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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의 책 - 독립출판의 왕도
김봉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8월
평점 :
본 글은 수오서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종이에 단 한 줄의 이력으로도 적히지 못할 것 같은 이야기들을 적었습니다.
학력도 경력도 없습니다. 이렇다 할 이력도 없습니다.
어떠한 성장 과정을 지내왔으며 자신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그냥 웃을 뿐입니다.
일단은 살아왔다. 그리고 가끔은 숨도 쉰다.
[작은 나의 책]은 김봉철 본인이 글을 쓰게 된 계기에서부터 독립출판을 한 그 이후까지
일련의 과정과 경험들에 대해 쓰여진 책이다.
글은 시간의 흐름대로 나열되어 있으며,
중간에 독립출판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간단한 설명이 적혀있다.
표지를 보면 '독립출판의 왕도'라고 쓰여있지만,
개인적으론 '내가 쓴 책을 내가 만드는 일에 대한 묵묵한 기록'에 더 가까운 책이라 생각한다.
에세이라는 것이 결국엔 본인의 경험과 생각을 남기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살아왔던 나의 삶들이,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을 것 같던 빈곤한 나의 이력들이
문장과 문단의 형태로 페이지에 하나씩 실릴 때마다,
나는 두려움이 섞인 묘한 즐거움을 느꼈다.
글을 쓰는 것...이라면 좀 거창한 말인 것 같고, 기록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한다.
첫 시작은 초등학교 일기에서 시작한다.
줄노트 기준으로 7줄은 채워야 선생님의 통과를 받을 수 있었지만, 글 쓰기엔 소질이 없었다.
2배 가까이 되는 띄어쓰기를 해도 4줄이면 그날 소재가 다 떨어져서 꽤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럴때마다 '아...... 쓸 말이 다 떨어져버렸다......'라고 쓰며 꾸역꾸역 할당량을 채웠다.
자발적인 행동도 아닐 뿐더러 일기 속 내용을 친구들 앞에서 큰 소리로 읽었던 선생님의
무책임함 덕분에, 솔직한 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누군가는 새해가 될때마다 다이어리를 사는 바람에 다이어리 수집가가 돼버리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의 일. 나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무엇을 써야 할까, 쓴다고 해서 누가 와서 읽어보기는 할까.
나는 의아했지만, 그냥 게임을 하다 계속된 패배에 지쳐
잠시 숨 돌릴 틈을 찾았을 뿐이라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독후감에서부터 였다.
읽을 때는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억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남는다 하더라도 뒤죽박죽으로 섞여버리기에 정리가 안되는 기분을 많이 받았었다.
어느 날 아는 형이 독후감을 써보라는 제안을 했었고, 나는 응했다.
대신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이 되어야 한다. 이게 조건이었다.
혼자만 보는 글은 자유롭지만 신경을 잘 쓰지 않게 된다. 그러면 글 쓰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
네이버 블로그는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초반에는 뭔가 최대한 잘 쓰고 싶어서, 각 책에 대한 주제에 대해 썼다 지우길 반복했다.
그건 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가능하다는 걸 시작한 지 몇달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다.
책을 가볍게 읽는 나로썬 어려운 작업이었다. 덕분에 끈기는 약해졌고 열정은 식어갔다.
나는 그저 밤하늘의 별 하나를 종이에 옮겨 담고 싶었을 뿐인데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만 같던 그 별들은 사실 누구보다 거대하며
또 무엇보다도 멀리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에는
이미 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져 버린 것은 아닌가.
그 후로는 책에 대한 내용보단 내 생각을 적기 시작했다. 모든 일의 원동력은 흥미라 생각한다.
나는 책을 분석적으로 파고드는 것보단 읽고나서 느꼈던 부분들을
자유롭게, 설령 그것이 책과는 먼 내용일지라도, 쓰는 것이 더 좋았다.
좋은 문학을 만나면 감성적으로 변하는 내가,
좋은 비문학을 만나면 신선한 충격을 느꼈던 내가,
좋은 에세이를 만나면 공감과 함께 나를 다듬을 수 있었던 내가 좋았다.
어렸을 때 상처입었던 마음이, 차마 그때는 할 수 없었던, 나에 대해 쓰는 것이 좋았었다.
사실 처음부터 좋았었지만 지금까지 나와는 먼 일이라고 치부하며 살았던게 아닌가 싶다.
기록은 그렇게 하여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블로그보단 인스타그램을 통해 독후감을 쓰고 있다.)
글을 쓰는 일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읽고 나를 판단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물론 문장력이나 어휘의 부족함을 걱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쓴 글을 읽고 내가 겉으로는 멀쩡한 척하지만
사실은 얼마나 뒤틀리고 비비 꼬인 인간인지,
혹은 나의 생각의 깊이가 얼마나 얕고 하찮은지,
때로는 정말로 얼마나 사소한 이유로 짜증을 내는 사람인지를
알게 되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본인의 기록을 책으로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줬지만,
난 거기까지 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나에 대한 기록은 독후감이란 명목으로 이어나갈 것이다.
씀으로써 다듬어질 나 자신을 위해서.
좁은 방 한편에 쌓여 있는 책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나도 예전엔 너처럼 성격이 내성적이고 사람들한테 말도 잘 못 걸었는데 지금도 그래.
그래도 너는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