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4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4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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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동일한 컨셉으로 발간되어 익숙한 '트렌드코리아'는 내 12월 독서리스트의 단골손님이다. 연말만 되면 쏟아져나오는 전망, 예측, 트렌드 서적 중에서 여러모로 가장 재미있고, 쓸만하고, 친숙하다. 보통의 전망서들은 주로 내년도 경기전망, 경제성장율 예측치, 주요 원자재의 가격전망 같은 큰 흐름, 즉 거시적 측면에서 내년을 바라봐 딱딱하고 우리의 일상과는 먼 느낌인데, 트렌드코리아는 주로 소비의 관점에서 전망과 트렌드, 유행을 세세하게 다루기 때문에 피부에 와 닿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 직장인들은 트렌드와 거리가 먼 삶을 산다. 특별히 유행에 민감하거나 민감해야하는 직종에 근무하거나, 불금을 찾아 클럽을 전전하는 20대 초반의 직장인들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 책을 읽는 재미중의 하나는 간접적으로나마 이러한 유행과 트렌드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신조어라던지, 최신 사이트 등을 인터넷에서 확인해보면서 읽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 30대 중반이상의 직장인들은 꼰대 취급 받지 않으려면 가끔씩 최신 트렌드를 따라잡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한 바. 이럴때 트렌드코리아는 큰 도움이 된다.     

 

■ 트렌드코리아의 특징 중 하나는 10개의 트렌드들을 제시하면서, 각 키워드들의 머리말을 조합하여 내년의 12간지 동물을 포함한 종합키워드를 만든다는 것이다. 내년은 갑오년 말의 해인데 그래서 조합한 내년의 키워드는 'DARK HORSES'이다. 내년에는 우리 경제가 불황과 어려움을 딛고 다크호스처럼 두각을 나타내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다. 좀 억지스러운 면이 없진 않으나 이것 또한 재미있는 요소중의 하나이다. (작년은 뱀의 해 였고 그래서 COBRA TWIST 였단다) 간단하게 이 머리말을 따라서 내년의 소비 트렌드들을 살펴보면...

Dear, got swag? (참을수 있는 스웨그의 가벼움) 쿨하면서, 반항적이며, 독창적이다 등의 다중적 의미를 지닌 힙합용어 'Swag'의 유행을 통해 문화적 트렌드의 일면을 보여준다. Swag한 문화는 가볍고 경박하지만 여유와 멋이 있고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다.

Answer is in your body. (몸이 답이다) 정신노동에 지친 현대인의 육체적 무력감에 대한 반발로 신체 활동을 통해 균형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다. 마라톤, 춤, 자전거 등의 레포츠의 대유행, 소득이 작더라도 육체노동으로 돌아가려는 직업적 추세가 이를 말해준다.

Read between the ultra-niches (틈새의 틈새를 찾아라)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불황형 소비자 속에서 기업들은 타깃시장과 소비자를 정확히 파악해 아주 미세한 시장까지 정밀하게 마케팅해야 할 상황이다.이러한 초니치시장에서는 마켓셰어 보다는 한 명의 고객에게 여러번 많이 파는 고객셰어의 개념이 중요하다.

Kiddie 40s (어른아이 40대) 과거의 중년세대가 삶의 무게에 지쳐 불소통, 워커홀릭, 근엄한 아버지등으로 대변되었다면, 새로운 40대는 X세대로 청춘을 보낸만큼 변화에 능하고, 정보통신혁명에 뒤쳐지지 않으며, 가족과 일에 대한 희생과 자아의 행복을 적절하게 조화할 줄 아는 세대다. 소득의 정점에 있고 소비성향이 강한 만큼 그들의 니즈들을 반영한 상품과 서비스등이 강세다.

Hybrid Patchwork 하이브리드 패치워크는 크로스오버, 컨버전스, 콜라보레이션등을 포괄하는 개념의 산업간 교차협력이라고 정의된다. 이종과 동종의 제품과 서비스, 유통등의 다양한 형태의 결합으로 나타난다.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서 한 기업과 제품의 혁신만으로 살아남기에 어려운 만큼, 조합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Organize your platform (판을 펼쳐라) 소비자나의 참여들 통해 성장하는 비지니스 생태계가 유행한다. 기업이 판을 깔아주면 소비자들이 정보와 기호를 채워놓으며 발전해나가는 형식의 비지니스다. 예를 들면, 카카오, 쇼셜라이브마케팅, 협동조합, 왓챠등의 서비스가 그 예이다. 모바일 기술, SNS의 등장으로 가속화 되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효과가 발생한다.

Reboot everything (해석의 재해석) 급속한 발전도상에 있었던 한국의 소비자는 새로운 것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발전이 정체에 이른 대감속시대에 소비자는 오래된 것을 가치있게 여기는 사고가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기술에 옛 디자인을 반영한 레트로 제품, 맨오브스틸 등의 리부트 영화나 응답하라 1994의 대유행이 이를 말해준다. 

Surprise me, guys! (예정된 우연) 소비자들은 일상의 반속 속에서 작은 우연, 행운, 예기치 못한 기쁨을 추구한다. 지속적인 불황속에서 가격에 의존한 마케팅보다는 이러한 감정을 건드리는 마케팅이 유행이다. 게릴라마케팅이나 럭키백 열풍이 대표적 사례이다.

Eyes on you, Eyes on me (관음의 시대)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일인미디어 플랫폼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타인의 삶을 찍고, 퍼트릴 수 있다. 아울러, 자신을 보여줌으로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결합되어 보고, 보여주는 관음증의 시대가 도래했다. 보안업체의 급속한 성장, 라인등의 폐쇠형 SNS의 유행, 일반인이 등장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인기 등이 이를 말해준다.

Say it straight (돌직구로 말해요) 직설화법이 문화적 코드로 자리잡은 현상을 말한다. 이는 복잡함을 기피하려는 현상, 갑질로 대표되는 부조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소수의 집단화, 수직소통에서 수평소통으로 나아가려는 사회현상의 일환이다.

 

■ 내년의 트렌드 10개가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지점은 '전환'에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고성장에서 지속적인 저성장 국면으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바뀌는 전환기적 현상과 불황이 교차하면서 기업의 불확실성의 증대, 개인의 소득감소와 스트레스, 양극화, 가치의 혼란, 개인의 소외 등이 발생하며 이는 트렌드의 한면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정신적으로 지친 개인들이 몸으로 돌아가고, 복고의 향수에 빠지며, 복잡한 것을 거부하고, 관음의 유혹에 빠지고, 기업들은 불황으로 인한 저소비 국면에서 측면에서 초니치시장을 개척하고,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을 펼치며, 패치워크를 추진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하는 것은 SNS로 대표되는 정보통신 기술, 빅데이터 분석기술 등의 기술의 발전이다. 가만히 보면, 우리는 트렌드의 전환이 너무 빠른듯 하다. 다이나믹하다는 우리의 국민성의 영향도 있겠지만, 주요한 이유는 앞서 얘기한 전환기가 우리에게 너무 급격하게 다가와서 그런 것 아닐까? 유럽같은 선진국의 상황을 보면 이런 경제, 사회, 문화적 트렌드가 우리처럼 급격하게 변하지는 않는 느낌이다. 오히려 유행에 뒤쳐진듯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신구가 공존하면서 안정적으로 변해가는 그런 분위기가 있다. 물론 그들은 오랜기간에 걸쳐 부침을 경험하며 길게 전환기를 가져온 정상적인 근대화의 역사가 있었기 떄문이 가능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우리도 전환기적 혼란을 극복하고, 이제 향후 일상이 될 저성장, 고실업의 경제현상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차분히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아쉬운 것은 이러한 전환기적 혼란과 불안을 이끌어 나갈 사회적, 정치적 지도층이 전무하다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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