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 명상록은 책이 아니라 영혼의 처방전이다, 최신 완역판 다상 고전의 향기 1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키와 블란츠 옮김 / 다상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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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록, 수상록으로 이름난 책들이 꽤 있다. 주로 명사들이나 철학자들의 이름이 붙어 베이컨 수상록, 몽테뉴 수상록 등 '이름+OO 록'의 형태를 취한다. 왜 사는가? 정의란 무엇인가? 등등의 형이상학적 질문부터 시작해서 사랑이란? 일이란? 여행이란? 등등의 일상의 질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한 단문들을 엮은 책이다. 우리말로 하자면 일기도 되고, 수필도 되고 그렇다. 짧지만 비범한 생각들을 담고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에 잠기게 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인용하기에도 좋은 글 모음이다. 명상록으로 이름붙은 책들 중에서 단연 제일 유명한 것은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이다. 검색해 보면 우리말 번역본도 무려 수십종이 넘을 정도이다. 현대의 명사들도 심심찮게 인생의 책으로도 꼽는 명서. 나에게도 인생의 책이 될 수 있을까?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의 전성기를 구가한 오현제의 다섯째 황제다. 어려서부터 훌륭한 교육을 받고 황제로 키워진 준비된 황제이자 명군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스토아 철학자로서 이른바 '철인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분이시다. 이런 그가 게르마니아 전쟁에서 지휘하며 막사에서 쓴 일기가 '명상록'이다. 내용은 이렇다. 인간의 본성과 자연의 순리는 신에 의해 부여된 신성한 것으로 우리는 날때부터 정의, 용기, 신중, 자제 등의 가치를 내면에 가지고 있다. 나를 근심케 하는 모든 것들은 외부나 타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자신의 내면의 중심만 잘 지키고 있으면 이런 외부의 것들은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고통, 근심, 시기, 질투, 등등은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양을 통해 내면의 본성을 지키고 길러야 한다. 우리의 인생 또한 신에 의해서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고, 사람은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아무리 큰 명예와 부, 철천지 원수와 적이라도 내가 죽으면 다 사라지니 큰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현세의 작은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내면의 가치에 따라 살아라. 명상록의 중심테마다. 이런 맥락의 생각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 명상록의 내용이다. 대 로마제국의, 그것도 최전성기에, 그것도 전쟁터에서 황제에 의해 쓰여진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생각들이다. 무고무상의 권력자가 정의와 절제를 강조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반성하고, 인생의 공수레 공수거요, 나 죽으면 그만이라는 도인과 같은 생각을 어찌 하였을까? 가만 생각해보면 그가 절대 권력자이기에 오히려 더 그럴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황제로서 주변에 수많은 아첨꾼과 음모자, 협잡꾼들에 시달리면서 오히려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게 되었을 것이다. 아울러 절대자로서의 공허함이 스콜라 철학과 맞물리면서 인생무상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 명상록의 번역자는 명상록이 일상적인 읽기로는 이해할 수 없는 책이라고 한다. 오랜시간 두고두고 그와 같이 명상을 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햇다. 또 누군가는 명상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우렐리우스의 고결한 정신세계에 근접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솔직히 나 역시 그렇다. 도저히 철인왕의 정신세계에 근접할 수 없었다. 인생무상의 경지, 죽으면 그만인데 뭘 그리 연연하나 하는 태도는 머리로는 알겠으나, 그렇다고 그걸 인생의 지표로 삼아 모든 근심 걱정을 잊고 살기에는 실제로는 무리다. 원효대사 정도의 정신세계가 아니고서야...(명상록을 읽으며 계속 원효대사의 해골물 일화가 생각이 났다. 모든 것은 자기 마음먹기에 따른 것이라는,,,) 명상록과 같은 태도로 인생을 살려면 적어도 황제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혹은 도인이 되거나, 아님 인생을 마무리하는 노년이 되거나. 좋은 책 읽고(실제로 좋은 얘기로 가득하다) 헛소리만 늘어놓는 것 같아 아쉽지만 그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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