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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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스포인트의 연인'을 읽는 네시간 남짓의 시간동안 마치 다른 공간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을 덮었을때 늘상 내가 책을 읽는 무미건조한 사무실 공간이 일렁거릴 만큼 강렬한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공간 중에 가장 책읽기 좋은 장소는 햇살 좋은 평일날의 파주 출판단지다. 파주라는 시골에 있음에도 모던하고 깨끗한 출판사 건물이 쭉 들어서 있는 그곳은 시골스러운 한적함과 잡스러운 것이 전혀 없는 모던함이 공존하는 묘한 공간이다. 그곳 아무 북카페에서 한가하게 인적 드문 거리를 내려다보면 책을 읽어보면 터무니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왜 이런 말을 뜬금없이 하는가 하면, 이 책을 보며 내가 다녀온 곳의 느낌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늘 책을 읽던 사무실 공간이 '사우스포인트의 연인'을 보는 순간 만큼은 그렇게 느껴졌다. 그렇게 좋았다.

 

■ 경제, 경영이나 사회과학관련 서적을 많이 읽고 리뷰를 쓰다보면 책과 싸움을 하게 된다. 책의 내용을 구조화 시켜가며 머리속에 담고, 흐름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내 방식으로 정리하고 요약하고자 힘겹게 사투를 벌인다. 무언가를 얻고 남기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이런 독서방법이 익숙하다 보니 이 책을 보면서도 뭔가 밑줄 칠 거리를 찾고, 주인공의 심리를 분석하고, 행간을 파악하려고 하다가...순간 그런 생각을 모두 잊고 그냥 아무생각없이 그져 읽고 있었다.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묘사들을 머리속에 그리고, 가슴이 말랑말랑해 지는것을 느껴가면서 말이다. 이 소설을 읽을 사람들에게 이렇게 권하고 싶다. 그냥 편하게 보세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의 행간에 사랑말고 또 뭐가 있으리요. 의미 뭐 이런거 필요없이 그냥 소설을 읽는 순간을 즐기는 책읽기가 딱 어울린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키친'이후 이번이 두번째인데, 키친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무겁고 딱딱한 서적들과 싸우다 머리가 딱딱해진 시점에 읽었던 키친, 그리고 사우스포인트의 연인은 정말 상쾌한 기분이었다. 이러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팬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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