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배와 혐오 - 모성이라는 신화에 대하여
재클린 로즈 지음, 김영아 옮김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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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엄마를 만들었다고 한다.

- [응답하라 198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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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 [82년생 김지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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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전] 중에서 모성에 대한 부분이 있었다.

우리는 모성이라는 단어를 너무 신성시 여겨서 

그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다고.

미묘한 차이만으로도 엄마라는 사람은 영웅 또는 벌레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창비에서 모성에 대한 책이 나온다고 해서

'좀 더 알아야겠다'는 의미에서 도서지원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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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와 우리 자신과 관련해 생각하기조차 힘든 일을 모두 어머니에게 떠넘기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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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배와 혐오]는 모성 신화에 대한 비판을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시간대에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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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생명이 태어나기 전부터 어머니에게 과실을 물으며 법의 냉혹하고 매정한 손길을

임산부 몸속까지 뻗고 있다는 점에서 어머니를 향한 강력한 사회적 처벌인 동시에 

문제의 출발점을 드러내는 악몽과 같은 사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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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소개하는 어느 일화들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한 여성이 자신의 과실로 자동차 사고를 겪은 후 심각한 장애를 지닌 아이를 낳았고,

이에 대해 아이 대신 자신의 딸을 고소했던 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일화를 통해 태아 또는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돌봐야 할 임산부에게 

법적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결론적으론 이 사건은 어머니의 손을 들어준다.

위와 같은 상황에 법적 책임을 부여한다면 여성의 선택과 행위에 대한 큰 제한이 걸릴 것이라는

대법관들의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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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책의 기반이 되는 주제들을 문학 작품에서 발췌했다는 것이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이다.

실제로 '엘레나 페란테'라는 작가에 대해서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이상적인 모성의 이미지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엄마에 의해 버림받고 엄마가 남자를 만나는 데 아이들이 이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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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페란떼의 세계에서 어머니는 자주 아이를 버리고 떠난다. 

글쓰기 그리고/또는 성적 열정을 위해 아이를 방치하거나 망각한다.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미워하며, 보호하는 만큼 화를 내고, 이끌어주는 만큼 좌절시킨다.

때로 아이는 어른들이 벌이는 성적인 게임에서 그저 노리개에 불과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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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후 느꼈던 점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막상 읽어보니 글의 수준이 만만치가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책장을 넘기는 것이 수월하진 않았다.

허나, 읽어나가다보면 눈에 띄는 문장들도 많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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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우리가 세상에 들어서는 입구이기에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사회적 퇴보를 막는 신성한 임무를 짊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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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시선이 지나치면 아이가 괴물이 되고,

충분치 않으면 아이가 온전한 인간의 세상에 들어서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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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머니에게 완벽함을 기대하는데 어머니라고

그 불가능한 요구를 자신의 아이에게 전가하지 말란 법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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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외견상 아무 잘못도 없어 보이는 그 지시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한다면,

어머니의 해방은 없으며 미래의 자손의 삶이 더 나아지리라는 보장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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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모든 내용들에 대해서는 수긍하진 못했다.

자신의 아이가 사회에 잘 어울릴 수 있게끔 양육하는 것이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써

아이를 버리거나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하면 어느 정도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나는 아직 부모가 아니기에 내가 모르는 고충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모성이라는 개념을 머리로만 이해하기엔 쉽게 받아지지 않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하지만 내 엄마에게, 또는 내 자식의 엄마가 될 사람에게

너무 가혹한 잣대를 세우지 않기 위해 계속 의식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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