 다루고 있었지만, 그 태도는 복잡했다. 신여성을 대상으로 한 남성 필자들의 시각은 그들의 욕망과 존재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경향이 있었다. 신여성들은 ‘허영’과 ‘사치’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그들은 이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지켜나갔다. 그들의 불온한 존재감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결국 신여성의 등장은 당시 사회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들은 기존의 질서를 뒤흔들며, 새로운 사회적 가능성을 열었다. 경성의 거리를 진동케 한 이들은 단순한 유행의 아이콘이 아닌, 새로운 시대를 여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했다. 이들의 존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의 발자취를 통해 현대 사회의 성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갈 수 있다. 신여성의 이야기는 과거의 기록이면서, 그들의 삶과 문화는 현재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그들의 불온함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고뇌의 과정이었다. 우리는 이들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성 차별과 정체성의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신여성의 등장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조선시대의 신여성과 현대 여성의 투쟁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신여성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사회에서의 위치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남성 중심의 사회 구조와 맞닥뜨려야 했다. 저자는 조선판 ‘백래시’와 ‘맨스플레인’이라는 두 개념을 통해 신여성들이 직면한 사회적 압박과 그에 대한 저항을 살펴보며, 현재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유사한 상황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고자 한다. ‘백래시’는 진보적인 변화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신여성이 등장했을 때, 그들은 사회의 기존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존재로 여겨졌다. 이에 대한 남성 세력의 반발은 강압적인 방식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신여성의 외양과 행동을 비난하고, 그들의 의견을 왜곡하며, 불온한 존재로 간주했다. 이러한 반발은 단순한 개인적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사회적 권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신여성들은 근대 조선 사회에서 새로운 정체성의 상징으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끊임없는 스캔들과 소문의 대상이 되었다. ‘신여성 수난사’는 현대의 여성 연예인들이 겪는 고초와 유사하다.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지만, 사회는 그들의 행동을 과장하고 왜곡하여 그들을 더욱 고립시키려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남성 중심의 시각이 신여성을 어떤 방식으로 규정짓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여학생’에 대한 남성의 태도는 맨스플레인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남성들은 여학생들이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들을 가르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단순한 관심이나 걱정이 아니라, 여성을 통제하고 억압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여학생들은 순진무구한 존재로 여겨졌고, 이는 그들을 사회에서 또 다른 위치로 밀어내려는 남성의 의도를 드러낸다. 신여성들은 이러한 억압에 저항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애썼다. 그들의 분투는 현재 여성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오늘날에도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과거의 신여성들이 직면했던 고난과 그들의 저항을 통해 현대의 싸움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서구 문명의 유입과 함께 조선 사회에 '과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었고, 이는 여성의 해방을 위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도구로 여겨졌다. '과학적' 사고방식과 교육은 여성들이 전통적인 가정 역할에서 벗어나 더 넓은 사회적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해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은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막는 새로운 억압의 장치로 변질되었다. 과학은 가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이는 여성들에게 더 많은 가사 노동과 자녀 양육의 책임을 부과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예를 들어, 가사 노동의 과학화와 가정의 탈주술화는 여성들에게 현대적 가정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지식'을 요구했고, 이는 여성들을 다시 가정의 중심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했다. 즉, 과학은 여성을 해방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그녀들을 더욱 가정에 묶어두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여성들이 가정 내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는 여성의 '무지'로 치부되었다. 이렇게 되면서 여성들은 과학적 지식과 능력을 갖추기 위해 더욱 가정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과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여성 해방의 도구라기보다는 여성 억압의 새로운 형태로 작용하게 되었다. 우리는 신여성들의 투쟁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여성 억압의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