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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내 인생
최갑수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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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최갑수님의 ' 잘 지내나요, 내인생'은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이후로 두번째 만나는 책이다.

늘 그렇듯, 제목만으로도 내 마음을 대변해 주기에 소장 욕구가 강해지는 책이기도 하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에게 이번 책은 '정말 딱 내 이야기구나'라고 감탄하게 되는 글들이 많았다.

특히 30대와 40대 사이를 바라보는 인생관과 고민 등은 어찌나 나와 딱 맞는지!

[서른과 마흔 사이 혼자 남겨지는건 아직도 두려운 나이] - 76번째 이야기 중에서

 

최갑수님은 책의 첫장에서 자신을 '생의 탐색가, 시간의 염탐자, 길의 몽상가'라고 소개한다.

어찌나 멋진 소개인지... 처음 책을 펼치기 전 이 글귀부터 한참을 되새기기까지 했다.

한 장 한장 정성들여 찍은 사진들과 자신의 경험과 느낌이 한데 어우러져 한 권의 멋진 책이다.

이 책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여행을 즐기는 가운데 삶을 배우는 그의 자유로운 영혼이 그저 부럽다.

 

한 가족을 이루고, 한 남자의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새로운 인생, 30대를 보내는 내게 있어

사실 자유로운 여행은 그저 꿈만 같은 소망일 뿐이다.

하루 하루 나보다는 가족과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시간을 보내는 게 익숙해 져 있기에

여행을 언제부턴가 포기하고 '언젠가는...'이라는 막연한 희망이자, 기념으로 생각하게 된 내게

이 책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정말 내 인생이 잘 지내고 있는지 물어보게 되는 소중한 시간을 안겨 주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책이 생기면 한동안 모아둔 나의 책들을 중고시장에 팔아버리는 아줌마인 내게

무슨 일이 생겨도 꼭 지켜주고픈 책, 두고두고 꺼내어 읽어서 손때가 묻고 너덜너덜해지는

가장 아끼는 책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이 되리라는 건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머리속에 처음 떠오른 생각은 언제부터 중단되었는지 모를, 일기장을 하나 다시 마련하자는 것이다.

다이어리나 달력 한구석에 달랑 한줄로 남겨지는 나의 인생, 나의 하루가 아닌

정말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할 지 고민도 해보는 일기를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덤덤해진 내 일상에 '나의 남은 인생'을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이 책에게 고마울 뿐이다.

 

이제부터 우울한 생각 따윈 다 집어 던지고, 남이 아닌 '나'만 생각해보고

내 남은 인생에 책임질 줄 아는 멋진 내 모습으로 돌아가 보자.

'언젠가는'이라는 막연한 희망이었던 여행도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이뤄보도록 파이팅 해보려고 한다.

 

[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하는 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 - 40번째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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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1 오늘의 일본문학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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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쿠다 히데오...

이 작가는 내가 활동하고 있는 인터넷 북카페에서 만난 인연에게 선물로 받은

'남쪽으로 튀어'라는 소설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되었다.

한때 운동권이었던 한 가장의 쾌팍하면서도 유쾌한 이야기에 어찌나 웃었던지.

가벼운 듯하면서도 그 속에 감춰진 사회적인 문제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그 묘한 매력에, 참 독특하고 괜찮은 작가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 이후로 다른 작품을 찾아볼 기회에 없었는데, 오쿠다 히데오의 첫번째 본격 서스펜스 작품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900여 페이지나 되는 분량의 최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흡입력이 매우 강했다.

잠시라도 책을 손에 놓았다가는 기대하던 결말이 어이없게 날라가버릴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으니...

 

올림픽의 몸값...

이 책의 제목부터 뭔가 심상치가 않듯, 정말 도쿄올림픽을 상대로 한, 발칙한 테러리스트의 이야기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몸값으로 걸고 나라와 정부를 상대로 돈을 요구하는 테러범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미래가 보장된, 도쿄대 경제학부 대학원생인 시마자키 구니오라는 청년이었다.

 아키타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으나 가족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고 모범생을 살아왔던 그는

도쿄올림픽을 위한 건설이 한창이던 때에, 심장마비로 죽은 형의 시신을 거두고 장래를 치르러 갔던

그 현장에서 형과 같은 고생을 느끼고자 고된 막노동 일을 하게 되는데...

그 속에서 거창한 올림픽의 모습에 감춰진 사회적인 부조리와 현장직 근로자들의 고충 등을 느끼면서

결국에는 그들과 동화되어 마약중독까지 경험하게 되며, 작은 분노를 테러라는 발상으로 전환하게 된다.

급기야 훔친 다이너마이트를 갖고 엄청난 일을 계획하게 되는데...

그리고 두번째 주인공, 스가 다다시.

그는 시마자키 구니오의 동창으로 중앙 텔레비젼 방송국 예능국 PD인데, 경시감인 아버지의 눈밖에 나서

집밖을 나와 구니오의 뒤를 밟으면서 그의 발칙한 범죄를 호기심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봐주는 청년이다.

그리고 또 한명의 주인공은 오치아이 마사오.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올림픽 개최일에 맞춰서 출산할 둘째아이를 기다리며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가장이자,

경시청 수사과의 형사로 시마자키 구니오의 뒤를 숨막히게 쫓으며 잡으려는 사람이다.

이 세 사람이 주요 인물이나, 이 책 곳곳에는 눈에 띄는 등장인물들도 보인다.

전체적인 구성은 이 세사람이 번갈아가며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야기를 두가지 시간속에서 펼쳐놓고 있다.

특이한 소설의 구성 때문인지, 전혀 지루한 감이 없고 과연 어떻게 이야기가 풀어져갈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일본의 야쿠자까지도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바라며 떠날 생각을 하는 가운데, 무모한 한 청년의 협박은

지켜보는 내내 안타까우면서도 내심 콱 성공해버리면 좋겠다는 지지까지 보내게 되는 나자신을 발견하곤

이것이 오쿠다 히데오가 선사하는 재미구나 싶어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결말이 우리의 바램대로, 주인공 구니오의 바램대로 100% 성공적으로 끝내지는 못했지만

그가 이루려고 했던 일들 가운데, 그 과정을 지나가면서 곳곳에 숨겨진 사회적인 문제들을 꼬집어내니 통쾌했다.

모처럼, 또 한번의 유쾌한 소설을 만나게 되어 기뻤다.

얼마전, 우수한 성적으로 동계올림픽을 치룬 한국선수들과 기쁨을 함께 하면서, 머리속에는 내내 이 작품이 떠올라

한동안 시마자키 구니오의 애절한 외침이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올림픽의 몸값은 얼마일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이 소설을 꼭 읽어보라고 권유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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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왕구천 1
양시아오바이 지음, 이지은 옮김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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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왕구천'이란 2권짜리 소설책을 처음 접하게 되고서

나는 학창시절 역사시간, 한문시간에 배웠던 '와신상담'을 함게 떠올리게 되었다.

'와신상담'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와 월나라 간의 싸움에서 전해지는 고사이며

가시가 많은 나무에 누워 자고 쓰디쓴 곰쓸개를 핥으며 패전의 굴욕을 되새겼다는 뜻이다.

이 고사성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소설과 역사 속으로 들어가보면 내용이 이러하다.

오나라 왕 합려의 배신으로 스승과 어머니와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월왕 구천에게 오히려

전투 중에 화살을 맞아 중상을 입고 그의 아들 부차에게 원수를 갚을 것을 유언한 합려.

월나라 왕 구천은 기선 제압을 위해 오나라를 먼저 쳐들어갔다가 오히려 지게 되고...

굴욕적인 포로생활을 그의 아내와 충신 범려와 함께 3년을 보내게 된다.

오나라의 속국이 되겠노라 맹세하고 환심을 사서 겨우 귀국한 구천은 다시 일어설 결심도 접고

고생한 일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매일 기름진 음식과 술, 여자 등에 취해 지내다가

스승의 아들인 구자검의 쓸개를 내놓는 의로운 죽음으로 자신의 잘못된 현실을 깨닫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여러 인재들과 머리를 맞대고 계략을 세우고 실천한 끝에, 오나라 부차가 중원을 차지하기위해

북벌에만 신경을 쓰는 사이에 오나라를 정복한 구차. 드디어 부차를 자살하게 만들기까지 이른다.

이 소설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오나라와 월나라의 구천과 부차의 이야기 외에도

둘 사이의 전쟁을 중심으로 사건 전, 후의 이야기들이 어우러져서 읽는 내내 숨가쁘기까지 했다.

때론 너무 빠른 전개 때문에 좀더 상세한 묘사나 설명이 부족한 느낌도 들었으나

역사소설은 원래부터 잘 읽지 않았던 나에게는 오히려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설정 속에서...한 사람의 개인으로 따져 본다면

인간적인 모습에 반할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들이 서로를 향해 원망하고 칼을 겨누게 되니 안타까웠다.

역사 속의 이름에 남는 유명한 사람은, 백성들을 책임지는 왕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하는 사명이 있기에

적국의 왕은 친구이기 보다는 한편은 죽음으로 생을 마감해야 하는 이야기가 서글프기까지 했다.

그리고, 나라의 운명을 짊어지고 가는 이들 왕은 모두 업적들은, 곁에서 묵묵히, 때로는 과격하게 목숨을 내놓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싸워 나가는 충심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과거나 현재나....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전쟁터와 같은 시간 속에서 월왕 구천의 이야기과 와신상담의 의미를

떠올려보며 후회없이 치열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강열한 의지가 솟아나기도 했다.

역사 속에서 현재의 내모습까지 돌아볼 수 있도록 소중한 시간을 제공해준 이 책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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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카토 라디오
정현주 지음 / 소모(SOMO)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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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타카토......

이 말의 뜻은 '음을 하나하나 짧게 끊어서 연주하는 연주법으로 끊음표라고도 한다'고 나와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책속에 나오는 짤막한 단편, 콩트같은 에피소드들과 다섯 편의 daily novel을

통통 튀는 유쾌하고 가슴을 적셔오는 글들이 음악적인 느낌으로 다가와서 제목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싶다.

정현주 작가는 우리의 소소한 일상들을 적어서 라디오라는 매개체로 이어주는 일을 하는 라디오작가이다.

이 책은 바로 그녀의 일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녀의 삶 엿보기의 매력이 있는 책이다.

짙은 주황빛 표지에 작고 아담하지만 인생에서 꼭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에피소드를 알차게 담고 있는 책.

소소한 일상, 친구들, 그녀의 사랑, 일, 여행, 에피소드, 단편소설과 같은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daily novel까지

공감가는 글들과 함께 절로 웃음짓게 만드는, 함께 추억하게 만드는 사진들까지 더해져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일부러 연출한 것인지 모르나 곳곳에 빈 여백은 깔끔하면서도, 한 템포 쉬어가게 만드는 묘한 기분도 들었다.

한 가지 이야기를 읽고 사진으르 보고, 정현주 작가의 이야기에 비친 내 이야기를 더올리게 만드는 묘한 매력말이다.

 

여러가지 주제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은 바로 '친구'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30대를 훌쩍 넘기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 잊고 있었던 그들과의 추억들을 기억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의 그녀들'이라고 타이틀을 걸고 나누던 이야기 속에 '그러고도 우리가 친구니?'라는 글은 가슴 뭉클했다.

힘겨운 일은 가까운 엄마아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처리하는 작가의 성격이 나와 흡사했기도 하지만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안정이 되어 친구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이야기 했더니 '그러고도 우리가 친구니?'란 말과 함께

진심으로 걱정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려주었다는 이야기.

'그래 친구야, 그러고도 우리 친구하자'는 작가의 마지막 말에 나도 모르게 감동이 밀려왔다.

내게도 어린 시절, 미래를 꿈꾸던 소중한 친구들이 있었다. 어른이 되면 각자 독립해서 집 하나 장만하고 같이 살자며

밤을 새워가며 우리의 해피하우스를 설계하기도 했었던 아련하지만 그리운 추억들.

지금은 그때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각자의 삶속에서 바쁘게 지내느라 자주 얼굴보기도 힘든데......

 

이 책을 통해 깨달은 점은 아주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내게 주어진 시간 속에 존재한다는 이유로 소중하다는 것이다.

새벽 늦도록 라디오를 들으며 청취자들의 사연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며 울고 웃던 그 추억까지도 소중하다.

책을 덮으면서, 매일 쓰기 귀찮아서 책장에 꽂아 두었던 다이어리를 꺼내들었다.

나의 하루, 나의 시간, 나의 사람들을 나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사소한 것이 모이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게 해준 이 책과 작가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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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4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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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이라... 일단 '유정천'이란 뜻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사이트 검색을 해보니 '유정천'이란 뜻은 불교계의 용어로,  '구천 가운데 맨 위에 있는 하늘'로

다른 의미로는 '무엇인가에 열중하여 자기 스스로를 잊은 상태,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로 해석된다.

이 책을 읽고난 후 느낀 점으로는 극한 상황을 이겨낸 가족의 이야기라 후자쪽의 의미가 적당하고 보여진다.

 

이 책 속에는 교토를 배경으로, 3가지 종족이 등장한다. 인간, 텐구, 너구리.

책 속의 비유를 빌리자면, 인간은 도시에 살고 너구리는 땅바닥을 기고, 텡구는 하늘을 날아다닌다.

텐구는 너구리에게 설교를 늘어놓고, 너구리는 인간은 호리며, 인간은 텐구를 두려워하면서도 공경한다.

텐구는 인간을 잡아가고, 인간은 너구리를 냄비요리로 만들어 먹고, 너구리는 텐구를 함정에 빠트린다.

수레바퀴처럼 빙글빙글 도는 인간과 너구리, 텐구의 삼파전.

이 순리를 이해해야 이 책의 판타지, 묘미에 푹 빠져들 수가 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를 말해주는 주인공은 너구리 4형제 중 셋째인 '야사부로'이다.

4형제의 아버지이자 너구리 명문 시모가모 가의 '소이치로'는 어느날  금요구락부란 인간들의 모임에

냄비요리가 되어 먹혀버리게 되고 가장을 잃은 슬픔에 차남 '야지로'는 우물안의 개구리가 되어 칩거한다.

장남 '야이치로'와 막내 ' 야시로', 천둥번개만 치면 변신이 풀려서 어려움을 겪는 4형제의 엄마가 등장한다.

그 외에도 은퇴한 텐구 아카다마 선생과 그가 납치해와서 나는 법 등을 가르친 벤텐이란 여자 인간까지......

우리 몸속엔 주체할 수 없는 바보의 피가 흐른다고 자랑스럽게(?) 외치는 덜떨어진 너구리 4형제에게

사사건건 위험을 부르는 존재가 또 있으니, 작은 아버지와 그의 자식 '금각'과 '은각' 너구리도 나온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 만화영화를 본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엉뚱하고 유쾌한 이야기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주인공 너구리 '야사부로'가 가문의 영광을 찾기 위해서 폭삭 삭은 대학생이나, 전차, 호랑이, 검은 옷의 왕자님으로

변신해가며 겁없이 인간과 텐구로 북적이는 교토거리를 활보할 때와 아버지의 죽음이 단순한 냄비요리가 아닌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범인이 따로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와 폭소를 동반한 은근한 추리까지... 거기다 가족애라는 감동까지 더해지니

'유정천 가족'의 매력은 바로 이 엉뚱한 감동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3부작 중 첫번째 이야기라고 하니 그 이후에 나올 책들도 반드시 챙겨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크게 다가왔던 부분은, 바로 '가족'이란 이름으로 뭉쳐지는 사랑이었다.

요즘처럼 저출산 시대에, 자식은 하나 둘뿐인 우리의 현실 속에서 아웅다웅 티격태격 부딛히는 가운데

이 유정천 가족처럼 서로를 위한 사랑과 희생으로 뭉치기가 과연 쉬울 것인가.

요즘은 부부간에 이혼을 하면 자식은 혹이라고 서로 데려가지 않으려고 한다는 씁쓸한 얘기를 들었다.

부모의 양육포기로 보육시설이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겨지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니......

자신들의 몸속에 흐르는 바보의 피이기에 가능하다는 엉뚱한 너구리 가족의 힘찬 모습을 배우고 싶다.

가장이었던 아버지와의 이별까지도 슬픈 좌절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신들의 낙천적인 생각으로 승화시키는 모습까지.

유정천 가족과의 만남은 나의 가족을 향한 내 사랑의 깊이를 재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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