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다카세 준코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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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서 '샤워'라는 행위는 단순한 청결의 수단을 넘어, 사회적 및 문화적 상징으로 발전해 왔다. 고대 로마 시대의 공중목욕탕에서부터 현대 사회의 개인적 샤워 공간에 이르기까지, 물로 몸을 씻는 행위는 육체적 정화뿐 아니라 정신적 해방과 재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에 소설 제목으로서는 조금은 생소할 것 같은 <샤워>를 주제로 한 소설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다카세 준코의 소설 <샤워>이다.

샤워는 도쿄 도심에서 살아가는 삼십대 맞벌이 부부인 이쓰미와 겐시의 이야기를 통해 일상 속의 작은 균열이 어떻게 개인의 내면과 부부 관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어느 날 갑자기 겐시가 '몸을 씻기 싫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 실은 복잡한 감정과 관계의 축적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드러낸다.



샤워의 주요 배경은 도쿄의 번화가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일상이다. 이쓰미와 겐시는 각자 직장에 다니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퇴근 후에는 각자 사 온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한 뒤 함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을 살아간다. 그들의 삶은 겉으로 보기에 안정적이지만, 잔물결만큼의 변화를 허용하지 않는 무미건조한 일상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겐시는 더 이상 몸을 씻고 싶지 않다고 선언한다. 이는 단순한 게으름이나 반항이 아니라, 자신이 도시의 물에 더 이상 몸을 맡길 수 없다는 이상한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쓰미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혹스럽지만, 그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겐시는 샤워는 물론, 비누, 샴푸, 치약마저도 거부하게 되고, 이는 이쓰미에게 심각한 스트레스와 고민을 안겨준다. 남편의 변화에 당황한 이쓰미는 다양한 방법으로 그를 씻기려 하지만,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어느 날, 겐시는 TV에서 본 에메랄드빛 강에 자신을 맡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며, 이쓰미는 그와 함께 자신의 고향인 깊은 산속의 마을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곳에서 겐시는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수영하며 오랜만에 즐거움을 느끼고, 이쓰미는 남편의 모습에 안도와 불안을 동시에 느낀다. 결국, 이쓰미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며,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샤워'의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는 왜 샤워를 주제로 소설을 구상한 것일까? 고민해 본다. 샤워는 단순히 몸을 씻는 행위이지만, 역사적으로 다양한 상징성을 지녀왔다. 고대 사회에서 목욕은 종교적 의식과 연결되었으며, 청결과 정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현대에 이르러 샤워는 개인의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 행위가 되었지만, 여전히 물리적, 정신적 정화를 의미한다. 다카세 준코의 샤워에서 '샤워'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필수적이며 당연시되는 행위로 등장하지만, 동시에 주인공들의 관계와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겐시가 샤워를 거부하는 것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도시 생활에서의 피로와 소외감을 드러내는 상징적 행위다. 그는 샤워를 거부함으로써 자신을 억압하는 사회적 규범과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며, 이는 이쓰미와의 관계에도 큰 파문을 일으킨다.



이쓰미에게 샤워는 깨끗함과 안정, 그리고 사회적 규범을 의미한다. 그녀는 남편의 변화에 당혹스러움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샤워를 거부하는 겐시를 통해 이쓰미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남편의 행동이 단순한 개인의 변덕이 아닌 깊은 내면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쓰미는 소설의 중심 인물로, 남편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혹스러워하지만, 그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겉으로는 평온하고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편의 변화로 인해 내면의 갈등과 불안을 겪는다. 이쓰미는 겐시가 샤워를 거부하며 겪는 변화를 통해 자신의 삶과 욕망, 그리고 부부 관계의 본질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된다. 이쓰미에게 샤워는 자신이 사회적 규범과 기대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며, 남편의 행동은 그녀에게 그러한 규범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깨닫게 한다. 그녀는 남편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 역시 그동안 억압해 왔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이는 그녀가 자신의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남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



겐시는 샤워를 거부하는 행동을 통해 현대 사회의 규범과 억압에 저항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도시의 물에 더 이상 몸을 맡길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샤워뿐만 아니라 비누, 샴푸, 치약 등의 사용을 거부한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변덕이 아니라,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비롯된 갈등과 저항의 표현이다. 겐시에게 샤워는 도시 생활에서의 피로와 소외감을 상징한다. 그는 물리적 청결보다 정신적 해방을 원하며, 자연 속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느끼고자 한다. 그의 행동은 단순히 개인의 변화를 넘어, 현대인의 일상에서 경험하는 소외와 피로, 그리고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겐시는 샤워를 거부함으로써 자신을 억압하는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고자 하며, 이는 이쓰미와의 관계에도 큰 파문을 일으킨다.

다카세 준코가 이 작품의 제목을 '샤워'로 정한 이유는 작품 속에서 샤워가 가지는 복합적인 의미와 관련이 깊은 것 같다. 샤워는 단순한 청결의 행위이지만, 현대인의 삶에서 필수적이며 당연시되는 행위로, 사회적 규범과 기대를 상징한다. 그러나 동시에, 샤워는 개인의 내면과 관계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상징적 요소로 작용한다. 겐시가 샤워를 거부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변덕이 아니라, 그가 경험하는 내면의 갈등과 사회적 규범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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