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빠의 자격 - 아마추어 아빠에서 프로 아빠가 되는 길잡이
서진석 지음 / 북라이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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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와의 시간을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두 남자아이의 아빠가 있다. 이 아빠는 이른바 '프로아빠'다. 어느정도 프로인가 보자. 육아일기 쓰기, 가족신문 발행, 가족문집 발행 등은 기본에 속한다. 가족과의 해외여행을 의미있게 하려고 수개월 전부터 책 수십권을 읽고 그 나라의 역사, 지리, 문화, 예술을 공부한다. 아이들에게 보여줄 만한 여행 가이드북이 없자 아예 만들어 버린다. 벌써 육아관련 서적을 몇권인가 낸 이력이 있고, 언론에도 가끔 오르내릴 정도다. 이 정도면 육아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사람 같은데 이게 또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일반 대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보통 직장인 아빠들은 파김치가 되어 퇴근하면 만사가 다 귀찮은데 이 사람은 아이들 자기전에 몇 분이라도 놀아주려고 집으로 뛰어온단다. 이 책에 그득한 사례들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보통아빠들은 모두 자격미달의 형편없는 아빠들로 매도될 것이다. 와이프들이 보게 된다면 엄청난 비교공세에 시달리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이런 책은 분명히 평범한 아빠의 일상을 위협하는 '불온서적'이다. 나 역시 솔직히 이 책을 아내에게 보여줄 자신이 없다. 그러나, 저자의 이런 행동의 배경이 되는 육아에 대한 여러가지 개념에는 우리가 공감하고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도 또한 많았다.  

 

■ 첫번째 공감이 가는 대목은 엄마와 아빠의 차이에 대한 부분이다. 모든 엄마들은 아이를 가진 순간부터 바로 엄마기능이 on 된다. 임신과 동시에 엄마로서의 모든 역할, 기능, 책임을 100% 발휘한다는 거다. 여기에는 무슨 딜레이나 고민이 전혀 없다. 그러나 아빠는 다르다. 남자들이 아빠로써의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깊은 고민과 자각이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아내를 아이에게 빼앗긴 충격, 가정의 중심 위치를 상실한 충격, 여유로운 일상이 파괴되는 충격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말인지는 아이를 가져본 남자라면 이해가 갈 것이다. 부모로서의 자각이 남자는 여자보다 휠씬 늦고 약하다. 아울러 부모의 역할에 있어서도 아내는 정규직이고 남편은 임시직이다. 엄마는 24시간내내 육아에 올인하고 정성을 쏟지만, 아빠는 엄마를 믿고 상대적으로 설렁설렁하다. 임시직이나 시간제 근로자처럼 이따금 도울 뿐이다. 남자로써 뜨끔하지만 참으로 정확한 비유다. 저자는 우리 아빠들이 정규직의 마음자세를 가지라 주문한다. 육아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은 한쪽으로 편중되어선 안되는데, 이는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능발휘가 늦은 만큼 공부하고 노력하라라고 말한다.

 

■ 두번째 대목은 아이가 아주 어릴때부터 신뢰를 쌓지 못한다면, 그 이후에도 별 가망이 없다는 부분이다. 어릴때는 아이의 세상은 부모가 전부이지만, 중학생만 되어도 부모의 곁을 떠나기 시작한다. 부모가 아이와 전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사춘기 이전 십년 가량에 불과하다. 이 시간에 충분히 아이와 사랑하고, 놀고, 신뢰를 쌓지 못한다면 이후부터 그럴 기회는 거의 없다. 아울러 유년기에 쌓아둔 신뢰가 이후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있어 갈등해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대목도 공감이 많이 간다. 자녀가 성장하면서 아빠와 멀어졌다고 서운해 하는 것은 모두 아빠 자신의 잘못인 거다.

 

■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자가 제시하는 좋은 아빠의 자격을 갖추는 것은 보통의 아빠로써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육아에 있어서 아빠의 역할의 중요성, 부부간의 역할분담, 아이와의 관계 형성에 대한 저자의 깊은 고민과 성찰은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고 깊게 새겨 들을 만 하다. 무작정 따라하다가 가랑이 찟어지지 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아빠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다 자기 스타일이 있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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