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
김병완 지음 / 아템포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서울의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자리를 잡고 11년째 근무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남자가 있다. 직장에서 나름 인정받고 있으며, 때에 맞춰 결혼하여 아이도 키우고, 소박하나마 서울에 전세집을 마련해 살고 있다. 그러나 어느날 문득, 그는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의 처량한 모습을 보며 삶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비록 안정된 길을 걷고 있지만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그래서 삶이 즐겁고 행복한지 알 수가 없다. 여기까지 보면 평범한 우리 주변의 직장인의 모습이다. 우리도 저런 비슷한 모습의 직장생활을 하고, 가끔씩 삶에 회의를 느끼기도 하고, 과연 내 삶이 행복한지 고민도 하고 그러질 않는가? 그러다가 또 현실의 무게감에 일상으로, 직장으로 돌아가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 과감히 사표를 내던지고 지인 하나 없는 부산으로 내려간다. 그 후로 3년동안 도서관에 쳐박혀서 사회와 연을 끊고책만 줄구장창 읽는다. 3년간 만권에 가까운 책을 읽고나서는 다음 일년 동안은 책을 쓴다. 그렇게 낸 책이 1년 6개월동안 33권이다. 그리고 강연도 하고 TV 출현도 하면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는 도서관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읽이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만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지혜와 의식이 엄청나게 발전, 확장되었음을 체감하였고 자연스럽게 작가가 되었다. 작가와 강연자로써 생계를 성공적으로 해결했음은 물론이요 무엇보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공로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던 3년의 시간으로 돌린다. 독서를 통해 자신의 의식을 변화시켰으며, 의식의 변화를 통해 자연스레 삶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한다. 그리고 당신도 그럴 수 있다고 강변한다. 독서의 힘을 통해서.  

 

■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다. 3년동안 만권을 읽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강연에 나가고, 책으로 먹고 산다는 것이 대단하다는게 아니다. 내가 보는 이 사람의 대단함은 안정된 길을 과감히 버린 결단력과 실행력이다. 수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당장 안정된 수입이 없어져 처자식 먹여살릴 걱정이 있었을 것이고, 가족과 지인들의 반대도 극심했을 것이고 (사실, 이런 결단에 동의해 준 그의 배우자가 더 대단한 인물이다) 무엇보다도 미래에 대한 아무런 보장이 없었다는 점일 것이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아무 대책도 없이 잘 다니던 직장 때려치고 나와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내가 진짜하고 싶은게 뭔지 생각해 본다는게 쉬운일일까? 뭐라도 보장이 있으면 3년에 책 만권 볼 수도 있다. 3년간 조금 아껴가며 궁핍하게 살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없다는 것은 쉬이 떨쳐낼 수 있는 짐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결심을 하고, 3년간 책을 읽으며 자신을 찾고 즐거웠다는 저자의 마음 깊은 곳에 쉬 공감할 수가 없었다. 대단하기는 하지만 사실 오히려 무책임한 것 같다. 자아를 찾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궁극적인 행복을 얻을 수 있고 오히려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하나 틀린 것이 없다. 그러나, 가장으로서 자신에게 생계를 의지하고 있는 가족의 삶을 몇 년간이나 내던졌다는 것은 오히려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인다. 저자의 경우 결국 성공함으로서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미래를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그가 자리잡기전까지 그의 배우자는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처럼 가진 것 버리지 못하고, 삶의 굴레에 파묻혀 있어서 하고 싶은 일도 찾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실패한 삶을 살게 된다고 저자는 강변하고 있지만 그렇게는 못하겠다. 뭐...이 책이 팔리고 읽히는 이유가 남들 하지 못하는 것을 과감히 실행한 저자의 스토리가 워낙 극적이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그래서 겠지만 말이다.

 

■ 저자가 무책임하던 대단하건지간에 사실 궁금한건 따로 있다. 과연 만권의 책을 읽으면 무언가 엄청난 내면의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이건 뭐라 말하기 힘들다. 평생 읽은 책이 만권은 커녕 천권도 안되는 나에게 있어서는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이다. 비슷한 얘기를 한 사람은 많다. 이지성도 똑같은 얘기를 한다. 일정 수준, 분량이상의 책을 읽고 임계점을 넘으면 그 다음은 자연스레 의식과 지혜의 확장을 경험할 것이라고 한다. 내가 도달치 못한 경지라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조심스레 공감을 한다. 이지성의 말 처럼 천재수준의 사고력에 도달한다던지 저자의 말처럼 인생이 송두리채 변화할 만한 변화가 올런지는 모르겠다만 분명히 독서는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식의 축적이 때문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얻게되는 사고력과 태도, 의지의 변화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에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경우 일년에 백권 남짓 읽고 있을 따름이지만 책을 전혀 읽지 않을 때와 비교하면 무언가 내부에서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희미하게 나마 느낄 수가 있다. 아주 미미해서 딱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지고 있다고나 할까? 아마 나도 만권 쯤 읽고 나면 분명하게 뭐가 달라지는지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책에 미치고 결국 성공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가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직장인이었기에 더 극적이고 솔깃하다. 그의 삶을 따라하는 것은 바보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여러가지 경청할 만한 이야기도 많다. 무엇보다도 독서의 힘을 믿으라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그리고, 책 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으라는 이야기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내 자리에서 그 길을 천천히 가보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저자가 3년에 걸쳐한 것을 10년에 걸쳐서 하면 된다. 뭐 나중에 이런 책을 쓸 수도 있겠다. 도서관에서 준비한 인생 2막 이런거? 바쁜 직장의 일상 속에서 처자식 먹여살리면서도 뜻을 버리지 않고 틈틈히 책을 부단히 읽어온 50~60대의 평범남의 이야기. 비록 삶의 무게에 현실을 떨치긴 어려웠지만, 나름의 이런저런 노하우와 의지로 독서를 열심히 길게 해온 결과로 직장에서도 성공하고 명예롭게 은퇴한 이후 본격적으로 독서와 저작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노작가의 이야기. 뭐 이런거? 이런게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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