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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판사 교수의 와인 교과서
우판사 지음 / 지식여행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드라이하고 묵직한 느낌의 카베르네 쇼비뇽 레드가 좋겠군요. 음~ 나파벨리산 오퍼스 원이 어떨까요? 빈티지는 포도 작황이 좋았던 09년 산이 좋겠네요. 미국의 로버트 몬다비와 프랑스의 샤토 무통 로칠드가 합작해서 만든 아주 훌륭한 와인이랍니다. 파커포인트 100점을 받았던 와인이죠. " 이거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와인 한병을 설명하기 위해서... 와인의 이름은 물론이요, 포도의 품종, 생산년도, 생산지, 생산자 그리고 그 와인에 얽힌 역사 등등 엄청난 지식이 요구 된다. 아울러 와인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다. 하루에 한병씩 다른걸 마셔도 늙어 죽기 전에 모든 와인을 마셔보진 못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마실수도 없다. 재벌이 아니고서야...저 오퍼스원은 한병에 70만원쯤 한다.) 그래서 와인은 참으로 독특한 술이다. 술을 마시는 목적이 취하는 것, 취기를 통해 고민도 잊고, 흥을 돋우기도 하고, 친분도 돈독히 하는 것이라고 하면 사실 주종은 뭐가 되었던 상관이 없다. 자신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소주던, 맥주던, 양주던 골라 취하면 그만이다. 우리가 비싼 양주를 시키는 것에 주저하는 건 주머니 사정 때문일 뿐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이놈의 와인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주머니 사정이 두둑한 천하의 술꾼이라도 와인 앞에서는 주눅이 들 수 밖에 없다. 와인바의 와인리스트를 보면 머리가 빙빙 돌 뿐만 아니라, 사실 제대로 와인명을 읽을 수 조차 없다. 어찌 안 쫄 수 있겠는가. 정말이지 술 마시는데도 공부가 필요한 유일한 술이 바로 이 와인이 아닌지 싶다. 배우지 아니하면 즐길 수 없는 술, 배우면 배울수록 미궁에 빠져들지만 즐거워 지는 술. 이것이 와인이 아닐까 한다.
■ 키스의 느낌을 책으로 배울 수 없는 것 처럼, 사실 와인을 책으로 배울 순 없다. 마셔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맛을 알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책 밖에 답이 없다. 이 책 우판사의 와인교과서는 사실 교과서라고 불리울 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못하다. 와인의 간략한 역사, 포도 종류 등등에 대한 기본지식 등이 맛뵈기로 있고 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은 와인 생산지이다. 각 국의 와인 생산지에 대해 세부지역, 포도 품종, 대표 와인, 품질 등급 등을 주 내용으로 한다. 내용의 분량으로 보면 입문서 인데, 내용의 구성은 사실 입문서라고 불리우기는 조금 아쉽다. 지역 보다는 보다 와인 그 자체 대한 이야기가 많았으면 좋은 입문서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반면, 올 컬러 판에 넓직넓직한 지면에 사진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은 보기 편하고 좋다. 저자인 우판사란 분은 한국 소믈리에 협회 회장을 맡고 계신 분인데...여러 와이너리를 직접 방문하기도 하는 등 와인계에 유명하신 분이가 보다. 그래서인지 책의 말미에 부록으로 소믈리에 자격증 시험문제가 들어 있다. 재미삼아 풀어보는 것은...좋지 않다. 좌절하게 된다.
■ 이런 와인 책을 보다보면 부작용이 있다. 마시고 싶어지는 것. 그래서 책에서 갓 읽어낸 따끈따끈한 지식을 가지고 마트나, 와인바에서 와인 리스트를 보면서 아는 척 좀 할려고 치면 여지없이 좌절하게 된다. 와인은 역시 책으로 배우긴 한계가 있다. 그냥 쫄지 말고 친지 들과 즐기면서 자주 마셔보는게 정답이 아닐까 싶다. 이번 주말에는 집에 쟁여논 와인 중에 아무거나 하나 까서 마셔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