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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 1
박완서 지음 / 민음사 / 2024년 8월
평점 :
박완서의 소설 "미망"이 1990년대에 처음 출간된 이후,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회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대학 시절,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이 다시 떠오르며, 그때와 지금의 시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미망"은 한국 사회의 여성 문제와 그 안에서의 개인의 삶을 탐구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근대 한국 사회의 맥락 속에서, 이 작품은 당시 여성들이 겪었던 어려움과 그들의 내면 세계를 진지하게 조명하였다. 당시에는 여성의 권리와 자율성이 사회적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그런 시대 속에서 박완서는 여성의 삶을 진솔하게 묘사하며, 그들의 고뇌와 희망을 담아냈다. 대학 시절,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여성의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이는 나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미망"을 다시 읽게 되면서, 나는 그 당시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서 느끼는 차이를 분명히 느낀다. 당시에는 단순히 이야기의 흐름에 빠져들며 감정적으로 반응했지만, 지금은 사회적 변화와 여성의 삶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재조명하게 된다. 이 작품이 다시 읽히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회상에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여성 문제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1990년에 초판이 출간된 박완서의 장편소설 <미망>은 단순한 가족사가 아니라 한반도의 격동의 역사를 반영한 서사시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은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 그리고 한국전쟁과 분단에 이르기까지의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사회적, 역사적 변화를 생생히 그려낸다. <미망>이라는 제목은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것'을 의미하며,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삶의 무게와 역사의 혼란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상태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이 소설은 박완서 작가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기에 집필한 작품으로, 삶의 고난을 창작의 힘으로 이겨내려는 작가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망> 제1권은 개성의 중인 출신 상인 전처만 집안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처만 영감은 뛰어난 상업 감각으로 가문의 부를 축적한 인물로, 특히 인삼 농사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손녀 태임을 특히 애지중지하며, 태임은 쇠락한 양반 가문 출신의 종상과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태임의 어머니가 하인과 간음하여 낳은 이부 동생 태남이 등장하면서, 가족 내의 갈등과 복잡한 인물 관계가 점차 얽히고설키기 시작한다. 이 외에도 여러 세대에 걸친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의 욕망과 신념을 따라 움직이며, 그 과정에서 서로 대립하고, 연민하며, 때로는 동맹을 맺는 등의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박완서의 소설 <미망>은 한국 사회의 여성 문제와 그 안에서의 개인의 삶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주인공의 바람은 태임이, 즉 젊은 여성에게 다른 삶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태임이가 이 나라의 여성들처럼 전통적인 굴레에 갇히지 않기를 바란다. 여성의 삶이 단지 빈부와 귀천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과 가능성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작가인 박완서의 실제 삶과 닮아 있는 것 같다. 작가의 삶에서와 같이 그의 소설에서 여성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지점인 것 같다. 박완서는 당시 사회에서 여성들이 처한 현실의 복잡성을 그 배경에 깔면서 이야기 해 준다. 많은 여성들이 전통적인 가치관과 현대적 요구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으며, 이러한 갈등은 우리나라 사회 전체의 구조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주인공이 느끼는 막연한 예감은 사회의 변화가 임박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나라 안팎에 감도는 심상치 않은 풍운"은 정치적 변화와 함께, 사회 구조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여성의 삶이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단지 외부의 힘에 의해 이끌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박완서는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삶의 주체로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작품은 단순히 가족 내의 드라마로 끝나지 않고, 그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적 사건들이 가족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국가의 격변 속에서 인물들은 각자 나름의 길을 찾아가며, 그들의 선택이 가족과 개인의 운명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치열한 탐구가 이루어진다. 이들은 전통적인 가치관과 새로운 시대의 변화 사이에서 갈등하며, 그 과정에서 박완서 작가는 인간의 욕망과 도덕성, 그리고 운명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박완서의 <미망>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면모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독자들에게 한 시대를 통과한 인간의 존엄성과 연약함, 그리고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의 인간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게 한다. 특히,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본 여성 인물들의 삶과 그들이 겪는 고난과 갈등은 이 소설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박완서는 여성으로서, 또 한 시대를 살아온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극복의 과정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읽는 김에 3권까지 읽어야 겠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