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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바다 ㅣ 암실문고
파스칼 키냐르 지음, 백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6월
평점 :
파스칼 키냐르(Pascal Quignard)는 독특한 문학적 스타일과 철학적 깊이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소설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일반적인 소설의 틀을 벗어나,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그는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따르지 않고, 파편적인 이야기와 철학적 사유를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그의 글은 마치 시처럼 아름답고, 동시에 철학적 사유가 녹아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깊은 성찰을 하게끔 만든다. 종종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소재로 삼아, 이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데, 그의 문체는 정교하고 섬세하며, 때로는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는 우리로 하여금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는 것 같다. 그의 문장은 음악적인 리듬과 음율로 구성하여, 마치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독자가 글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또한, 서사보다는 분위기와 감정의 전달에 더 큰 비중을 두어 독특한 감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번에 그의 작품인 <사랑 바다>를 읽어보았다.
키냐르의 작품 <사랑 바다(Les Escaliers de Chambord)>는 그의 독특한 스타일과 철학적 깊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작 중 하나이다. 사랑, 욕망, 그리고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그의 독특한 문학적 스타일과 철학적 깊이로 잘 보여준다. 17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여러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과 사건들을 통해 사랑과 음악, 그리고 삶의 고통을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얽히고설키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데, 그들의 삶을 통해 독자는 당시 사회와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소설은 여러 등장인물들의 전지적 시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서술하고 있다. 키냐르의 소설 스타일을 처음 접해서, 처음에는 몇 번을 반복해서 읽어야 그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처음에는 정말 헷갈려서 ….)
17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한 소설 <사랑 바다>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그 시대의 변화를 생생하게 담아낸다. 이 소설은 깊은 사랑과 상처, 정착하지 못하는 영혼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각 인물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떠돌거나 도망치며, 그 과정에서 그들의 내면을 탐구하게 된다. 주인공 하튼은 사랑했던 연인 튈린이 아무런 설명 없이 떠난 뒤, 그리움과 상처를 안고 정처 없이 떠도는 인물이다. 하튼의 여정은 잃어버린 사랑을 찾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한편, 이삭은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이름을 바꿔가며 세상으로부터 숨어 살아야 했다. 그의 이야기는 죄책감과 자기 구원의 문제를 다루며,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야콥은 절대음감을 가진 음악가로,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음악을 찾아다니는 인물이다. 그의 여정은 존재하지 않는 음악을 찾기 위한 것이며, 결국 그 자신이 음악이 되어간다. 야콥의 이야기는 예술과 열정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반면 아브라함은 전쟁이 끝난 후 수도원을 세우며, 평화를 찾고자 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의 이야기는 전쟁 후의 재건과 신앙의 문제를 다룬다. 마리 에델은 어린 나이에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그 충격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인물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트라우마와 성장의 문제를 다루며, 독자에게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지빌라 공녀는 일평생 자유를 갈망하다가 반려말의 죽음으로 급속하게 노화하는 인물로, 그녀의 이야기는 상실과 노화, 그리고 자유에 대한 갈망을 다룬다.
이 소설은 기존 소설의 인물들의 이야기의 서사에 그치지 않고, 당시 유럽의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담아낸다. 17세기 유럽의 복잡한 정세를 배경으로,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특히, 연인의 육체와 감정을 자연물과 예술에 빗대어 표현한 부분은 소설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카드 놀이로 시작되는 소설은 사랑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 그리고 그 속에서의 도피와 갈망이 소설 전반에 걸쳐 흐른다. 결국, 사랑과 음악은 매우 유사한 속성을 지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은 사랑과 음악, 그리고 그 속에서의 인간의 열정을 깊이 탐구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의 주제는 사랑과 음악은 모두 열정과 고통을 동반하며, 이는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을 통해 잘 표현된다. 튈린은 음악을 사랑했고, 음악이 낳는 고통에 몰두했다. 그녀의 열정은 음악에 대한 사랑과 그로 인한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그녀의 삶을 지배한다. 소설의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사랑 바다>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음악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진심어린 어루만짐과 위안을 얻는다는 것의 의미, 슬픔을 넘어서는 사랑의 상실은 소설의 중요한 주제다. 사랑에 내용을 강요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메시지는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은 또한 예술가들의 삶과 그들의 숙명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예술가들은 깊은 슬픔과 고통 속에서 창작하며, 그들의 작품은 대중으로부터 빠르게 잊혀지기도 한다. 소설 속 예술가들의 죽음은 하나같이 느닷없고 허망하며, 이는 살아 있는 자들을 홀로 외롭게 만든다. 이러한 예술가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소설은 인간의 삶과 예술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사랑 바다, 총리뷰
사랑과 음악, 그리고 그 속에서의 인간의 열정, 역사적 배경과 개인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키냐르는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벗어나, 파편적인 이야기와 철학적 사유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섬세한 문체로 깊이있는 인사이트를 전달해 주는 것 같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